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출 강요당하는 북한 학생들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16-10-24
이메일
댓글
공유
인쇄
  • 인쇄
  • 공유
  • 댓글
  • 이메일

공출 강요당하는 북한 학생들

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 시작합니다.

“2분 영상, 북한을 보다”

북한 당국이 선전매체를 통해 소개하는 북한의 모습에는 웅장함과 화려함만이 가득합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감추고 싶은 북한의 참모습이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2분 영상, 북한을 보다’시간에서 실제로 북한에서 촬영한 동영상을 통해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오늘날 북한의 실상을 꼬집어봅니다.

- 도토리, 메뚜기에 달래∙냉이∙나무까지 구해 바치는 아이들

- ‘하루에 메뚜기 200~500마리 잡아야 해요’

- 자녀들 할당량 채우기에 가족까지 나서

- 아이들 노동력까지 제도적으로 착취하는 사회 구조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가 2008년 9월에 촬영한 황해남도 해주. 어린 소년과 소녀들이 무리 지어 산길을 걸어갑니다.

도토리를 따오는 것 같은데요, 촬영자가 ‘많이 땄냐?’고 물어봅니다.

[촬영자] 도토리 따 오니? 많이 땄니?

[아이들] 없어요.

검게 그을린 얼굴의 아이들. ‘도토리가 없다’고 말하면서도 해맑게 웃습니다.

촬영자가 나무 밑에서 쉬는 아이들에게 “학교에 얼마나 많은 도토리를 내야 하냐? 고 묻습니다. 6학년은 무려 18kg이라고 하는데요, 그러다 보니 도토리 따기에 가족들까지 총동원되기도 합니다.

할아버지와 손자가 등에 잔뜩 도토리를 메고 산에서 내려옵니다. 앞서는 할아버지와 뒤따르는 손자 모두, 힘겨운 발걸음을 내딛는데요, 촬영자가 말을 걸어봅니다.

[촬영자] 할아버지, 도토리 많이 주워 오시네요.

[할아버지] 학교에서 내라고 하니까...

[촬영자] 학교에 얼마씩 내야 해요?

[학생] 17kg, 쌀로...

이처럼 학생들은 학교에서 내라는 물품을 마련하느라 적지 않은 부담을 안고 있는데요, 도토리 외에도 내야 할 항목은 많습니다.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 이시마루 지로 대표의 설명입니다.

[Ishimaru Jiro] 북한에서 자랑하는 우리식 사회주의의 상징은 무상 의료∙무상 교육 제도입니다. 그런데 많은 탈북자가 말하는 것이 무상 교육은 말뿐이고, ‘이것 내라, 저것 내라’는 것에 대한 부담이 크다고 합니다. 영상을 보면 이것은 어린이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제도가 정착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교육과 학교 시설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것이 아니라, 체제 유지를 위해 군대를 지원하고 사회적인 외화벌이, 그리고 나라 재정 때문에 어린이까지 동원해서 돈벌이를 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 같고요, 어린이뿐 아니라 가족까지 부담이 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2008년 10월, 황해북도 황주군 학교에 낼 메뚜기를 잡는 아이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얼핏 보기에도 10살이 채 안 되어 보이는 앳된 모습인데요, “많이 잡았냐?”며 촬영자가 말을 걸어 봅니다.

“몇 학년이냐?”고 물어보자 인민학교 1학년이라고 답하는데요, 하루에 200마리의 메뚜기를 잡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촬영자] 인민학교 1학년? 얼마나 잡아야 되니?

[아이들] 학교에서 내라고 하니까...

[촬영자] 하루에 200마리?

[아이들] 네/우리는 500마리

사료에 쓸 메뚜기를 잡는다는 아이들의 표정을 해맑기만 한데요, 과연 하루에 200~500마리의 메뚜기를 잡는 것이 가능하긴 한지 의문이 갑니다.

[Ishimaru Jiro] 황해도와 같은 남쪽 지방에서 많이 하고, 북쪽에는 없다고 합니다. 영상에서 나오지만 하나는 사료로 쓴다는 거죠. 양계장에 공급하는 사료가 아닌가 생각되고요, 또 북한은 농약이 많이 모자라기 때문에 해충이 많이 발생합니다. 이 때문에 수확 피해도 작지 않다고 하는데, 그런 것을 막기 위한 목적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북한의 일반 가정집. 한쪽에는 토끼를 키우고 있습니다.

토끼 가족으로 군대 모자를 만든다는 이유로 각 가정은 의무적으로 토끼를 사육해야 하는데요, 북한 당국의 공출에 대한 북한 주민의 말을 들어봤습니다.

[북한 주민] 달래 가져와라, 냉이 가져와라, 장갑 가져와라. 가을에는 나무도 가져오라고 해요. 교실 불을 때야 하니까… 유리 가져와라. 파철 가져와라. 애들이 그거 내라는 성화에 학교를 안 가요. 가져오라는 데 못 가져가면 매를 맞아야 하지…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부담한 공출은 고스란히 부모의 짐이 됩니다. 당연히 가족들이 총동원될 수 밖에 없는데요,

[Ishimaru Jiro] ‘그런 것을 어린이가 못할 경우 처벌을 받을 수 있다’라는 걱정이 있는 거죠. 아니면 현금으로 대신해야 한다는 다른 부담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가족들까지 동원에 나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 말할 수 있습니다. 학교라는 교육 시설이 노동 착취의 구조적인 거점이 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동영상의 말미에는 학생들이 무리를 지어 길을 걷고 있습니다. 학교에 가는 것인지,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가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아이들의 표정과 발걸음은 밝고 가벼워 보입니다.

도토리에, 메뚜기에, 파철에 모피에 나무, 심지어 냉이와 달래까지… 학교에서 꿈을 키우며 공부하고, 친구들과 뛰놀며 추억을 만들어갈 나이에 북한의 어린이들은 당국에 바쳐야 할 할당량을 채우기에도 벅찹니다.

김정은 정권을 위해 어린이들의 노동력까지 총동원해야 하는 사회 구조.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천진난만이 밝게 웃는 어린이들의 모습이 보는 이들의 마음을 더 아프게 하고 있습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하고 싶은 말 (0)
  • 인쇄
  • 공유
  • 이메일
원본 사이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