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생활 개선을 올해 총적 목표로 설정한 북한이 군사비의 일부분을 경공업에 돌릴 수도 있다는 파격적인 제안까지 내놓으면서 주민들의 불만 잠재우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보도에 최민석 기잡니다.
북한은 올해 신년공동사설에서 주민생활 향상을 최종 목표로 설정했습니다.
"경공업은 올해 총공격전의 주공전선이다. 지금 우리에게는 경공업혁명을 뒤받침 해주는 힘있는 기간공업이 있고 강력한 과학기술력량이 있으며 겹쌓인 시련 속에서 경공업을 상승궤도에 올려 세운 귀중한 투쟁경험도 있다."
이번 신년공동사설에서 경공업이라는 단어는 무려 21차례나 등장했고, '인민생활'도 19차례나 언급됐습니다.
그만큼 "강성대국의 문패를 달겠다"고 선포한 2012년이 눈앞에 다가온 이상, 더 이상 빠질 곳이 없다는 북한 당국의 절박감이 묻어납니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북한이 '신성불가침'으로 알려진 군사비의 일부를 민간경제에 돌리겠다고 약속하는 등 주민들의 불만과 우려를 잠재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3일 신년공동사설 관철을 위한 함경북도 청진시의 한 주요 회의에 참가한 한 간부는 "올해 당에서 경공업 발전을 위해 군수공업에 들어가던 비용을 인민경제에 돌리기로 결정했다"면서 "강성대국이 선포되는 내년에 인민들은 경제 강국의 기쁨을 맛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북한 내부소식통이 5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 "지금까지 조선(북한)이 군사강국이 되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맸는데, 핵보유국이 되면서 드디어 목적을 이루게 됐다"며 "경제발전이 이젠 당의 총적 목표가 됐다"고 언급했다는 것입니다.
핵무기와 다량의 미사일을 보유한 북한이 이젠 경제 살리기에 눈길을 돌린다는 것입니다. 평안북도 지방에서도 노동당 간부들이 "내년도 경제 강국 목표가 실현되어 인민생활에서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대대적인 투자가 있을 거라고 말했다는 것입니다.
평안북도 국경지방의 한 화학공장에 다니는 소식통은 "올해 공동사설에서 제시한 섬유, 수지, 비누 등 화학제품을 만들기 위해 군수공장에 들어가던 기름, 사탕가루(설탕), 찹쌀 등이 곧 들어오게 된다"고 간부들이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은 1960년대 자주국방 공업 노선을 제시하면서 국가예산의 막대한 부분을 군사비에 지출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내부적으로 "이 군사비의 3%만 인민경제에 돌려도 인민생활이 풀린다"고 선전하면서도 "군사비를 돌리면 미국에게 먹힌다"는 이유로 주저해왔습니다. 심지어 90년대 중반 심각한 경제난 시기에도 "통일되는 날까지 허리띠를 졸라매자"며 군사비 지출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선군정치를 표방하면서도 과연 무기생산을 중단하면서까지 인민생활을 챙기겠는지 두고 봐야 한다는 의견도 북한 주민들 속에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