북한의 비핵화를 논의하는 6자회담의 재개가 아직도 가시화하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이 회담을 재개하는 조건으로서 유엔 대북 제재의 해제, 선(先) 평화협정-후(後) 비핵화 논의를 걸고 나와 관련국에 새 카드를 제시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다가 북한을 비롯한 6자회담의 당사국이 작년 12월 열렸던 조미 양자대화 이후에 6자회담의 진전을 알리는 이렇다할 움직임을 아직 보이지 않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에 관한 자세한 내용을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앵커:
현재까지도 공전 상태에 있는 6자회담의 현황이 어떤지를 우선 정리해 주시지요?
기자:
북한의 비핵화를 논의하는 6자회담은 2008년 12월 이후로 교착 상태에 빠져 있습니다. 더구나 북한이 작년에는 6자회담의 탈퇴를 선언하는 바람에 재개의 발판을 마련하기가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북한의 비핵화는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거나 보유하지 않는 상태를 말합니다. 작년 12월 미국과 북한이 6자회담의 재개와 관련해 양자 대화를 하고 결과물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올해 들어 유엔 대북 제재의 해제와 선 평화협정-후 비핵화 논의 라는 새 조건을 들고나왔습니다. 그래서 6자회담의 재개는 더욱 꼬이고 말았습니다. 2월 들어 북한과 중국이 재개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했습니다. 그 이후로 한-중, 미-중, 한-미 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려 그나마 회담의 재개가 이전보다는 가시권으로 좀 들어온 양상입니다.
앵커:
중국 공산당의 왕가서 (왕자루이) 대외연락부장과 북한 외무성의 김계관 부상이 상대국을 교차로 방문해 회담 재개를 논의했습니다. 이는 6자회담 재개의 징조로 볼 수가 있습니까?
기자:
일단 그렇게 볼 수는 있습니다. 김계관 부상이 중국을 방문하는 동안 조중 관계, 평화협정 체결, 대북 제재의 해제, 6자회담의 재개를 논의했다고 북한 외무성은 13일 밝혔습니다. 회담 재개가 주요 의제였다는 점이 드러났습니다. 북한은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을 상대로 요구할 사항을 다 상의한 만큼 중국의 행보를 보며 향후 태도를 결정한다고 보입니다. 중국은 북한과 협의한 결과를 토대로 관련국과 입장을 조율하는 작업에 나설 것으로 전망됩니다. 두 나라 간의 이런 움직임은 6자회담의 재개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관측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앵커:
6자회담의 재개와 관련해 6자회담의 주요 당사국인 미국의 입장은 무엇입니까?
기자:
미국은 북한과 원칙없는 타협이나 양보를 하는 모양새를 가장 싫어합니다. 북한이 먼저 평화협정을, 다음에 비핵화를 논의하자는 제안을 받아 들일 경우 비핵화의 초점이 흐려질 수도 있다는 점을 가장 우려합니다. 이보다는 ‘북한 도발-일시 제재-대화 복귀’로 이어지는 관행이 다시 나타나지 않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김계관 부상에게 비자를 발급하지 않는다고 보입니다. 김 부상에 대한 비자는 미국의 학술 단체가 신청했습니다. 미국은 북한이 중국의 설득을 받아들여 조건을 달지 않고 회담에 복귀하기를 바랍니다. 미국의 스티븐 보즈워스 대조선정책 특별대표가 25일 서울에서 “6자회담 재개는 모든 당사자에 이익”이라고 한 발언은 이 맥락에서 이해할 수가 있습니다.
앵커:
다른 주요 당사국인 한국, 중국의 입장도 매우 중요합니다. 두 나라는 6자회담의 재개에 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나요?
기자:
한국은 북한의 핵 포기와 관련해 북한에 대규모 경제 지원과 안전 보장을 약속하는 일괄 타결 방안인 ‘그랜드 바긴’을 지지합니다. 그러려면 제재의 틀이 유지되고 평화협정은 비핵화 이후에나 협의한다는 입장입니다. 평화협정을 먼저 논의하자는 북한 요구를 수용하면 비핵화의 초점이 흐려질 수 있다고 한국 정부는 보고 있습니다. 중국은 6자회담 의장국으로서 왕 부장과 김 부상이 교차 방문한 추동력을 살려 6자회담의 조기 개최에 열망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북미 간 직접 또는 간접 접촉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됩니다.
앵커:
주요 당사국 관계자들이 6자회담의 재개와 관련해 내놓은 말이 있습니까?
기자:
미국 국무부의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말이 있습니다. 보즈워스 대표는 27일 일본 도쿄에서 “북한이 회담에 복귀하겠다고 동의하면 6자회담은 바로 시작될 수 있다” 말해 북한의 공식적인 동의 절차만 남았다는 점을 강하게 시사했습니다. 또 미국을 찾은 한국 정부의 고위 관계자는 27일 워싱턴에서 “조만간 6자회담이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 시기는 3-4월 정도로 이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같은 이야기는 6자회담을 재개하기 위한 관련국 간의 협의가 상당히 진행됐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그래서 6자회담의 재개가 불투명한 가운데에서도 흐름은 일단 재개로 나가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그래도6자회담이 열린다는 전망은 현재 시점에선 불투명합니다. 6자회담이 장기적으로 열리지 않았고 또 열린다해도 회담 진전의 전망이 밝지 않은 이유는 어디에 있습니까?
기자:
북한이 비핵화 의지가 없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자체 생존의 필요로 핵 무기를 개발하고 보유했습니다. 가장 두려워하는 미국에 대한 저항 수단으로서는 이처럼 좋은 무기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은 핵 무기를 포기할 의사가 없고 핵을 가진 상태에서 미국과 협상해 인도나 파키스탄처럼 핵 보유국으로 인정을 받고 싶어합니다. 그러다 보니 6자회담은 족쇄이기 때문에 벗어던져야 합니다. 그래서 6자회담에 참여해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합의 사항을 다시 뒤집고 자꾸만 조건을 달리하면서 시간을 끌어야 합니다. 이렇게 하면서 자국에 유리한 사항을 회담의 재개 조건으로 달아서 회담을 비핵화가 아닌 다른 방향으로 끌어가야만 하는 처지입니다.
앵커:
한국은 북한이 6자회담을 재개하는 데 내건 조건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습니까?
기자:
한국의 남주홍 국제안보 대사의 말이 이를 정확히 나타냈습니다. 남 대사는 17일 라디오 프로에 나와 “6자회담은 계속돼야 하는데도 북한이 이를 의도적으로 중단했다”면서 “이같은 상황에서 북한이 원상 회복에다 조건을 다는 일은 맞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남 대사는 “북한이 비핵화의 진전 후에 평화 체제를 논의하자는 합의를 뒤집었다”며 “이는 회담을 지연시키고 새 구실을 찾는 전략”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앵커:
당사국의 이해 관계가 얽힌 6자회담의 재개는 어떻게 전망이 되나요?
기자:
북한을 방문했던 린 패스코 유엔 특사의 말로 이를 갈음할 수가 있습니다. 패스코 특사는 12일 “북한은 제재의 해제를 비롯한 몇몇 조건 때문에 6자회담에 돌아올 준비가 안 됐다”고 전했습니다. 이 말이 현시점에선 6자회담 재개와 관련한 가장 적확한 관찰로 보입니다.
앵커:
네, 지금까지 교착 상태의 6자회담과 관련국 동향을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