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연형묵 전 총리 암살설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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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간부들 사이에서 2005년 10월에 사망한 연형묵 전 자강도당 책임비서의 암살설이 다시 확산되고 있습니다. 12월 3일 함경북도 회령시를 시찰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연형묵 전 책임비서의 이름이 나오자 대노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 같은 주장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자세한 소식, 문성휘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지난 12월 3일, 함경북도 시찰에 나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자신의 생모 김정숙의 고향인 회령시를 방문했습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2월 4일, 이와 같은 소식을 전하면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김정숙의 동상을 찾아 경의를 표하고 회령대성담배공장과 회령식료가공공장, 회령고려약공장, 새로 건설된 회령음식점거리를 돌아보았다고 보도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통들은 김 위원장의 회령시 시찰과 관련해 간부들과 지식인들 속에서 연형묵 전 자강도당 책임비서의 사망원인에 대한 의혹이 새삼스럽게 부각되었다고 전했습니다.

함경북도 회령시의 간부 소식통은 “도당책임비서와 함께 회령식료공장을 돌아보던 김정일이 연형묵의 이야기가 나오자 크게 화를 냈다”며 “옆에서 동행하던 호위일꾼들의 부축을 받으며 겨우 진정됐고 도당책임비서는 그 자리에서 쫓겨났다”고 증언했습니다.

오수용 함북도당책임비서가 회령식료가공공장에서 생산한 ‘말린 산나물’을 김 위원장에게 보여주며 “함경북도 인민들이 강계정신을 본받아 많은 성과를 이루었다”고 자찬하며 “함경북도 간부들 속에서 연형묵 동지를 따라 배우기 위한 운동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 입니다.

소식통은 오 책임비서가 던진 이 말 한마디에 갑자기 김 위원장의 얼굴이 굳어지고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면서 옆에 있던 호위부관들이 부축해주는 가운데 ‘이 자리에서 왜 연형묵이 소리가 나오냐’고 마구 소리를 질렀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소식이 간부들 속에 알려지면서 한 때 내각총리를 지냈던 연 전 총리의 석연치 않은 사망원인이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양강도 혜산시의 또 다른 간부도 “연 전 총리는 병으로 죽은 것이 아니다”며 “백마-철산 물길공사장을 돌아보고 오다가 미림다리에서 자동차사고를 당해 죽었다”고 밝혔습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연 전 총리는 1992년 12월부터 2005년 6월까지 자강도당 책임비서 겸 인민위원회 위원장으로 사업하면서 ‘고난의 행군’시기 자강도 주민들의 먹는 문제와 전기 문제를 해결해 많은 인기를 얻었다고 합니다.

북한의 주요 군수공업기지이며 상당수 군인들이 밀집된 자강도에서 연형묵의 인기가 치솟는데 대해 불안감을 느낀 김 위원장은 2005년 6월 그를 자강도에서 떼어내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으로 명목상 승진시켰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연 전 총리는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사업하면서 김 위원장의 ‘강성대국론’에 대해서 “할 것을 하겠다고 해야지 다시 한 번 거짓말을 하면 인민들이 믿지 않는다”며 정면으로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심기가 불편해진 김 위원장은 2005년 10월 2일, 연 전 총리에게 ‘백마-철산 물길공사’ 준공을 책임질 데 대해 지시했고 10월 10일, 노동당창건 60돌 행사가 끝난 후에 ‘백마-철산물길’의 일부 구간들에서 제방들이 무너져 내렸다는 소식을 구실로 그를 다시 물길공사장에 내려 보냈다는 것입니다.

소식통은 공사장을 돌아보고 오던 그가 승용차를 타고 평양미림다리를 건너다 갑자기 나타난 대형 트럭과 충돌해 부상을 입은 후 노동당 고위간부들의 전용병원인 ‘봉화진료소’에 입원했다며 비록 큰 부상을 입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고 대화도 자유롭게 주고받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던 그가 사고 닷새 후인 2005년 10월 22일에 병원에서 갑자기 사망했다는 것입니다.

췌장암으로 2004년 11월 러시아에서 수술까지 받은 연 전 총리는 사망하기 직전인 2005년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60돌 행사에도 참가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벌였습니다.

북한 당국은 그의 죽음에 대해 오랜 병환으로 인한 사망으로 발표하고 장례식도 요란하게 치렀습니다. 하지만 2008년에도 북한 주민들 속에서 연형묵 암살설이 크게 나돌아 노동당과 사법기관들이 총출동하여 소문 막기에 나서는 등 연 전 총리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은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고 소식통들은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