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궁이가 없어요

워싱턴-이진서 leej@rfa.org
2017-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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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미군기지 종사자들이 거주했던 서울 용산구 한남외인임대주택(NIBLO Barracks) 내부 모습.
용산 미군기지 종사자들이 거주했던 서울 용산구 한남외인임대주택(NIBLO Barracks) 내부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북한 주민이 남한에 가서는 깜짝 놀라는 것이 있습니다. 집안에 꼭 있어야 하는데 없거나 또는 떡 하니 집에 자릴 잡고 있는데 뭔지 몰라 그저 보기만 하는 경우죠. 오늘은 연기없는 아파트, 대낮같이 밝은 아파트에 대해 알아봅니다.

이선희: 모든 집에 가서 보면 아궁이가 있는 것이 필수잖아요. 그런데 남한의 집에 들어서니까 아궁이가 없는 거예요.

청진 출신의 이선희 씨는 북한에서 살때 아파트 베란다에 아궁이를 설치해 밥을 해 먹었습니다. 그런데 남한에 오니 집 어디에도 뗄감을 쌓아놓은 것이나 아궁이를 찾을 수가 없었던 겁니다.

이선희: 아궁이 없이 살 수 있는 조건이 다 돼있는거예요. 가스곤로가 있어서 툭 켜면 불이 팍 올라와요. 거기다 지짐도 붙여먹고 계란도 하고 다 할 수 있어요. 그리고 밥도 물론 이북에서도 제가 밥가마를 써봤거든요. 그 밥가마는 툭 누르면 전기를 넣고 밥이 다 되면 툭 하고 그랬거든요. 지금 여기 밥가마는 얼마나 기능이 많고 좋은지 몰라요. 우선 밥을 안치고 툭 누르면요 “ 백미취사가 시작됩니다.” 이렇게 알려주는 거예요. 그리고 북한에 있을 때 가마에 밥을 한참 끓이다 보면 김이 올라오잖아요. 그러면 김이 올라온다고 알려주는거예요. 밥이 다 되면 “ 백미 취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이렇게 알려주는 거예요.

가스 레인지가 있고 전기로 작동하는 밥가마가 남한에선 아궁이를 대신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정확한 시기는 알 수 없지만 대략 남한은 지난 1988년 서울 올림픽 개최를 전후로 해서 연탄아궁이가  연탄보일러로 그리고 다시 연탄보일러에서 기름보일러로 주택난방 시설이 변합니다. 그 다음에는 연료비가 기름보다 싼 가스 보일러가 등장하게 되는데요.

이렇게 아궁이가 필요없게 되면서 매캐한 연기를  집밖으로 뽑아내는 구둘장과 굴뚝도 함께 사라집니다. 쉽게 말해서 1990년 이후에 남한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아궁이를 본적도 없다는 말이 됩니다. 일흔 살이 넘은 재미교포 박승후 씨가 떠올리는 추억의 아궁이 입니다.

박승후: 파리가 새까맣게 앉은 광주리, 거기에 배적삼을 들추면 보리밥이 까맣게 있었습니다. 보리밥은 쇠그릇에 담지 않고 공중에 고무줄로 메달아 놓은 광주리에 퍼놨던 것. 거기에는 정말 파리가 많았습니다. 그 밥을 잘먹었고 참 맛있게 먹었죠. 그밥을 준 것이 어머님입니다. 바로 그 것이 아궁이 앞이고 아궁이 윕니다. 그리고 보리밥은 아궁이 불로 떼서 나왔죠.

남한에 가서 지금 집 부엌에 아궁이가 있는 곳을 찾게 되면 좀 과장되게 말해 ‘골동품 하나 발견했다’ 이렇게  생각하면 될 듯합니다.

그러면 우리가 하루 3끼 먹는 밥은 어떻게 할까?

이선희: 또 이틀이든 삼일이든 밥 보온 기능 단추를 누르면 항상 그 온도를 보장해주는 거예요. 이북에서 쓰던 밥가마는 한번 쓰면 계속 눌러놓지 못해요. 전기가 없잖아요. 그리고 밥가마의 기능도 그렇게 못되거든요. 여기는 24시간 전기가 오니까 자기가 이틀씩 해먹고 싶으면 이틀동안 눌러놔도

처음 밥하던 온도를 그대로 유지해서 햇밥처럼 먹을 수 있더라고요.

남한가정에 하나씩 있는 밥가마입니다.

밥통 설명음: 보온을 시작합니다. 보온 재가열을 시작합니다. 재가열이 끝나면 따끈따끈한 밥을 드실 수 있습니다.

쌀을 씻어 넣고 뚜껑을 닫으면 밥가마에서 말을 합니다. 그리고 방금 들으신 것처럼 식은 밥은 다시 데워주는 보온 재가열 기능이 있어 항상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습니다.

(브릿지 음악)

한경애: 북한에 있을 때 첩보영화를 보면 정찰병들이 어디 들어갈 때 번호를 누르고 들어가잖아요. 그런 생각이 났어요. 나만 아는 비밀번호잖아요. 누를 때 신기하기도 하고 너무 좋더라고요

열쇄를 사용하지 않고 숫자를 눌러 문을 여는 장치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물론 예전에는 아파트 문을 열자면 열쇄가 있어야 했죠. 하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한경애: 설치할 때는 정비공이 와서 전지를 넣고 번호를 정하라고 하더라고요. 그 번호를 누르면 문이 열리니까 그 번호를 누르고 들어가죠. 뚜껑을 열고 번호 누르고 그 다음 문이 열리고 처음엔 신기했는데 자꾸 쓰니까 이제 보통 현상이 되버렸어요.

자기만 아는 번호를 지정해 놓고 사용할 때 그 번호를 누르면 열리는 문. 게다가 자동 알림 기능까지 있답니다.

한경애: 번호를 누르면 소리가 노래소리처럼 들려요. 그러면서 문이 열려요. 만약 문이 제대로 닫히지 않으면 경보음이 막 울려요.

한 씨가 정말 신기해 한 것은 번호를 누르면 열리는 문이 아닙니다. 자동으로 알아서 켜지는 전깃불입니다.

한경애: 저는 처음에 문을 열고 들어오니까 저절로 현관에서 불이 켜지더라고요. 그리고 아파트 복도하고 계단을 내려가면 발자국 소리에 저절로 불이 켜지더라고요. 어떤 원리에서 불이 켜지는 지 몰라요.

물체의 움직임이 있으면 그것에 반응해서 자동으로 켜지는 보안등을 말한 겁니다. 이런 등은 안전을 고려해서 설치한 겁니다. 그리고 안전보다는 편리를 위해 설치하는 조명도 많습니다.

한경애: 방마다 그리고 거실 불이 있거든요. 주방에도 설거지 할 때 잘보이게 씽크대 위에 또 불이 있어요. 내방에 들어오면 거실 불을 끄고 방에 불켜고 이런 식으로 사용하죠.

기자: 돈 아끼려고 불 다 끄고 깜깜하게 생활 하는 것은 아니고요?

한경애: 아니예요. 사실 전기세는 얼마 안나와요. 정말 겨울에도 침대메트 난방을 늘 켜놓고 있어요. 땀이 줄줄 나게. 여기는 전기세가 그렇게 비싸지 않아요. 전기밥솥, 냉장고, 세탁기, 김치냉장고, 청소기 다 전기로 써도 별로 전기세가 안나와요. 편안하고 좋죠. 북한에서는 들어도 무슨 얘긴지 모를 거예요.

탈북민들은 남한에 가서 여러 가지에 놀라게 됩니다.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외래어에 대한 어려움입니다.  같은 조선말인데 들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더라는 겁니다. 이런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서 해결이 되는데요. 살면서 접하는 수 많은 종류의 전자제품이나 생활용품은 매일 관심을 갖고 배우지 않으면 곁에 두고도 써먹을 수가 없죠.

한경애: 사실 나가보면 전자제품이 많아요. 커피 내리는 것도 있고 정수기도 미니정수기 작은 것도 있고 많거든요. 그런데 사용할줄 모르니까 사고 싶어도 못사는 것이 많거든요. 전자레인지도보면 음식마다  몇 분씩 돌리라도 설명이 있는데 그것을 사용할 줄 모르니까 처음에는 못썼어요. 여기는 마트에 가도  전자레인지가 있어요. 음식을 데워 먹으라고 다 있어요. 저희는 아직도 모르는 것이 너무 많은 것같아요.  하루밤 자고 나면 또 새로운 것을 접하니까 살아가는 것이 신기하고 놀랍고 항상 그런 행복속에서 살죠.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오늘은 연기없는 아파트, 대낮같이 밝은 집 내부에 대해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진서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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