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지금...다큐 ‘대국굴기’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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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대학생들과 지식인들 속에서 한국의 교육방송 EBS가 방송한 중국 기록영화 ‘대국굴기’가 열광적인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대학생들과 지식인들 사이에선 ‘대국굴기’에 대한 열띤 토론회가 벌어진다고 소식통들이 전해왔습니다.

서울에서 문성휘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폐쇄적인 북한 지식층 속에서 한국에서 방송된 기록영화 ‘대국굴기’ 열풍이 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국굴기(大國崛起)’라는 기록영화가 알판(DVD)과 메모리(USB)칩을 통해 확산되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데요. 대학생들과 지식인, 간부들 속에서 ‘대국굴기’의 내용을 놓고 거센 논란이 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최근 연락이 닿은 함경북도 청진시의 한 대학생소식통은 “지금 대학생들과 지식인들 속에서 한국에서 방송된 기록영화(다큐멘터리) ‘대국굴기’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며 “당국에서도 크게 단속하지 않고 있어 영화의 내용을 가지고 공개적인 논쟁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 평안북도 신의주시의 한 대학교수도 “‘대국굴기’를 이젠 완전히 통달할 정도로 보았다”며 “당대표자회 참가자들이 컴퓨터 저장장치(USB)에 가져와서 신의주에 퍼뜨렸다”고 언급했습니다.

‘대국굴기’는 지난 2006년 말, 중국 중앙텔레비전 경제채널에서 제작한 12부작 기록영화로 세계의 강국으로 등장한 9개 나라의 역사와 그들이 대국으로 발돋움 하기까지의 과정을 생동한 자료와 영상으로 보여주는 기록영화입니다.

이 기록영화는 한국의 교육방송인 EBS가 2007년 1월부터 특별기획으로 두 차례나 방송하면서 남한주민들 속에서도 상당한 인기를 끌었습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북한에서 돌고 있는 ‘대국굴기’는 노동당 고위간부들을 위해 편집되었으며 첫 화면에 ‘시사참고용’이라는 자막이 뜬다고 합니다. 또 EBS라는 글자도 지우지 않아 한국에서 방영된 번역판임도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다고 소식통들은 말했습니다.

북한의 간부들과 대학생들 속에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로 지목된 김정은이 ‘대국굴기’를 ‘나의 꿈이 실린 영화’, ‘아무리 봐도 싫지 않은 영화’라고 열광하면서 노동당 고위간부들의 참고용으로 제작했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설명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일부 고위간부들을 상대로 편집해 배포한 영화를 당대표자회 참가자들이 몰래 복사해 오면서 일반에도 전해지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김정은이 열광한 영화라는 소문까지 겹쳐지면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고 합니다.

북한당국도 ‘대국굴기’가 일반에 널리 확산되고 있음을 알고 있지만 저들이 내세운 ‘강성대국’ 구호와 일치하는데다 김정은의 의지를 알리는 좋은 기회로 된다고 생각해 특별히 회수하거나 처벌할 데 대한 지시를 내리지는 않고 있다는 것이 소식통들의 주장입니다.

그러면서 “이제는 우리나라가 자주적 핵 강국이 되었으니 인민들의 식의주 문제만 해결하면 ‘사회주의 강성대국’이 완성되는 것”이라고 했다는 김정은의 말도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대국굴기’를 통한 김정은 선전이 오히려 간부들과 지식인들 속에서 큰 반발을 부르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강조했습니다.

신의주시 대학교수는 “우리(북한)가 2012년까지 강성대국을 건설할 수 있다는 것은 누구도 믿지 않는 허황한 꿈”이라며 “우리의 정치제도와 경제구조를 가지고 세계를 휘어잡는 대국이 된다는 것은 어림도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청진시 대학생 소식통도 “강성대국이 된 나라들은 모두 애초부터 올바른 민주주의를 실현한 나라들이었다”며 “남들처럼 강성대국은 그만두고 배급이나마 제때에 주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며 암담한 북한의 현실을 개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