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요즘 북한군이 대규모 노동현장에 동원되면서 각종 재해사고가 발생해 불구자가 되는 군인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다친 군인들이 영예군인 판정에서 등급을 낮게 받아 불만이 크다고 합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이른바 '경제강국 건설'을 목표로 한 북한이 대규모 군 병력을 각종 건설대상들에 투입했습니다.
세포등판 개간 공사장에 동원된 한 인민군 장령(장성)의 최근 발언입니다.
"요즘 나라의 건설대상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마식령 스키장, 문수 물놀이장, 청천강 계단식 발전소 정말 꼽자면 많습니다…."
이처럼 북한군이 투입된 대규모공사에서는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 연락이 닿은 황해북도 지방의 한 주민은 "요즘 군대 가는 아이들은 나라를 지키러 가는 게 아니라 노동판에 공사하러 나간다는 말이 딱 맞다"면서 "군대 갔다가 불구가 되어 돌아오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말했습니다.
그는 "명령만 내리면 군대는 맨 주먹만 가지고 공사에 동원되기 때문에 노동현장에서 각종 사고가 많이 난다"면서 한 발전소 공사장에 동원됐던 자기 조카도 군대에 나간 지 2년 만에 두 다리가 잘려 집에 돌아왔다고 혀를 찼습니다.
그는 "이렇게 다친 사람들은 인민군 11호 병원에서 감정 제대판정을 받고 귀가하는데, 11호 병원에 불구가 된 군인들이 너무 많아 병원 측에서 영예군인 등급을 대폭 낮추었다"고 전했습니다.
본래 그의 조카도 영예군인 1급 판정을 받아야 마땅하지만, 2급을 받고, 또 2급 대상자에게는 3급을 주는 식으로 등급을 하향 조정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북한이 영예군인 등급을 하향 조정하는 이유에 대해 그는 "영예군인들에게 등급에 따라 식량을 주는 양이 다르고, 무임승차권도 줘야 하는데, 이런 수혜자들이 많아지면 국가에 부담이 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은 영예군인들을 잘 돌봐주라고 해당 거주지역 당국에 지시를 내리고 특류(특수한 부류) 영예군인의 경우, 당위원회에서 책임지고 집을 마련해주고 결혼도 시키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또 버스와 지하철을 무료로 탈 수 있게 해주고 식량배급도 받을 수 있어 일반 사람보다 대우가 괜찮다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이 때문에 일부 영예군인들은 제대될 때 어떻게든 등급을 높게 받으려고 병원 의사들에게 뇌물을 건네고 '사업'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영예군인 숫자가 늘어나자, 사회적 지출이 많아지고 이는 국가에 큰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북한에 있을 때 병원에서 근무했던 한 탈북자는 "영예군인 판정은 11호병원에서 하지만, 사회로 방출된 뒤에는 3년에 한 번씩 해당 구역병원에서 영예군인 적격 재심사를 받아야 한다"면서 "병원에서도 등급을 자꾸 낮추려고 노력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영예군인들의 재활 능력을 도모하기 위해 영예군인 학교를 운영하고, 영예군인 만년필 공장 등 하루 6시간 제 근로 혜택도 주었지만, 90년대 중반부터 이어진 경제난으로 제 기능을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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