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지난해 대북 시계수출 두배 늘어

스위스는 북한에 지난해와 비교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손목시계를 수출했지만, 롤렉스를 포함한 사치품의 수출 금지 조치는 스위스에서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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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화 기자가 보도합니다.

스위스에서 시계를 만드는 회사들의 연합인 '스위스 시계산업연합(The Federation of Swiss Watch Industry)'은 3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에 지난 한 해 동안 미화로 약 5만 5천260달러 (5만9천8스위스 프랑)에 상당하는 총 449개의 손목시계를 수출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총 284개를 수출한 2007년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입니다. 스위스 시계산업연합의 자료를 보면, 2005년에 총 2천93개의 손목시계를 북한에 수출했으나, 2006년에는 고작 26개의 손목시계를 북한에 수출했습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그해 북한의 1차 핵실험을 이유로 제재 결의 1718호를 채택해 대량살상무기와 사치품의 수출을 금지했기 때문입니다.

한반도 경제전문가인 미국 의회조사국의 딕 낸토 박사는 3일 자유아시아방송과 한 전자우편 회견에서 스위스 시계산업연합의 이 같은 최근 통계가 실제보다 적게 집계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었습니다. 스위스가 북한에 수출하는 시계는 대부분 사치품으로 간주할 수 있기 때문에 스위스 시계업체들은 관련 통계를 부풀리기보다는 오히려 축소하는 경향이 있다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스위스 연방 경제부 수출통제제재과의 고위 관리는 3일 자유아시아방송과 한 통화에서 스위스 손목시계의 대북 수출이 전년도보다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롤렉스, 오메가 등 사치품이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스위스 관리: We have actually checked the value of those watches that were exported to North Korea and they are not considered as luxury watches... 스위스 정부는 북한에 수출하는 스위스 손목시계의 가격을 점검해 오고 있습니다. 현재 북한에 수출되고 있는 시계들은 사치품으로 간주할 수 없는 것들입니다.

이 관리는 스위스 정부는 유엔 회원국으로서 북한과 관련된 제재 결의안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면서, 현재 고급시계 외에도 철갑상어알(캐비어), 포도주(와인), 담배, 향수, 모피, 고급 카펫, 진주, 고가 전자제품, 고급 자동차 등 사치품의 대북 수출을 계속해서 금지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유엔이 결의한 대북 제재 가운데 사치품을 금지하는 내용은 특히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북한 지도부를 겨냥하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측근을 위한 선물이나 공을 세운 간부에게 훈장 대신 롤렉스를 포함한 스위스산 명품 시계를 제공하고 있다고 탈북자들은 증언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국영 보험사인 '조선국영보험공사'에서 일하다 탈북한 김광진 씨의 말입니다.

김광진: 굉장히 고가 시계죠. 최측근과 충성분자에게 충성심을 갖도록 하기 위해 오메가 시계를 선물로 많이 주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 워싱턴의 인권단체인 미국북한인권위원회의 연구원으로 재직하는 김 씨는 스위스 현지의 북한 대사관, 무역대표부, 조선노동당 '38호실', '39호실' 등이 각각 김 위원장과 그 측근들이 필요로 하는 사치품을 수입하는 데 혈안이 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스위스 연방 경제부는 북한의 2차 핵실험에 따른 유엔 안보리 결의 1874호의 이행을 위해 북한에 대한 무기 금수와 금융제재를 강화하는 시행령을 지난달 발표했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달 2일부터 금수 조치의 대상이 탱크나 공격용 비행기와 같은 중화기뿐 아니라 모든 무기와 관련 물자로 확대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