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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궁금증을 풀어 드립니다.>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남한 경찰청은 그동안 보안과에서 맡아 해오던 탈북자 신변보호 체계를 정비해 탈북자 관리를 보다 효율적으로 하게 됐다고 지난달 밝혔습니다. 북한에서는 보안원이 하는 업무를 남한에서는 경찰청 보안과 형사들이 하고 있습니다. 남한에서 탈북자 신변보호 담당관으로 알려진 형사들. 보통 형사라고 하면 범죄자를 수사하는 사람으로 알고 있지만 신변보호 담당관이 하는 일은 누굴 감시하고 조사하는 것이 아니라 만일에 하나 있을 수 있는 각종 위험에서 새로운 사회에 정착한 탈북자를 보호하는 일이라고 경찰은 말합니다. 오늘은 새로 바뀐 탈북자 신변보호 담당관의 직계. 무엇이 달라졌는지 알아봅니다.
남한 경찰청은 탈북자 관리 업무를 올해부터 ‘탈북자관리전담계’로 통합해서 운영한다고 밝혔습니다. 우선 경찰청 관계자에게 그 내용부터 들어봅니다.
경찰청: 우리 경찰의 탈북자 관련 업무가 크게 3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신변보호와 관리는 보안 1과 2계에서 했습니다. 위장 탈북자를 가려내기 위해 탈북자가 남한에 입국하는 합동신문 업무는 국정원과 함께 그동안 보안 3과에서 했습니다. 합동신문 뒤 하나원 교육을 받고 우리 사회 주거지에 전입하면 경찰, 구청에서 정착지원 활동을 합니다. 그런데 경찰 내부에서도 이 부서가 합동신문 부서와 관리 부서가 떨어져 있어서 두 개의 부서를 하나의 계로 통합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탈북자를 관리하는 데 인원이 늘렸다거나 규칙이 바뀌는 등의 변화가 아니라 서로 연관된 부서끼리 모아놓음으로써 업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점이 달라졌다고 말했습니다. 직제 개편은 1월1일부로 이뤄졌으며 시행은 2월1일부터입니다.
2008년 있었던 남한의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당시 신변보호 경찰은 총 732명으로 탈북자 17명당 1명꼴입니다. 그리고 경찰청을 비롯한 책임 부서는 탈북자가 주거지 배정을 받고 거주지에 전입한 일로부터 5년 동안 관리한 내용을 통일부에 제출하도록 돼 있습니다. 여기서 관리라고 하면 이사를 하였는지, 외국을 다녀온 일이 있는지 등 탈북자 신상에 관련된 일을 말합니다.
현실적으로 형사가 담당하는 탈북자의 수에도 서울과 지방이 차이가 있습니다. 탈북자 대부분은 서울을 선호하기 때문에 서울의 탈북자 밀집 지역에 근무하는 형사 한 명이 맡은 탈북자의 수는 적게는 수 십에서 많게는 100명이 넘습니다. 반면 임대 주택이 많지 않은 지방 도시에는 상대적으로 탈북자 수도 적기 때문에 한 명이 7-8명을 맡기도 합니다.
보통 하나원을 나와 거주지 배정을 받고서 6개월 정도는 신변보호 담당관이 자주 연락을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한 달에 한 번 또는 일이 있을 때 필요에 따라 서로 알고 지내는 정도라고 탈북여성 김선미(가명) 씨는 말합니다.
김선미: 어떤 사람들은 고맙게 생각하는데 어떤 사람은 우리가 어디를 가면 보고를 해야 하는가? 남한 사람은 보고를 안하는데 우리는 왜 해야 하는가 라고 하면서 간섭하지 말라 이렇게 하는 사람도 있고 어떤 탈북자는 형사와 싸우고 욕하고 그런다나봐요 그런데 나는 한 번도 그런 것을 못 느꼈습니다. 2년에 한 번씩 담당자가 바뀝니다. 지금까지 세 번째 바뀌었는데 모두 잘해주고 간섭이란 것이 외국에 나가면 신변안전 때문에 보고를 해달라 했습니다. 다른 것은 간섭을 안 하더라고요. 또 무슨 문제가 생기면 자기들에게 말하라. 저는 형사가 우릴 감시하고 그런 것 같지 않아요. 잘해주던데요?
특히 신변보호 담당관 즉 형사는 탈북자가 외국에 나갈 때 행선지와 여행 목적 등을 사전 통보하도록 권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일부 탈북자의 반발도 있지만 경찰의 입장은 분명합니다.
경찰청: 우리가 실질적으로 우리 경찰이 외국까지 가서 신변보호를 할 여력은 없고 외교 문제로 가서 신변보호를 할 수도 없습니다. 최대한 현황은 파악하려고 그러는 겁니다. 일단 신변보호를 하려면 이 사람이 어디 있는지는 알아야 할 것 아닙니까? 그런 차원이지, 감시하면 뭣 하겠
습니까?
일부 탈북자는 여행을 통제하고 직장 출근을 관리하는 북한의 보안원을 연상해서일까? 남한 사람은 외국 여행을 할 때 일일이 보고를 하지 않으면서 왜 탈북자에게는 보고 하라고 하는가 하면서 귀찮아하거나 또는 자신이 감시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탈북자가 나중에 정착하는데 도움을 가장 많이 준 사람이 누군가 하면 같은 동료 탈북자보다는 경찰이다는 말을 많이 한다고 이 경찰 관계자는 말했습니다. 그리고 경찰의 임무는 탈북자가 남한 생활에 잘 적응하도록 돕는 것이지 활동을 제약하거나 제재를 가하기 위한 것이 아니란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했습니다.
경찰청: 우리는 공식적으로 감시하는 것은 없습니다. 조사를 통해 대한민국 국민이 된 이상 잘 살 수 있도록 도울 뿐이고 혹시 이분들에게 가해질 수 있는 위해로부터 보호하는 차원이지 감시와는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경찰의 기본 업무는 신변보호지만 실질적으로 탈북자가 정부와 접촉을 하는 것은 결국 경찰관을 통해 이뤄집니다. 그러다 보니까 우리가 정착지원 업무도 옆에서 도와주고 있습니다.
지난해 미국에 박사 학위를 받기 위해 유학을 온 탈북자 박기명(가명) 씨는 외국 여행 시 남한 정부가 자신을 탈북자라고 해서 불이익을 주거나 한 일은 없다면서 오히려 미국 입국 허가 도장을 받기 위해 서울 주재 미국 대사관에 갔다가 예상하지 못했던 일에 당황했습니다.
박기명: 비자 인터뷰할 때 가니까 옆에서 수군거렸습니다. 그러더니 나를 다른 칸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인터뷰를 따로 받았습니다.
기자: 그 이유는 뭔가요?
박기명: 탈북자라고 그런 거죠. 혹시 서류를 잘못 보고 보고 쓴 것 아닌가 라고 내게 물었습니다. 서류에 내가 북한에서 태어났다는 것이 있었는데 그것을 확인했던 겁니다.
보통 탈북자가 외국 여행을 가고자 할 때 남한 사람과 달리 특별한 서류를 꾸미거나 절차를 밟아야 하는 일은 없습니다. 또 여행 목적지가 되는 국가에서 비자 즉 입국 허가를 내주지 않을 경우 정부에서 보증을 선다거나 하는 특별 대우 또한 기대할 수 없습니다.
현재 탈북자는 거주지에서 동사무소에 입주 신고를 하면 최소 3명에게 도움을 받게 됩니다. 신변보호는 경찰관이 하고 사회 복지와 교육 등에 관한 행정 일은 지방 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거주지 보호 담당관이 맡고 있으며 취업알선은 노동부 산하 고용지원센터에서 하는 취업보호담당관이 합니다. 이들은 모두 탈북자의 남한 사회 적응을 돕는 사람입니다.
1990년대 중반 북한의 식량 사정이 나빠지면서 북한을 탈출해 남한으로 가는 탈북자의 수는 1999년 연간 100명을 넘어섰고, 2006년부터는 매해 2천 명 선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현재 남한에 사는 탈북자는 약 2만 명에 이릅니다.
경찰이 하는 신변보호가 탈북자의 정착 생활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범죄로부터의 보호가 가장 중요합니다. 매년 연말 통계 자료를 보면 남한으로 간 탈북자의 범죄율은 남한 사람보다 높게 나타납니다.
여기서 범죄란 폭력과 음주운전 등으로 인한 교통사고 그리고 마약과 외국환관리 위반 등을 말합니다. 대부분은 북한에서는 허용되거나 아무렇지 않게 인식되는 것이 남한에서 법의 규제를 강하게 받는 경우입니다. 이런 때 형사의 도움은 절실해집니다. 탈북여성 김미정(가명) 씨는 같은 탈북자 출신 남편이 다니던 직장에서 동료와 말다툼 끝에 크게 싸우고 나서 회사에서 쫓겨났습니다.
이때 김미정 씨가 제일 먼저 찾은 것은 담당 형사 즉 신변보호 담당관이었습니다.
탈북여성: 형사도 많이 도와줬습니다. 사장은 이것이 경찰이 나서서 될 일이 아니라고 하면서 노동법상 너희가 싸웠기 때문에 내가 해고 수당도 못 주고 해고가 됐어도 싸웠기 때문에 실업급여도 탈수가 없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내가 노동청에 찾아가서 노동법에 있는 데로 해달라고 해서 해고 수당은 나왔습니다.
또 다른 탈북자 이기명(가명) 씨도 얼마 전 교통사고를 당해 형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탈북자: 많이 나았는데 아직 허리와 목 부위가 아픕니다. 인대가 많이 늘어났습니다. 다른 차가 나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경찰을 불러서 처리할 일은 아니었습니다. 상대방이 술을 먹고 운전을 했거든요.
이 씨는 자신의 과실에 의한 사고가 아니었기에 보상을 받게 됐는데 형사가 조언을 해줘서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큰 사고를 당하거나 어려울 때면 탈북자가 제일 먼저 찾는 사람 중 한 명이 형사입니다. 탈북자 신변보호 담당관으로 10여 년을 근무하고 퇴직한 백성흠 씨의 말입니다.
형사: 보호하는 역할인데 탈북자가 하나원에서 나올 때 경찰이 자기들을 감시한다는 생각을 하고 나옵니다. 그런데 한두 달 생활을 해보면 그런 것이 아니란 것을 알게 됩니다. 그래서 자기네들이 오히려 담당 형사가 자주 안 오고 방문을 안하고 관심을 안 가져 준다고 화를 냅니다. 자기한테 관심을 가져주면 좋아하는데 관리하는 탈북자가 많다 보니까 그렇게 못 한단 말입니다. 오히려 탈북자가 관심을 둬 달라고 역으로 요구 합니다. 우리 담당 형사가 자기네들이 생각한 것과 다르거든요. 실제로 생활에 도움이 되고 범죄자로 부터 피해를 안 보도록 도와주고 취업도 알선해주고 교육을 받을 때 장소도 제공해 주니까 자연스레 형사의 역할을 이해하게 되는 겁니다.
남한 경찰청의 인터넷 게시판을 보면 신변보호담당관인 형사에게 고마움의 편지를 적어 놓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들은 하나같이 남북의 문화적 차이로 시행착오를 경험하면서 사는 자신에게 속마음을 먼저 알고 이해하면서 도움을 주기 때문에 담당 형사라고 부르지 않고 형님 또는 오라버님이라고 부르면서 가족같이 지내고 있다며 감사의 글을 올려놓고 있습니다.
‘궁금증을 풀어 드립니다.’ 이 시간에는 탈북자의 신변보호를 담당하는 경찰의 달라진 직계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진행에 이진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