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북한 내 도시들을 전화로 연결해주는 '전화방'이 북-중 국경 인접 북한 도시를 중심으로 성업 중이라는 소식입니다. 일종의 전화연결 중개업체로 중국에 있는 북한 주재원들이 북한 내부로 소식을 전할 때 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김준호 특파원이 전합니다.
북한 무역 대표들과 친분이 있는 중국내 조선족 박 모 씨는 "중국에 거주하는 북한 주재원들이 평양 등 북한 내륙지방과 연락할 때 북한 내 국경도시의 '전화방'을 이용한다"고 전했습니다.
중국과 인접한 신의주와 혜산, 회령, 무산 등지에서 영업하는 전화 중개인들은 일명 '전화방'이라고 불립니다. 현재 중국과 인접한 북한의 접경 도시들에서는 적게는 2~3곳에서 많게는 10여 곳의 전화방이 영업 중인데 중국에서 장기 주재하는 북한의 무역일꾼들이 이들의 주요 고객이라는 것입니다.
전화방이 생겨나기 전에는 주로 국경 넘어 사람을 들여보내 북한 내륙 도시와 연락을 주고받는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왔는데 전화방이 생겨 아주 편해졌다고 박 씨는 주장했습니다.
전화방은 중국의 고객이 중국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어 북한 내부의 누구에게 소식을 전해달라고 요청하면 전화방 업자가 이 소식을 고객이 부탁한 사람에게 전달해 주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주로 중국에서 전화 중개인에게 거는 전화는 중국 휴대전화를, 이 소식을 전화방 업자가 북한 내부로 소식을 전할 때에는 북한 휴대 전화나 유선 전화를 이용합니다.
박 씨는 전화방 영업은 고객과 업주 사이에 신뢰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아무나 전화방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박 씨는 "이들 전화방은 북한 보안 당국에 선이 없이는 영업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 당국의 중국 휴대 전화 단속이 대폭 강화된 요즘, 당국의 비호 없이는 중국 휴대 전화를 사용하는 전화방을 운영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한편, 북한과 자주 거래하는 중국 상인들도 북한 측 대방과의 직접 통화는 가급적 피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북한 당국의 중국 휴대 전화 사용 단속이 어느 때 보다 강화되어 북한의 대방이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 단동에서 북한과 소규모 무역을 하고 있는 류 모 씨는 "조선 대방들과 요즘은 주로 문자나 음성 메시지를 이용해 연락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휴대 전화 단속이 심해 북한의 대방이 평소에는 전화기를 꺼놓고 있다가 안전한 시간대에 잠시 전화기를 켜서 문자나 음성 녹음을 확인하고 같은 방식으로 회신한 뒤 즉시 전화기를 꺼버리는 방식으로 이용한다는 겁니다.
이렇게 하면 휴대전화를 1분 이내의 짧은 시간만 사용하기 때문에 보안 당국의 전파 추적을 따돌릴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통신의 자유를 제한하는 북한체제 아래서 보안 당국과 휴대 전화 사용자 간의 쫓고 쫒기는 숨바꼭질이 결국 국제전화를 중개하는 기형적인 전화방 업종까지 등장시킨 셈입니다.
0:00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