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추운 겨울이 지나면서 북한 농촌마을에 산짐승들이 자주 출몰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현지주민들은 이런 현상이 산에 나무도 없고 먹을 게 없어 굶주림에 지친 산짐승들이 민가에 까지 내려오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중국에서 김준호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최근 중국 방문에 나선 평안북도 정주군의 한 농촌주민은 “추위가 누그러지면서 꿩과 산토끼, 멧돼지 같은 산짐승들이 마을 민가에 까지 내려오는 기이한 현상이 자주 나타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주민 소식통은 “벌거숭이가 된 산에서 먹을 것을 구할 수 없게 되자 산짐승들이 사람이 살고 있는 민가에 까지 위험을 무릅쓰고 내려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지금껏 보기 힘들었던 산짐승들이 출몰하자 마을주민들이 이를 잡겠다고 개를 풀어 산짐승 사냥에 나서는 광경이 자주 목격된다”고 전했습니다.
이처럼 산짐승들의 민가 출현이 잦아지자 일부 주민들은 “뭔가 상서롭지 못한 징조”라면서 “산짐승들도 먹을 게 없는 이 땅에서 살지 말고 중국이나 남조선으로 뛸 일이지 뭣 하러 마을에 내려왔나”라고 비아냥 거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옆의 다른 사람이 이 말을 받아 “보위부에서 통행증을 안 떼 주는데 산짐승이라고 별 수가 있겠느냐”며 뼈있는 농담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이 주민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이와 관련 평안북도 의주에 거주했었다는 한 화교 소식통은 “산짐승들이 민가에까지 나타나는 현상은 먹이 때문이기도 하지만 특히 가뭄이 심한 이른 봄에 북한의 (나무가 없는)민둥산에는 물을 구할 수 없기 때문에 물을 찾아 내려오는 경우도 많다”고 주장했습니다.
중국 농촌의 경우, 산짐승의 출몰 현상을 보기 어려운데 중국의 산들에는 나무가 울창해 물과 먹잇감이 풍부하기 때문이라는게 화교 소식통의 설명입니다.
한편 북한은 최근 김정은 제1비서가 산림녹화를 강조하는 노작을 발표한 이래 나무심기에 행정력을 총동원해 나무심기 작업과 입산금지 조치를 내리는 등 주민들을 다그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평안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나무심기와 관련해 (당의)방침을 소홀히 했다는 이유로 이달 초 의주군당 책임비서가 ‘당에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자’라는 비판을 받고 사법처리 될 운명에 처해졌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