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사람값

워싱턴-이진서 leej@rfa.org
2015.06.11
disable_nk_b 장애인에 대한 공식 언급을 꺼려온 북한 당국이 올해 들어 TV 방송에 장애인을 잇달아 출연시켜 눈길을 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궁금증을 풀어 드립니다.>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북한 안에서는 자연스럽게 쓰는 표현이나 단어 중에 외부세계 사람들이 들으면 깜짝 놀라는 말들이 있습니다. 영문을 몰라서 서로 당황하게 되는데요. 그 중 한 예가 북한에서 쓰는 ‘사람값’이란 말입니다. 오늘은 ‘북한 내 사람값 담론과 소수자 유형분류’란 제목의 논문을 발표한 이화여자대학교 북한학과 김석향 교수와 자세한 내용 알아봅니다.

기자: 북한에 사람값이 있다는 말은 어떤 의미인가요?

김석향: 북한에서 이분들이 서슴없이 쓰는 용어를 모아봤어요. 이것이 일관성 있게 쓰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여성은 남성의 값이 반이예요. 여자는 남자 값의 절반이란 말을 합니다. 또 장애를 가진 사람을 평가하는데 태어날 때부터 장애가 있는 사람은 값이 없습니다.  그런데 태어날 때는 정상적인 몸을 가지고 태어났다가 국가를 위해 일하다 다친 경우는 원래 사람값이 있었는데 값이 없어진 거잖아요. 이런 사람들은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들보다는 값이 조금 있는 겁니다. 그러니까 장애가 있어도 그 안에서 어떤 형태로 장애가 생겼는가에 따라 구분을 하는데 그 구분이 일관성이 있고 달리 말하면 사람을 대형마트에 물건처럼 세워놓고 가격을 매기는 것과 같은 의미죠. 그런 면에서 미국에도 있고 한국에도 있고 어딜 가나 사람에 대한 평가를 하고 어떤 식으로 대할 것인지 기준을 정하는 데 그런 것이 명시적으로 나와 있지 않은 반면에 북한에서는 명시적이고 나와는 상관이 없는데 다른  사람을 사람값에 따라 평가를 한다고 해서 누구도 항의하지 않고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이죠.

기자: 일반사회에서 꼭 찍어서 사람값이 있다 없다 말을 안 하는데 북한사회에서 말하는 사람값이란 말을 했을 때 어떤 차이가 있는 겁니까?

김석향: 자기가 속으로 누군가를 차별하는 마음이 있어도 겉으로 드러내서 명시적으로 표현해서는 안 된다고 배우잖아요. 예를 들어서 장애인을 차별한다거나 외국인을 차별한다거나 동성애자를 차별하는 것에 있어 개인적일 수는 있는데 이것을 드러내놓고 명시적으로 사람값을 못하는 것들이라고 말하지는 안습니다. 말해서는 안 됩니다. 명시적 차별이 되면 법적 문제가 되고 손해배상도 해야 하고 자신이 가진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습니다. 연예인이 좋은 예가 되겠는데요. 그런데 북한에서는 사람값을 놓고 예를 들어 여자는 남자의 필요를 채워주기 위해 태어난 존재야, 여자는 사람값이 절반이지 이런 말을 공식석상에서 해도 문제가 안 돼요. 모두 그렇게 생각하니까요.

기자: 일반사회는 성별이나 종교, 인종, 나이로 차별을 하고 공격하면 문제가 되는데 북한 당국에서는 명시적으로 이런 단어를 써서 표현을 한다면 남한에 간 탈북자들도 자신이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이런 표현을 할 것 같은데 어떤가요?

김석향: 많이 쓰시고요. 제가 관찰한 바에 의하면 이것으로 인해 자신이 불이익을 많이 당합니다. 예를 들어 사회복지사들이 정부 혜택을 주는 것에 대해 해당 여부를 살펴보고 결정을 해주시는 데 탈북자가 도움을 받기 위해 문의를 갔다가 옆에 장애인을 보고는 그 사람이 복지사와 나누는 대화를 듣게 되는 겁니다. 장애인이 학교를 가야 하는데 어떤 도움이 필요하다 이런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탈북자분이 자기일도 아닌데 끼어들어 병신이 학교는 다녀서 뭐해 이러는 겁니다. 제가 가르치는 학생 중에는 탈북자도 있고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학생도 있습니다. 그런데 탈북자가 제게 와서 조용히 교수님 여기 좋은 학교 맞아요? 하고 물어보는 거예요. 그래서 왜? 좋은 학교 맞는데 그러면 탈북 학생이 하는 말이 어떻게 이렇게 좋은 학교에 병신이 돌아다닐 수가 있어요? 이러는 겁니다. 그 탈북학생이 보기에 사람값을 못할 사람인데 그 장애인에게 뭔가를 투자하는 것이 아까운 거죠.

기자: 북한에서 말하는 인권과 일반사회의 인권이 다른 겁니까?

김석향: 상충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1950년대나 60년대 북한에서 출판된 사전을 보면 그냥 우리가 말하는 인권의 개념입니다. 사람이 태어나 누구나 보편적인 인권을 누리고 이렇게 설명이 돼있는데 1970년 중반에서 1980년대 중반 이후가 되면 우리식 사회주의라는 개념이 생기고 우리식 인권이란 말을 합니다. 이것에 어떤 말이 있는가하면 북한당국이 인정한 ‘혁명의 동지’만 사람입니다. 온전한 의미의 사람은 당국이 인정하는 범주에서만 있고 혁명의 배신자는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사람이 아닌 거죠. 그런 논리의 연장선상에서 미 제국주의자나 남조선의 괴뢰도당은 사람대접을 안 해도 되는 거죠.

기자: 하나원에서 탈북자 사회교육을 하고 정착생활을 하게 되는데 이런 문제가 극복이 안 되나요?

김석향: 교육을 받아도 몸에 밴 것이 천성처럼 돼서 한순간에 안 바뀝니다. 장애인 차별을 하면 안 됩니다 해도 마음으로 받아들이질 않아요. 듣긴 들었지만 정말 한쪽귀로 듣고 한쪽귀로 흘리는 거죠.

기자: 분명히 문제가 있고 그 차이가 심각하게 받아들여지는데요. 남쪽에서 이런 현상을 분석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어떤 의미가 있는 겁니까?

김석향: 첫 번째는 큰 사회적인 것보다는 개인 한 사람 한 사람에 집중해서 원하지 않았고  의도하지 않았던 갈등이 증폭되는 것을 막아주는 길잡이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사람이 살면서 서로 싫고 좋은 것은 분명히 있고 갈등을 의도적으로 만드는 사람은 분명히 있지만 그런 것을 막을 수는 없어도 의도하지 않은 것이 충돌이 일어서 문제가 되는 것은 최소한 막아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두 번째는 통일로 가는 과정에서 남북한의 지역갈등처럼 생길 수 있습니다. 북한에서 오신 분들은 차별을 받는다, 억울하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겁니다. 또 상대적으로 한국에 계신 분들은 북한에서 온 사람을 한번 경험하고 나서는 안 만나려고 하는 경우가 있어요. 너무 거칠다, 너무 다른 사람에게 말을 함부로 한다고 해서요. 이것이 자칫 지역갈등처럼 확산될 수 있기 때문에 최소한 알고 내가 의미한 것이 그런 뜻이었는지 확인하고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들이겠는지 확인한 상태에서 자기 뜻을 전달하는 안내서가 필요하다고 생각 하고 있습니다.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오늘은 최근 발표된 북한의 사람값이란 주제로 이화여자대학교 북한학교 김석향 교수와 자세한 내용 알아봤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RFA 이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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