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리노이 대학교 시카고 캠퍼스에서 37년 동안 정치학과 교수를 역임한 고병철 박사는 김정운이 권력 기반을 닦을 시간이 부족하고 경험이 없어 김 위원장의 실질적인 후계자가 되기 힘들며 김 위원장 사후 북한에는 군부 주도의 집단 지도체제가 들어설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습니다. 양성원 기자가 고병철 박사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불거진 지 1년이 됐습니다. 하지만 최근 클린턴 전 대통령과 만나는 모습에서 보인 그의 건강은 그리 심각한 상태가 아니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의 북한 집권이 현재 얼마나 견고하다고 보십니까?
답:
클린턴 전 대통령도 북한에 의사를 데리고 갔다고 알려졌습니다. 김 위원장의 건강이 많이 나쁘다면 그 일행을 다 같이 만나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사진까지 찍은 것으로 보니까 김 위원장의 건강 상황이 많이 나아진 것 같습니다. 아직까지 김정일 위원장이 실권을 쥐고 중요한 결정은 모두 하고 있을 것으로 봅니다.
문:
지금 북한에 대한 가장 큰 관심거리 중 하나는 북한의 권력 이양과 후계자와 관련된 문제입니다. 일단 김 위원장의 3남인 김정운이 후계자가 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들이 많습니다. 고 박사님의 견해는 어떠신가요?
답:
저도 김정운이 후계자가 될 것이란 견해에는 회의적입니다. 김정일 위원장이 고 김일성 주석에게서 권력을 이어 받은 과정을 보면 70년대 초반부터 시작해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제가 1981년에 북한에 처음 갔었는데 그 당시에도 후계 기반 구축 작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약 20년 이상 걸려 김정일 위원장이 권력을 완전히 장악했을 때 북한 군부 장성들의 90% 이상이 김정일이 직접 별을 달아 준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당시는 권력 세습이 성공했는데 이런 과정이 반복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물론 김정일도 군대 경험이 없었지만 김정운은 더 젊고 경험이 없습니다. 김정운에게 권력 이양이 잘 될지 상당히 회의적입니다.
문:
그렇다면 어떤 식의 후계구도가 될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답:
현 상황에서는 집단지도체제, 그렇지만 표면상으로는 김정운을 지도자로 내세울 수도 있습니다. 김정일의 매제, 장성택이 실세가 되겠지만 혼자서는 힘들고 군부 실세들과 손을 잡을 것으로 봅니다.
문:
김정일 위원장이 충분히 후계자의 권력 기반을 만들어 주지 못한 상황에서 사망하면 권력 이양기에 북한에 큰 혼란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답:
큰 혼란이 일어나진 않을 것으로 봅니다. 김정운이 후계자가 되더라도 그것은 표면상이고 실질적으로는 군부가 주도하는 집단지도체제가 될 가능성이 아주 큽니다.
문:
집단지도체제가 제대로 운영되지 못할 것이란 추측도 있고 집단지도체제 안에서 몇 개 파벌이 서로 싸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데요?
답:
북한 체제가 유지되는 이유는 군부가 중심을 잡고 있고 북한에서 혜택을 받고 있는 북한의 엘리트, 즉 간부들이 이를 지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사람들은 지도 체제에 큰 변화가 있으면 불이익을 당하기 때문에 군부 주도의 집단지도체제를 지지하리라고 봅니다. 또 자기들끼리 서로 싸울 가능성도 희박하다고 봅니다.
문:
미국 재무부가 11일 북한의 조선광선은행을 미국의 독자적인 금융제재 대상으로 지정했습니다. 미국의 대북제재 국면이 언제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십니까?
답:
북한의 정책과 태도가 변화될 때까지 제재가 계속될 것으로 봅니다. 오바마 행정부가 한편으로는 대화의 길을 열어 놓고 다른 한편으로는 제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대북 제재 중에서 금융제재가 가장 효과가 좋습니다. 미국의 금융제재에는 중국도 협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문:
북한은 미국의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으로 미북관계 개선에 대한 큰 기대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최근 북한의 김영일 북한 외무성 부상은 몽골 관리를 만나 조만간 미북관계에 ‘중대한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습니다. 북한의 바람대로 그것이 가능할 것으로 보십니까?
답:
만일 북한이 여태까지의 자세를 변화시켜 6자회담에 나오겠다, 비핵화 문제를 다시 협상해 보자고 하면 미국의 정책도 변할 수 있습니다.
mc:
북한의 후계 구도와 관련해 미국 일리노이 대학의 고병철 명예 교수의 견해를 양성원 기자가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