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문 사태 20주년] ③ 김일성 광장에서 바라보는 천안문 20년 - '북한 체제 속의 저항 운동'

공산당의 독재 체제에 맞서 천안문 거리를 행진했던 중국의 학생과 시민의 시위는 오늘날 중국 민주주주의 상징으로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학생들을 중심으로 시작된 시위는 점차 일반 시민에게까지 확산해 당시 중국 공산당의 독재 체제에 큰 위협이 됐습니다. <김일성 광장에서 바라보는 천안문 20년>, 오늘은 세 번째 시간으로 ‘북한 체제 속의 저항 운동’을 전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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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민 기자가 전합니다.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이을 후계자로 셋째 아들인 김정운이 내정됐다고 한국의 국가정보원이 2일 공식 확인했습니다.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과 일본의 정보기관도 김정운이 사실상 김 위원장의 후계자로 내정된 사실을 파악하고 이를 주목해 왔습니다. 김정운이 북한의 차기 지도자가 된다면 이는 전 세계적으로 아버지와 아들 간에 공산주의 체제 아래서 3대째 권력을 이어가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기게 됩니다.

인권 관계자들과 탈북자들은 역사상 찾아볼 수 없는 북한의 3대 세습에 관해 북한의 독재 정치를 엿볼 수 있는 사례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정작 북한의 기득권층과 주민들은 3대 세습이라는 독재 체제에 대해 항거의 뜻을 나타낼 수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북한 주민들이 민주주의를 경험하지 못했고, 의식의 변화와 준비가 전혀 없는 현실 속에서 세습과 독재 체제에 불만이 있다 해도 천안문 사태와 같은 대규모 저항 운동을 일으킬 가능성은 더욱 작다는 것이 많은 탈북자들과 전문가의 주장입니다.

남한 국회의원의 보좌관을 지낸 탈북자 출신의 김형덕 '한반도평화번영연구소' 소장입니다.

김형덕: 중국은 천안문 사태가 나기까지 약 10년간 개방개혁이라는 시간을 거쳤고, 이 가운데 외부의 정보가 유입된 과정에서 학생들 사이에 변화에 대한 의식이 형성됐습니다. 또 민주주의라는 개념을 알게 돼서 천안문 사태가 일어난 거죠. 하지만, 북한은 아직 외부하고 교류를 안 해 본 나라이기 때문에 저는 그런 조직화한 운동이 일어나기는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또 북한 주민들에게 독재 체제를 비판할 수 있는 의식과 이에 저항할 수 있는 세력이 없는 데다 북한 당국의 철저한 감시가 계속되는 현실 속에서 대규모 저항 운동은 더욱 힘들다고 김 소장은 설명합니다.

북한 당국은 천안문 사태가 발생한 이후에 언론을 강력히 통제하면서 북한 체제의 동요를 막는 데 주력했습니다. 같은 공산 국가로서 북한은 중국의 천안문 사태가 가져올 영향권에 놓여 있었지만 오히려 중국 당국의 강경 진압으로 북한의 인권과 식량 상황만 더 악화됐습니다.

한국 경기대학교의 손혁재 정치교육원장과 탈북자 오진하 씨도 중국의 천안문 사태가 북한 주민에게 민주주의 사상을 불어 넣기는커녕 북한 주민의 저항 의식을 잠재우는 강력한 정치적 통제의 빌미를 제공했다고 설명합니다.

손혁재: 천안문 사태가 북한에 널리 알려졌다 하더라도 그런 천안문 사태의 여파가 북한의 유일 주체사상의 벽을 뚫고 북한 주민에게 영향을 미치거나 어떤 충격을 줬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봅니다.

오진하(탈북자): 주민들을 교육하고 자기 체제를 선전하는 데 효과적인 수단이 생겼죠. 왜냐하면, 진압을 해서 덩샤오핑 군대가 평정을 했기 때문에 “자 봐라, 결과를!!” 간부들의 경우 일주일에 한 번씩 사상교육을 했습니다. “중국에 대한 환상을 가지지 마라”는 내용으로. 또 “중국식으로 하는 건 우리식 사회주의를 버리자는 것이다”라고요.

'독재에서 민주주의로(From Dictatorship to Democracy)'란 책을 저술한 미국의 정치학자 진 샤프 (Gene Sharp) 박사는 강력한 독재 체제를 유지하는 북한에서 천안문 사태와 같은 대규모 저항 운동이 일어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을 나타냈습니다.

그가 저술한 책은 세르비아에서 우크라이나, 키르기스스탄 등의 민주화 혁명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해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샤프 박사는 북한에서 천안문 사태처럼 공개적인 모습은 아니지만 조용한 저항 운동으로 민주화를 시작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소규모의 사람들이 미리 준비를 하고 의견을 퍼뜨려서 점차 많은 사람이 동조하면 결국 어떤 일이든 일어나기 마련이라는 설명입니다.

샤프 박사는 북한에서 활용할 수 있는 조용한 저항 운동으로 방송과 인쇄물, 벽보 등을 예로 들었습니다. 실제로 북한 당국은 김 위원장의 건강이나 가족 관계를 다룬 전단을 비롯해 외부의 소식을 전하는 여러 통로 때문에 북한 체제의 위협을 느껴 이를 전면적으로 중단해 주기를 남한 측에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Gene Sharp: 전단은 매우 효과적이고 아주 좋은 생각입니다. 북한처럼 폐쇄된 국가는 종이 한 장에 담겨 있는 내용을 보고 이를 통해 정권에 대한 불신을 품게 할 수 있습니다. 또 매우 강력한 독재국가에 살고 있는 국민은 외롭고 고립됐다고 느끼지만, 여러 통로로 외부세계의 소식을 들으면 용기를 얻기 마련입니다. 또 시위와 항거의 마음도 갖게 되죠. 독재국가로서 이는 절대적인 도전입니다.

대북전단을 보내는 민간단체의 관계자들도 북한 정권의 특징인 폐쇄성과 수령 숭배라는 독재 체제를 뚫기 위해 여러 통로로 자유세계의 생활상을 전하는 게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합니다. 미국의 민간단체 디펜스 포럼의 수잔 숄티 대표도 진실한 정보를 제공해 북한 주민의 의식을 깨우는 일이 북한의 독재 체제에 항거하는 원동력이라고 주장합니다.

수잔 숄티: 우리는 북한 주민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창조적인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북한이 세계에서 가장 폐쇄된 사회이기 때문입니다. 이 가운데 대북 전단은 북한 주민들에게 외부 세계를 알려줄 수 있는 중요한 방법입니다. 이는 북한 주민들에게 지원해 줘야 하는 식량과 돈만큼이나 중요합니다.

천안문 사태가 일어났을 당시 현장에 있었던 샤프 박사는 벽에다 문구를 쓰거나 그림을 그리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글과 그림은 사람들에게 저항운동에 동참할 수 있는 동기를 제공했습니다.

북한과 같은 강력한 독재국가에서는 인쇄물이나 그림과 같은 비폭력적이고 비공개적인 저항운동이 민주주의를 위한 시작이라고 샤프 박사는 설명합니다.

북한에 전달된 외부의 정보와 소식은 북한 주민들에게 체제에 대한 저항의식을 불어넣어 주고 이를 통해 민주주의를 부를 수 있으며 또 주민들 간의 대화를 통해 저항의식이 확산하면 독재 체제에 대한 도전이 될 수 있다고 탈북자들은 설명합니다.

오진하: 자유와 민주주의가 좋다는 것은 다 알고 있죠. 그러나 말은 못하죠. 천안문 사태 이후 주민들 사이에 수군대는 것이 많아졌고, 외부세계와 얘기하게 되고, 정치체제에 대한 불합리성을 말을 잘못해서 체포되는 사람이 많아졌고, 대학생이나 유학생들이 귀국하지 않고 탈출하는 현상이 그때부터 시작됐습니다.

샤프 박사는 세르비아의 독재자였던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대통령에 항거하는 국민의 저항운동이 사람들이 길거리에서 나누던 대화에서 시작됐고 철통 같은 스탈린 정권에서는 몇 장의 인쇄물, 나치 독일의 지배 아래에 있던 네덜란드에서는 수 천 부의 신문이 몰래 인쇄돼 사람들에게 읽혔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그렇게 비폭력적이고 비공개적으로 싹트고 확산한 저항의식은 결국 대규모 저항운동으로 이어졌고 민주주의 뿌리가 됐다고 샤프 박사는 설명했습니다.

북한 주민은 선군 정치를 앞세워 3대째 권력을 세습하는 강력한 독재 체제에 맞서 저항할 의지마저 없기 때문에 당장 천안문 사태와 같은 대규모 항거에 나서기는 어렵지만 진실을 공유하는 비폭력 저항 운동으로 민주주의의 싹은 조금씩 트고 있다고 민간단체와 인권단체 관계자들은 평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