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복무하는 북한의 여성 병사들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17.02.24

불쌍한 북한 여성병사들

북한 당국이 선전매체를 통해 소개하는 북한의 모습에는 웅장함과 화려함만이 가득합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감추고 싶은 북한의 참모습이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2분 영상, 북한을 보다’시간에서 실제로 북한에서 촬영한 동영상을 통해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오늘날 북한의 실상을 꼬집어봅니다.

- 인민군에서 여군의 비율과 역할 증가

- 남성만으로 병력 유지 힘들어 여군 입대 의무화 분위기

- 만성적인 영양부족에 생리 멈추기도

- 성희롱에 임신까지, 딸 군대 보낸 부모들 걱정

- 차라리 장사를 가르치는 것이 더 낫다, 뇌물 써 안 보내기도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가 2013년 6월에 촬영한 북한의 지방 도시.

골목길에 형성된 장마당에서 사람들이 물건을 사고팔고 있습니다. 그중에 군복을 입은 여성 병사가 보이는데요, 물건을 고르다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어려 보이는 이 여성의 계급은 부사관. 최근 북한 인민군 사이에서 여성 병사의 비율이 늘어나고 있는데요, 남성만으로는 필요한 병력을 채울 수 없어 여성이 모병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2011년 11월, 평안북도의 신의주시. 두툼한 군복을 입고 방한모를 쓴 여성 군인들이 모여있습니다. 대부분 군인의 얼굴은 중학생처럼 어려 보이고요,

2013년 9월, 함경북도 청진시에는 해군 복장을 한 여성군인이 거리를 걷고 있습니다.

이처럼 북한에서 여군의 모습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데요, ‘아시아프레스’가 북한의 취재협조자에게 물어보니 고급중학교를 졸업한 여학생의 1/3이 입대하는 실정입니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에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고, 당시 세대가 입대해야 하는 오늘날 병력 부족이 정말 심각해졌는데요, 북한 당국에서는 병력을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여군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현지 북한 주민의 인터뷰 내용입니다.

[북한 주민] 신체검사 합격 맞고, 일없으면 여자들도 군대에 많이 나가요. 군대 보내면서 안 우는 부모가 하나도 없어요. 다 울어요. 돈 있고, 권력 있는 사람들은 자식을 좋은 데로 뽑으려고 돈 먹여서 사업하고…

이처럼 딸을 군대에 보낸 부모가 우는 이유는 군대의 상황이 매우 열악하고, 그곳의 생활이 힘들기 때문인데요, 이미 일상적인 일이 되어 버린 영양실조는 물론이고, 힘든 노동과 성희롱까지 여성 병사를 괴롭히고 있습니다.

딸을 군대에 보낸 여성의 말도 들어봤는데요, 한창 좋을 나이에 군대에 가 고생하는 것보다 차라리 장사를 배우는 것이 더 좋았을 것이라며 후회합니다.

[북한 여성] 우리 딸들이 10년을 군사복무 했습니다. 처녀 때 화장도 한 번 제대로 못 하고, 영도자를 받들고 군대를 안 보내고 장사나 시켰으면 제 앞가림 다 하고 제 궤도에 올랐을 텐데…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의 설명도 들어봤습니다.

[Ishimaru Jiro] 북한 인민군 병사들 가운데 영양실조가 만연됐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 아닙니까? 여성 병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여성 부대에만 식량 공급을 하는 것이 아니니까 부모 입장에서 딸을 군대에 보내면 걱정스럽죠. 북한 주민의 증언에 따르면 영양부족 때문에 생리가 멈추는 것이 일상적이고, 생리가 있는 여병사에 대해서는 오히려 ‘왜 당신은 생리가 있는가?’라며 관심을 가질 정도라고 합니다.

[북한 주민] 여군 병사가 말하더라고요. 진짜 먹을 것이 없고, 힘들고…여자들이 위생도 안 하고, 위생을 하면 군대에서 찾는데요. ‘똑같이 먹고, 똑같이 훈련하는데 왜 이 여자는 어떻게 생리를 하느냐?’며 검사하려고…

이뿐만이 아닙니다.

이시마루 대표에 따르면 동영상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상관에 의해 성희롱을 당하거나 심지어 임신까지 해 제대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요,

[Ishimaru Jiro] 그 부분에 대해서는 동영상에 담지 않았지만, 성희롱이 많다고 합니다. 부대 안에서 상관들, 장교로부터 성희롱이 일상적인 일이 됐고, 임신까지 해서 제대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그래서 부모는 딸들이 군대에 갈 때 정말 걱정을 많이 하죠.

여군의 현실이 이렇다보니 1980년대까지만 해도 군인은 여자 직업으로서 선망의 대상이었지만, 식량부족과 열악한 처우 등 오늘날 여군의 현실이 이렇다 보니 입대는 기피대상이 됐는데요, 당연히 딸을 군대에 보내지 않으려는 부모의 노력도 작지 않습니다.

뇌물을 쓰거나 가짜 진단서를 발급받아 딸의 입대를 막으려 애쓰는데요,

이시마루 대표에 따르면 여성의 입대는 의무가 아닙니다. 하지만 남성만으로는 병력을 유지할 수 없다 보니 여성의 군복무가 필수적인데요, 그래서 여성도 의무적으로 군복무를 해야 하는 분위기가 확산했습니다.

[Ishimaru Jiro] 자기 딸을 적당한 나이에 시집보내고 싶고요, 군대에 가도 나중에 특별히 나아지는 것이 없으니까, 처음부터 장사라도 배우게 하는 것이 오히려 딸 인생에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요. 그래서 뇌물을 바쳐서 가능하면 피하려 하고, 그것이 어렵다면 식량 공급이 괜찮은 부대로 배치되도록 애쓰고 있다고 합니다.

동영상에는 터벅터벅 힘겹게 거리를 걷는 여군의 모습, 피곤함에 지친 여군이 역사의 의자에 앉아 잠에 빠진 모습 등도 포함됐는데요,

한창 배우고 꿈을 키워야 할 나이에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건강도 돌볼 수 없는 군대에서 자신의 청춘을 바쳐야 하는 것이 오늘날 북한 여군이 처한 현실입니다.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