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은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이 사망한지 5주기였습니다. 북한은 금강산 관광으로 수억달러를 벌어들였지만 정작 투자자였던 현대그룹은 좌절과 상처만 남았습니다.
정 회장은 남북경협을 유언으로 남겼지만, 남북경협은 아직까지 정상적 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남한에서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북한의 투자환경을 감안해 당분간 직접 투자보다는 위탁가공사업과 같은 간접 투자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노재완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해 남북이 교역한 거래액수는 14억 3천만 달러로 전년도 보다 54% 늘었습니다. 1989년 북한이 남한에 문을 연 이후 교역액이 75배 이상 증가한 것입니다. 대부분이 단순임가공형태입니다.
이처럼 남한의 많은 기업들이 단순교역이나 위탁가공을 선호하는 이유는 북한의 인프라시설과 국제시장에 대한 접근성이 좋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북한의 시장상황을 감안한다면, 앞으로도 당분간은 남한 기업들이 대북투자를 하는데 있어서 직접 투자형태 보다는 무역이나 위탁가공사업 정도에서 추진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삼성경제연구소 동용승 경제안보팀장은 말합니다.
동용승: 북한이 개성공단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는 아직까지 직접투자의 형태의 사업을 하기에는 환경적으로 아직 미성숙 돼 있을 뿐만 아니라, 북한 정부 자체가 외부에 투자에 대한 기본적인 마인드가 아직은 정비가 안돼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기업들이 직접 들어가서 경영활동을 하기에는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것이고. 이런 현상은 이미 10여전부터 지금까지 계속 되고 있는 상태입니다.
주문에 맞게 생산된 제품에 대해 가공임만을 지불하면 되는 위탁가공은 북한의 기존 공장을 활용하기 때문에 대규모 투자를 할 필요도 없고, 설비나 원부자재를 제공해 주더라도 가공임에서 상계해 나가면 되기 때문에 남북 양측이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동용승 팀장은 주장합니다.
남북간의 위탁가공 교역은 1992년에 시작되어 꾸준한 증가추세에 있습니다. 일부 품목은 중국이나 동남아에서 주문생산을 했을 때보다 불량률이 훨씬 낮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최대 위탁가공 업종인 섬유류의 경우, 몇몇 기업에서 흑자를 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현 단계에서 남북경협정책은 직접투자 확대보다는 위탁가공 활성화의 저해요인을 제거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주문합니다.
하지만 위탁가공의 활성화를 위해선 시급히 풀어야 할 문제들도 있습니다. 이 가운데 가장 시급한 것은 물류비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실례로 인천에서 가까운 중국지역의 해상운임은 20피트 컨테이너박스를 기준으로 400달러인데 비해 남포해상 운임은 720달러입니다. 이는 인천에서 미국서부 해상운임과 비슷한 가격입니다.
또 주문에서 납품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선적 및 하역과정에서의 까다로운 절차 등으로 인해 너무 길다는 점도 해결해야 할 문제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물류비와 납품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경의선 등을 이용해 직교역 체제를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아직은 이르다고 판단했을 때, 개성공단을 남한의 투자단지로서만 이용하지 말고, 북한의 투자를 유도해 공장을 짓도록 하고 남한 기업들이 개성공단내 북한 공장을 통해 위탁가공무역을 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제기합니다.
과거 남한 정부는 대북 직접투자를 남북협력사업이라고 해서 권장해왔습니다.
또한 남북경협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대북투자 기업들에게 남북교류협력지원금을 통해 손해보전을 해주고 수많은 공적자금도 투입했습니다.
수익성 전망은 없으나 국가와 민족의 장래를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이라면 정부는 굳이 기업에게 경협지원금 같은 돈을 주어서 사업을 추진토록 할 게 아니라, 정부가 직접 나서 투자환경을 개선시킬 수 있는 사회간접시설 등을 구축하고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향후 민간기업의 경협은 철저한 경제논리에 의해서만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