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겨울 체육의 꽃인 동계 올림픽이 이제 열흘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오는 12일부터 약 2주에 걸쳐 진행되는 캐나다 밴쿠버 동계 올림픽에는 한국과 북한이 나란히 참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남북한 동계 올림픽 어제와 오늘을 서울에서 노재완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1960년대 여자 장거리 속도빙상에서 아시아 선수로는 드물게 세계적인 선수가 있었습니다.
바로 북한의 빙상 영웅 한필화입니다.
장거리 속도빙상은 신체가 작은 아시아 선수에게는 힘든 종목이지만, 한필화는 타고난 체력과 불굴의 투지로 세계 정상에 우뚝섭니다.
비록 1964년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동계 올림픽에서 3천m 종목에서 아깝게 은메달에 그쳤지만, 구라파 선수들의 잔치로만 알았던 동계 올림픽에서 북한이 거둔 은메달의 성과는 가히 기적에 가까운 것이었습니다.
당시 한필화의 은메달은 아시아인으로선 첫 메달이기도 했습니다.
한국 내 탈북 지식인 모임인 NK지식인연대 김흥광 대표입니다.
김흥광: 어릴 때 한필화 선수는 저의 우상이었습니다. ‘은반의 혜성’이라고도 표현했는데요. 북한의 명예를 알리는 데 큰 공헌을 한 사람입니다. 때문에 북한에서 한필화 하면 빙상 영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반면, 인스부르크 대회에서 한국은 출전하는 종목마다 최하위의 성적으로 전멸하다시피 합니다.
북한의 동계 올림픽 첫 메달 소식에 자극을 받은 한국은 이후에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지만, 80년대 까지 메달 획득에는 실패합니다.
‘체력이 곧 국력’이란 말이 실감날 정도로 당시 남북은 똑같이 제대로 된 빙상관 하나가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북한은 속도빙상에서 이듬해 열린 핀란드와 66년 노르웨이, 그리고 70년 베를린 세계선수권대회까지 연거푸 종합 2위를 차지하면서 동계 체육의 전성기를 누립니다.
그러나 북한의 전성기는 여기까지였습니다.
70년대 이후 경제가 쇠락의 길을 걸으면서 동계 종목의 경기력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물론 92년 프랑스 알베르빌 올림픽에서 ‘짧은주로 속도빙상’이라고 불리는 쇼트트랙 종목에 출전한 황옥실 선수가 500m에서 동메달을 따는 쾌거를 이루지만, 올림픽 메달의 인연은 이어가지 못했습니다.
거꾸로 한국은 1988년 서울 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경제가 급성장 하면서 동계 체육분야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발휘합니다.
북한의 황옥실 선수가 메달을 따냈던 알베르빌 대회 때 한국은 짧은주로속도빙상과 속도빙상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동메달 각각 1개를 따내며, 올림픽 메달 순위에서도 세계 10위에 오릅니다.
60년대 북한이 누렸던 기적을 한국은 30년이 지난 뒤에야 경험을 한 것입니다.
80년대 이룩한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동계 종목에 집중 투자한 결과로 분석됩니다.
한국의 이런 눈부신 성과에 대해 세계도 주목했습니다.
이어 한국은 2년 후에 열린 1994년 노르웨이 릴레함메르 올림픽에서 6위를 시작으로 지난 2006년 이탈리아 토리노 올림픽까지 계속해서 10위권 안팎을 유지하게 됩니다.
대한빙상경기연맹 이치상 사무국장입니다.
이치상: 97년도부터 삼성이 대한빙상경기연맹에 스폰서 회사가 돼서 상당한 예산을 투입했습니다. 거의 100억 이상을 투입했습니다. 그래서 오늘의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됐다고 봅니다. 스포츠는 장기 기획에 의한 투자가 없이는 절대로 성과를 거둘 수가 없습니다.
이번 밴쿠버 동계 올림픽에서 한국은 강세종목인 짧은주로속도빙상을 비롯해 속도빙상과 빙상휘거 등에서도 메달을 딸 것으로 예상돼 종합성적에서 무난히 세계 10위권 안에 들 전망입니다.
무엇보다 이번 올림픽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종목은 여자 빙상휘거입니다.
현재 세계선수권자인 한국의 김연아 선수가 아시아 국가로선 처음으로 올림픽 빙상휘거에서 금메달을 딸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입니다.
이에 반해 북한은 이번 올림픽에서 주목할 만한 선수가 없습니다.
특별히 기대할 만한 종목도 없어 메달권 진입이 어려울 전망입니다.
참가의 의미를 두고 출전하는 올림픽이지만, 과거에 영광이 있었기에 오늘의 북한은 아쉬움이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