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기기와 함께 깊숙이 파고든 영상문화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16-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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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내 한국드라마 이렇게 확산됐다

북한 당국이 선전매체를 통해 소개하는 북한의 모습에는 웅장함과 화려함만이 가득합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감추고 싶은 북한의 참모습이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2분 영상, 북한을 보다’시간에서 실제로 북한에서 촬영한 동영상을 통해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오늘날 북한의 실상을 꼬집어봅니다.

- 영상 촬영기․재생기 등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영상기기

- 중요한 순간을 기록으로 남기려는 영상문화도 확산

- 한국 드라마․영화 등 외국 문화와 정보의 유통 경로

- 위기 느낀 북한 당국의 단속에도 외부 영상문화 인기


북한 부유층이 촬영업자에게 의뢰해 만든 개인 영상입니다.

이 영상에는 결혼식에서 노래를 부르고, 흥겹게 춤을 추는 북한 부유층의 모습이 담겨 있는데요, 인생의 중요한 순간을 기록으로 남기려는 영상을 촬영한 듯 보입니다.

‘아시아프레스’는 북한 주민 사이에서 일상의 기록을 영상으로 찍어 남기려는 노력은 ‘영상의 디지털화’라는 국제적 추세에 따라 북한에도 영향을 끼쳤다고 풀이했는데요, VCD라 불리는 영상재생기와 DVD 재생기 등이 중국에서 대량으로 유입되면서 북한에서도 영상 문화가 확산했습니다.

또 이를 개인적으로 즐기는 북한 주민도 많아졌는데요, 비디오 촬영, 노래방 기기에 이어 손전화기의 사진․영상 촬영에 이르기까지 수단은 많아지고 있습니다.

또 컴퓨터가 보급되면서 개인이 쉽게 영상을 복사할 수도 있게 됐는데요,

한국의 드라마나 영화 등을 복사한 영상은 시장이나 장마당에서 팔리고 있습니다.

북한 황해북도 사리원시의 대성시장. 시장 인근의 암거래상에는 북한 주민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데요, 이들이 파는 물건에는 CD 녹화기와 텔레비전, DVD 재생기 등이 포함됐습니다.

시장에 가면 누구나 텔레비전과 DVD재생기 등을 구매할 수 있고, 이를 통해 한국 드라마나 영화 등 외부 문화를 접할 수 있게 된 건데요,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의 설명입니다.

[Ishimaru Jiro] 아시다시피 북한 체제는 외부 정보를 차단해야 유지가 가능한 특이한 체제입니다. 그중에서도 한국에 관한 정보가 가장 위험하다고 판단했을 텐데요,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면서 복사가 간편하고 메모리에 기록할 수 있기 때문에 북한 당국에서도 한국의 동영상이 유입되는 것에 대해 높은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봅니다.

실제로 ‘아시아프레스’가 만난 북한 여성은 한국 드라마 중 안 본 것이 없다고 말하는데요,

[북한 여성] 한국 드라마 안 본 게 어디 있겠습니까? 다 봤지요. (조선 영화보다 재미있어??) 실제 생활과 맞게 만드니...우리 영화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사상이지 않습니까?

2013년 3월, 평안북도 신의주. 길거리에서 한국 드라마가 담긴 DVD를 파는 꼬제비의 모습이 보입니다. 품에서 DVD 여러 장을 꺼내는데요, 길거리를 지나는 주민이 관심을 보이기도 합니다.

북한에서는 단속에도 불구하고 한국 드라마를 몰래 시청하는데요, 북한 당국은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포함한 외국 영상물을 ‘불순녹화물’로 규정해 철저히 단속하고 있습니다.

2013년에는 북한이 한국의 영상물이나 출판물 등 불순 녹화물의 단속에 대한 포고문을 발표하고 이를 몰래 보거나 유포하는 자에 대해서는 엄격히 처벌한 것을 경고했는데요, 당시 적발된 자가 총살되는 일도 있었습니다.

[Ishimaru Jiro] 불순 출판선전물의 단속에 관한 특징은 역시 표적이 한국 영상물입니다. 단지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것을 중국에서 반입하거나 판매하는 등 유포하는 자에 대해 엄벌에 처한다는 것이 방침인데, 특히 이를 단속하는 보안원, 국경 경비대, 그리고 당 간부들까지 단속 대상입니다. 당국에서는 그동안 단속해야 할 사람들이 뇌물을 받고 이를 눈감아주거나, 많이 보고 유포시키는 현상을 근절하지 못했기 때문에 외부 영상물이 많이 확산한 원인으로 판단하는 것 같습니다.

[북한 여성] 한국 영화를 보면 무조건 감옥입니다. 산골짜기로 추방하고...

2013년 10월 당시 북한 주민도 불순 녹화물의 단속에 대한 두려움을 호소했는데요,

[도시 주민] 녹화물 그것 때문에 웬만한 것 갖고 다 보안서에 넣고 이러니까... (그것에 대해 무섭다, 이런 것도 없고?) 그거야 더 말할 것도 없고요. 하여간 여기서는 메모리 가지고 겁나서 막 죽어요.

[Ishimaru Jiro] 요즘 드라마뿐 아니라 한국의 오락 프로그램이나 뉴스, 다큐멘터리 등 영상물도 북한에 계속 유입되고 있는데요, 특히 북한 당국에서는 김정일과 김정은, 즉 최고 수뇌부에 관한 정보가 들어가는 것을 경계하고 있을 겁니다. 그리고 한국의 영상 정보가 북한에 유입된 지 10년이 넘었습니다. 김정은 체제로서는 체제의 유지를 위해 이 정보가 아주 위험하기 때문에 국가적인 차원에서 이를 단속하려 하는 것을 느낄 수 있는데요, 그만큼 한국 영상정보의 유입에 대해서 북한 당국의 위기의식이 매우 높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외국 문화에 대한 북한 주민의 수요는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요즘은 ‘노트텔’이라는 소형 재생기가 등장해 단속을 피하는데요,

중국에서 수입한 영상기기를 구매한 북한 주민이 한국 드라마와 영화, 오락 프로그램 등 영상 문화를 접하면서 북한 주민의 의식과 생각도 바뀌고 있습니다.

또 북한 주민의 생활에 파고든 영상 문화가 북한 체제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는데요, 영상 문화가 확산할수록 북한 당국의 단속도 더 강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Ishimaru Jiro] 그래서 '이것을 방치하면 체제유지에 매우 위험하다, 일반 북한 주민의 각성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경각심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결국, 북한 당국은 앞으로 계속 불순 녹화물, 즉 한국의 동영상이 유입되는 것에 대해 엄격히 단속해 나갈 겁니다.

영국의 공영방송인 '채널4'가 2013년에 방영한 다큐멘터리에서는 두 명의 북한 여성이 불이 꺼진 컴컴한 방에서 최근 한국에서 유행한 오락 프로그램을 보는 장면이 소개됐습니다. 한국 영상물이 얼마나 북한 주민의 생활 깊숙이 파고들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인데요,

이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제임스 존스 감독은 "북한 주민이 한국이나 서방 세계의 방송물을 보며 체제에 대한 의심과 불만을 키워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영상기기의 확산으로 영상문화도 대중화하면서 이를 이용한 외부 정보도 북한 주민의 삶에 깊숙이 파고들었는데요, 불순 녹화물에 대한 철저한 단속과 이 내용을 담은 포고문 등은 외부 정보의 유입에 대해 극도의 위기의식을 느끼는 북한 당국의 마음도 대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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