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북한 해외 노동자] ⑦ 일감 없어 몽골서 ‘떠돌이 신세’

울란바토르-노재완 nohjw@rfa.org
2016.07.22
mongol_nk_labor3_b 북한 노동자들이 일하는 것으로 알려진 울란바토르 건설현장.
RFA PHOTO/ 노재완

앵커: 북한이 외화벌이를 위해 전 세계 곳곳으로 주민들을 내보내고 있습니다. 북한의 해외 노동자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노예노동을 강요당하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이 마련한 ‘2016 연중 기획보도’ 북한 해외노동자 시리즈. 오늘은 그 일곱 번째 순서로 몽골 건설 현장을 찾아갑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기자가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의 현장을 방문해 취재했습니다. 보도에 노재완 기자입니다.

몽골 울란바토르 시내에 있는 한 어린이집. 어린이집은 5살 이하 아이들이 배우고 노는 곳입니다. 몽골 건설 관계자는 이곳에 북한 노동자가 있다며 기자를 안내했습니다. 이 어린이집은 신축 아파트 단지에 개인이 투자해 만든 겁니다. 어린이집은 1, 2층으로 돼 있으며 일주일간의 내부공사를 거쳐 문을 열었습니다.

지난 5월, 어린이집에서 만난 북한 노동자 김은철(가명) 씨는 몽골 건설 관계자와 평소 알고 지내던 사이였습니다. 만나자마자 가벼운 농담을 던진 김은철 씨는 “전날 공사가 다 끝났는데 위생실 벽에 타일 붙일 게 조금 남아 잠깐 나왔다”고 말했습니다.

김은철(가명): 타일은 우리가 붙였어요.

기자: 그래요?

김은철(가명): 여기는 타일을 작게 잘라서 땜질한 겁니다. (웃음)

김 씨를 비롯해 북한 노동자 3명은 공사 내내 이곳에서 숙식을 해결했습니다. 하지만 몽골의 4월 말 5월 초 사이는 한반도와 달라 오전에는 영하로 떨어지고 낮에도 영상 10도 안팎에 머무는 쌀쌀한 날씨를 보입니다. “지내는데 춥지 않았냐”고 묻자 김 씨는 “지낼만했다”고 답했습니다.

숙소가 아닌 위험한 공사 현장에서 먹고 자는 것에 대해서 몽골 당국은 깊이 관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조선체코신발기술합작회사 사장을 지낸 탈북자 김태산 씨의 말을 잠시 들어보시겠습니다.

김태산 탈북자: 1996년 제가 몽골에 갔을 때 북한 공병국에서 다리 건설을 위해 나온 사람들이 있었는데요. 그때 당시에도 북한 노동자들은 고정 숙소를 정하지 않고 시설이 열악한 20피트 컨테이너에서 추운 겨울을 보냈습니다. 그건 돈을 절약하기 위해서죠.

몽골에서 북한 노동자에 대한 인식은 좋은 편입니다. 몽골 건설 관계자는 “인부가 필요할 때마다 자주 북한 사람을 쓴다”고 말했습니다. 일단 기술이 좋고 성실하기 때문입니다. 이날 둘러본 어린이집도 바닥 마루며 위생실, 거실 천장까지 흠잡을 게 없었습니다.

김은철(가명): 우리는 몽골 회사와 계약을 맺고 왔기 때문에 비자를 받고 온 겁니다. 그래서 몽골 회사에서 아파트 짓고 조적도 쌓고 미장과 마감까지 모든 일을 다 합니다.

기자: 여기 몽골에 오셔서 돈을 좀 버셨습니까?

김은철(가명): 네, 좀 벌었습니다. 그렇다고 많이 번 것은 아니고요. (웃음)

몽골 건설 관계자는 기자를 다른 공사 현장으로 안내했습니다. 울란바토르 중심부에서 북쪽으로 약 2km 떨어진 건설 현장입니다. 이곳에서도 북한 노동자들을 볼 수가 있었습니다. 당시 고층건물을 짓고 있었는데 조적쌓기가 끝나고 창틀 끼우기가 한창이었습니다.

몽골인 노동자들 사이에 3명의 북한 노동자가 보였습니다. 몽골 건설 관계자와 기자가 다가갔지만 이들은 입을 굳게 다문 채 묵묵히 일만 했습니다. 이곳 건설 현장에서 북한 노동자들이 일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말부터입니다.

몽골 건설 관계자: 북한 노동자들은 밖에서 방을 얻어 월세 주고 출퇴근하는 게 어렵습니다. 돈이 들어가니까요. 또 다른 현장을 가도 그 현장에서만 숙식을 해결하려고 합니다. 지금 여기서 보니까 마음이 너무 아프네요.

마지막으로 기자가 간 곳은 새로 지어진 대규모 아파트 단지입니다. 이곳의 한 아파트에서 세대 분리 공사를 하고 있는 북한 노동자들을 만났습니다.

북한 노동자: 아파트 하나를 가운데 부분을 막아서 두 개의 집으로 만들었습니다. 지금은 밑에 타일을 발라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원래 방 4개짜리 아파트였는데 방 2개씩 나눠서 두개의 살림집을 만드는 겁니다.

빈방에서 잠시 텔레비전을 보면서 휴식을 취하는 노동자도 있었습니다. 베란다 한쪽에서는 잘박잘박한 지지게(찌게) 끓이는 소리도 났습니다. 저녁 식사 준비를 하는 모양입니다.

기자: 이거 공사하는 데는 며칠 걸렸어요?

북한 노동자: 이거 막고 미장하고 마무리까지 하는데 4명이서 3일 걸렸습니다. 저희는 일을 할 때 시간 계산으로 하지 않고 일할 분량을 정하고 합니다.

몽골은 1990년대 이후 경제 발전 과정에서 건설·광업 분야의 숙련된 노동력이 필요했습니다. 몽골은 2000년대 중반 외국인 노동력을 활용하는 방안을 세우고 북한과 접촉을 시도했습니다. 마침 2007년 7월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몽골에 방문했을 때 양국은 노동력 상호 교환에 관한 협정을 체결했습니다.

협정에 따라 몽골은 2008년부터 2013년까지 북한 노동자 5천 명을 고용했습니다. 하지만 몽골은 2014년부터 지독한 경제 불황을 겪게 되는데 그때부터 건설 현장도 많이 사라졌습니다.

몽골 한인상공회의소 사무국장: 몇 년째 중국의 상황이 나빠지면서 석탄을 비롯해 철광석과 구리 등의 지하자원에 대한 중국 수출길이 거의 막혔습니다. 게다가 외국인 투자까지 철수하면서 경제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습니다.

건설 부진으로 일감이 없어지자 북한 노동자 중 상당수가 귀국행 비행기를 탔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1천500명 정도만 남아 일하고 있습니다. 몽골 한인상공회의소에 따르면 몽골에서는 외국인 고용 제한법이 있어 공식적인 건설 현장에서 북한 노동자들을 적정 수준 이상 고용할 수 없습니다. 이는 몽골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몽골 당국의 조치로 해석됩니다.

그렇지만 남아 있는 북한 노동자들은 계속 일을 찾아다녀야 하는데 문제는 몽골의 건설 경기가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최근에도 공사가 중단되거나 업체가 문을 닫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래서 일감이 뜻하지 않게 생기면 기존의 공사 현장에서 몇 사람을 빼서 그 일에 투입하기도 하는데 북한 노동자들은 돈을 벌기 위한 것이라면 위험한 일도 마다치 않습니다.

몽골 건설 관계자: 만약 북한 사람들이 여기서 30명 정도 일한다고 가정했을 때 다른 현장에서 5명 정도가 일할 게 생기면 5명을 빼고 나머지 25명이 30명처럼 일을 합니다.

몽골에 있는 북한 노동자들은 주로 수도인 울란바토르와 그 주변에서 일하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20대 초부터 40대 중반까지 연령대도 다양합니다. 그런데 북한에서는 해외로 노동자들을 보낼 때 숙련공을 보내지 않습니다. 대부분 현장에 가서 일을 배우도록 합니다.

몽골 건설 관계자: 2년 전에 4층 건물을 지을 때 북한 노동자 16명을 데리고 와서 일했는데요. 일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대부분 23~27세의 젊은 사람들이었는데 당연히 힘이 세고 일도 빠르게 할 줄 알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더구나 기술도 형편 없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일하고 나서 저녁 먹을 때 3명을 지목해서 물었습니다. 왜 일이 서투냐고 물었더니 몽골에 온 지 얼마 안 돼 이제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고 말을 하더라고요. 반면에 40대 북한 노동자들은 못 하는 게 없었습니다. 미장이며 타일 붙이기 등 시키면 뭐든 다 잘했습니다.

몽골도 일주일에 5일만 일합니다. 토요일과 일요일은 쉰다는 얘기입니다. 그렇지만 북한 노동자들은 상당수가 금요일 저녁부터 일요일까지 야간작업을 포함하여 또 다른 일을 합니다. 이들에게는 사실상 쉬는 날이 없습니다.

일을 시작하고 다음 날 잘 곳이 없어 전전긍긍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야간작업을 한 뒤 지하실 같은 곳에서 자기도 하는데 일이 끝나면 이들은 어디든 가서 또 숙식을 해결해야 하는 떠돌이 신세입니다. 보통의 북한 노동자는 합숙생할을 하지만 이처럼 정처 없이 떠도는 부류도 있습니다. 떠돌다가 일감을 찾으면 공사현장이 바로 숙식 장소가 되는 겁니다.

김태산 전 조선체코신발합작회사 사장: 체코는 노동 규정법에 국가가 허용한 숙소에 노동자들이 묵어야 하는데 한 방에 4명 이상 두지 못하게 돼 있습니다. 그 정도로 까다롭습니다. 하지만 몽골의 경우 아직 그런 규정이 없기 때문에 건설 현장이라든가 시설이 열악한 컨테이너에서 자는 데 문제가 없습니다. 숙박비를 아꼈다고 해서 그 돈을 북한 노동자들에게 주는 것은 아닙니다. 그 돈은 국가에 들어가기도 하고 관리자들이 중간에 뜯어먹기도 합니다.

몽골 건설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몽골에서 일하는 북한 근로자의 월급은 약 40만 투그릭, 미화로 환산하면 200달러 정도입니다. 몽골 노동자들의 경우 보통 60만 투그릭, 즉 300달러를 받습니다. 똑같은 일을 해도 100달러나 차이가 납니다.

몽골 노동자들과 비교하면 북한 노동자들은 기술도 좋고, 부지런합니다. 게다가 교육도 잘 받은 고학력자들입니다. 그런데도 공사장에서 몽골 사람들의 지시를 받으며 그들보다도 못한 노임과 처우를 받고 있습니다. 북한 노동자들은 쥐꼬리만한 돈을 벌기 위해서 그저 기계처럼 일할 뿐입니다.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