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북 인권 주간 특집 (2) 기억과 관용의 시간

권은경· 북한반인도범죄철폐국제연대 사무국장
2016-09-15
이메일
댓글
공유
인쇄
  • 인쇄
  • 공유
  • 댓글
  • 이메일
부에노스아이레스의 Plaza Dorrego에서 일요일 오후 시민들이 탱고를 추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Plaza Dorrego에서 일요일 오후 시민들이 탱고를 추고 있다.
Photo courtesy of Wikipedia/Helge

지난겨울, 독일에서 열렸던 북한 인권 영화제가 이번엔 라틴 아메리카를 찾았습니다.

영화를 통해 북한 주민들의 삶을 보여주고 탈북자와 납북 피해자 가족이 참석해 직접 본인들의 경험을 전했습니다.

북한 반인도 범죄 철폐 국제 연대 ICNK와 각 국가의 시민단체가 함께 만든 8일 간의 일정...

ICNK 권은경 국장이 그 현장을 전합니다. 오늘 그 두 번째 시간입니다.

=====================================

아르헨티나의 수도이자 이 나라에서 가장 큰 도시인 부에노스아이레스는 스페인어로 좋은 공기라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바다가 인접해 항구가 있고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 사이를 지나는 라플라타 강이 흐르는 아름다운 도시입니다.

그리고 세계 사람들이 부에노스아이레스 하면 떠올리는 것은 바로 이것!

바로 탱고입니다 !

탱고는 음악이자 춤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남자와 여자 무용수가 서로를 안고, 거기에 조금 과장을 보태면 입에 장미를 물고추는 격정적인 춤... ! 남녀 무용수가 서로를 안고 추기 때문에 네 발의 예술이라는 별칭으로 불리지만 관능보다는 고통에서 태어났습니다.

탱고가 태어난 곳은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외곽에 위치한 ‘보카’라는 항구 도시... 보카에서도 ‘카미니토’라는 좁은 거리입니다. 관광객이면 누구나 가보는 이 거리에 저희도 들렀습니다.

세계 1차 대전 이전까지 유럽으로부터 엄청난 이민자들이 물려왔던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민의 70% 이상이 유럽 이민자와 그들의 자손이었습니다. 이런 시대적 배경 속에 공업 지구와 접해있던 지저분한 항구 지역 보카에는 이탈리아 출신이 주를 이루는 극빈층 이민자들이 모여 살았는데 이들은 주로 항구의 노동자였고 돌아갈 수 없는 고향에 대한 향수를 가슴 깊이 품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연주된 음악, 그 음악에 맞춰 췄던 춤은 그들의 그리움과 고독, 힘든 가난 속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체념과 슬픔의 정서가 그대로 담겨있습니다.

남한에서 70년대 방영됐던 ‘엄마 찾아 삼만리’라는 아동 영화가 있습니다. 저도 매일 눈물을 뿌리며 봤던, 아동 영화 치고는 너무 슬펐던 ‘엄마 찾아 삼만리’의 배경이 바로 이 까미니토와 아르헨티나 였습니다. 유럽에서 엄마를 찾기 위해 배를 타고 ‘삼만리’를 여행한 마르코는 여기 까마니토에 도착해 어머니를 찾아 길을 떠납니다.

그 길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 때로는 기쁘고 때로는 슬픈 일들을 겪으며 결국 어머니와 상봉하고 고향으로 돌아가게 되는데요. 저는 이 길에서 아들과 아버지 얘기를 알리기 위해 삼만리를 떠나온 김동남 씨, 황인철 씨와 함께 서 있습니다. 이 두 사람의 끝도 이 아동 영화처럼 해피엔딩이 될 수 있을까요?

참고로... 저희는 너무 늦게 도착해서 탱고 공연은 보지 못하고 그냥 거리만 보고 호텔로 돌아왔습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가장 중요한 일정은 23일 열린 전체주의 희생자 피해 추모의 날 행사였습니다. 이 날의 정확한 이름은 스탈린 나치 희생자 피해 추모의 날, 세계 2차 대전 당시 희생당한 수많은 유대인들을 기억하는 날로 2008년 유럽 의회에서 지정돼 매년 8월 23일 열리는 행사입니다.

그러나 단순히 유대인의 희생만을 추모하는 날이 아닌 반유대주의 운동을 반대하며 그 선상에서 인종주의를 반대하고 전체주의로 고통을 겪고 있는 국가의 인권 문제도 다루고 있습니다.

저와 탈북자 김동남 씨, 황인철 씨를 초청한 단체는 전체주의 희생자 추모의 날 행사를 주도하고 있는 ‘까달’이라는 단체였는데요. 인권 문제를 다루는 연구소이며 2014년부터는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유엔에 보고서를 내기도 했습니다.

권은경 발표: 국제 사회 연대 필요합니다, 특히 먼저 민주화, 인권 실현을 한 나라들이 연대의 힘을 보여주는 게 필요합니다...

이 행사에 참석한 다른 국가들의 운동가들도 잠깐 소개해보겠습니다.

우선, 적도 기니의 민주화 운동가 투투.

투투 : 저는 투투 알리칸테, 적도 기니에서 왔습니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작은 국가 적도 기니에는 1982년 대통령에 취임해 36년간 장기 집권하고 있는 테오도로 오비앙 응게마가 있습니다.

이 사람이 대통령으로 세계 최장기 재임 기록을 갖고 있답니다. 쿠데타로 집권한 응게마는 역대 선거에서 단 한번도 97% 이하의 지지를 받아본 적이 없다니 북쪽과 상당히 비슷한 부분이 있습니다.

최근 북한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 위원장, 이어 외무성 대표단이 적도 기니를 방문하는 등 긴밀한 교류가 있는 국가입니다.

투투 : 우리나라도 북한처럼 독재자가 장기집권하고 있습니다. 저는 북한에 있는 여러분께 강한 연대 의식을 느낍니다.

중국 천안문 사태 생존자로 미국에 망명해 국제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인권 활동가 양지안리도 있습니다.

양지안리는 남한의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이 유네스코에 등재된 것처럼 천안문 사태와 그 기록물을 유네스코에 등재하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유네스코 등재를 위해서는 각국의 협조가 필요하기 때문에 여러 국가 관계자들을 만나 설득하는 과정에 있다고 합니다.

양지안리 : 저는 양지인리, 저는 중국 사람이고 지금은 미국에서 살면서 30년 째 인권 운동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는 여기 각 국가와의 연대를 위해 참가했습니다.

아르헨티나에서의 마지막 일정은 법무 인권부라는 국가 부처를 방문해 인권 담당 부서장을 만나는 것이었습니다.

법무 인권부 건물이 상당히 특이했는데 위에서 보면 ㅁ 자 형입니다. 건물 가운데가 뻥 뚫려 마당이 있는 형태로 그 공터 한 가운데 나무가 한그루 심어져 있었습니다.

전면의 건물은 강제 실종 박물관이었고 뒤쪽이 법무 인권부가 사용하고 있었는데요. 서늘한 바람이 불던 이곳은 옛날, 북한으로 치면 보위부가 사용하던 건물이랍니다.

사람들을 끌고 와서 가운데 마당에서 고문을 하기도 하고 실제로 죽이기도 했던 그 자리가 지금은 인권부와 인권 박물관으로 바뀌어 있다는 사실이 슬프기도 하고 눈물이 날 만큼 감동적이기도 했습니다.

뉴스 클립 : 오헤나 유엔 북한 인권 보고관 관련...

8월 1일부터 업무를 시작한 신임 토마스 오헤나 퀸타나 제 3대 유엔 북한 인권 특별 보고관은 아르헨티나 출신입니다. 현재 아르헨티나에 머물고 있어 면담 자리가 마련됐습니다.

김동남 씨와 황인철 씨를 취조하듯 꼼꼼히 인터뷰한 뒤 퀸타나 보고관은 납치 희생자들의 상황과 이름을 외부 세계에 알리는 꾸준한 노력이 구출이라는 목표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우리가 정치범 수용소로 끌려간 사람들, 납북된 사람들의 이름과 그들이 실종, 납치 정황을 수년 동안 잊지 않고 지겹도록 되뇌는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일 겁니다.

덧붙여 퀸타나 보고관은 북한 당국과의 직접 대화를 시도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퀸타나 보고관은 아르헨티나의 인권 변호사 출신으로 미얀마 특별 보고관으로 미얀마가 군사정부에서 민간정부로 전환하는 과정을 지켜보기도 했습니다.

대화가 없이는 문제의 진척이 없다는 사실을 미얀마에서 경험했기 때문에 북한도 꼭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 내기를 희망하고 있었습니다.

북한의 간부 상식 사전에는 멕시코 사람들이 세상에서 가장 수다스러운 민족이라고 적혀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요. 글쎄요... 상식 사전이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멕시코에서의 가장 중요한 일정은 멕시코시티에 있는 기억과 관용 박물관에서 진행됐습니다.

현대적 건물 안에 잘 정돈된 박물관에는 멕시코 외에도 전 세계에서 발생한 전쟁과 폭동의 잔혹함을 사진과 동영상, 모형, 자료 등으로 자세히 보여주고 있었는데요. 전시를 보며 분노보다는 평화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잔혹한 역사를 뒤로 하고 관용을 한다는 일이 쉬운 건 아닐 것 같습니다.

이 박물관은 세계의 인권 문제에 기여한 인물과 인권 문제에 역사적 사건을 선정해 그들에 대한 전시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곳에서 바람이 두 가지 생겼습니다.

북한 인권 상설 전시관을 만들어보자는 것 하나, 우리에게도 기억하고 관용을 베푸는 시절이 왔으면 좋겠다는 것 둘.

지난겨울, 몇 줄의 이메일이 현실이 돼 우리 세 사람이 이역만리 중남미에 온 것처럼 우리의 이 바람도 언젠가는 현실이 될 것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투투와 양지안리의 메시지를 전해드리며 인사드립니다.

투투 : 남한, 일본, 중국, 북한 어디든 사람의 가치는 똑같습니다. 북한 친구들 포기하지 말아주세요. 포기하면 어떤 것도 얻을 수 없습니다.

양지안리 : 자유에 대한 갈망은 아주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자유를 원하는 것은 전우주적인 일입니다. 우리는 여러분께 정보를 들여보내고 여러분을 돕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찾겠습니다. 기다려주세요. 하나님의 은총이 여러분께 함께 하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권은경이었습니다.

하고 싶은 말 (0)
  • 인쇄
  • 공유
  • 이메일
원본 사이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