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은 매일 울고 매일 화를 낸다

장진성∙탈북 작가
2013-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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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새해 첫날인 지난 1일 전면 컬러사진으로 지면을 발행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오늘 이 시간에는 노동신문에 대해 말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노동신문은 당 기관지로서 북한의 제1신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민주조선, 평양신문, 조선인민군, 청년동맹을 비롯하여 각 도에도 신문들이 있지만 모두 노동신문 복사판에 불과합니다. 정치의 유일지도 체제가 선전 선동의 유일지도체제까지 이어지는 결과입니다. 하긴 아무리 독재국가라고 해도 그렇게 반세기가 넘도록 유일 집권당의 신문만을 고집하는 나라는 북한 밖에 없을 것입니다.

노동신문을 보면 참으로 희한합니다. 국가를 대표하는 신문이라면서도 김 씨 일가 소식 밖에 다루지 않습니다.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그 3사람에 대한 소식만 매일 매일 특종으로 보도됩니다. 세상에 이렇게 할 일 없는 언론사가 과연 어디 있을까 싶습니다. 내용도 가지 가지입니다. 위대한 지도자께서 어디에 현지시찰가셨다. 무슨 말씀을 하셨다. 회고하셨다. 걸어가셨다.머무르셨다...보다 기이한 것은 그렇게 열심히 지도자 행적을 보도 하면서도 날짜 공개는 절대 안 합니다. 김 씨 성을 가진 지도자감이 워낙 귀한 나라여서 행선지가 공개되면 신변 위협이 뒤따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아마 그렇게 숨어서 다니는 현지시찰이어서 특종인 것 같습니다.

노동신문에 등장하는 인민의 소식도 전부 충성 경쟁 내용뿐입니다. 인간 중심의 사회라고 하면서도 마치 북한에는 김 씨 일가만 인간이고 그 외의 모든 인민들은 부속물이라는 듯 말입니다. 노동신문이 아니라 김일성 신문, 김정일 신문, 그렇게 신문까지 독점 승계한 3대 세습 신문입니다. 그래서 노동신문을 보면 웃기게도 매일 우는 소식만 전합니다. 어느 군인들이 감격해서 울고, 또 어떤 노동자들이 충성으로 운다는 보도가 대부분입니다. 수령이 너무 위대한 나머지 도저히 정상적인 정서로는 흠모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사랑에 겨워 울고 귀한 우정에 우는 현실 속에 사는 인간의 눈물이 아니라 수령 한 사람을 놓고 인민이 격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이상한 전체주의 눈물선전을 하는 이상한 신문인 것입니다. 그것도 하루도 아니고 전역에서 매일 울었다고 하니 아무리 3대 세습까지 저지르는 유례없는 정권이라 해도 이 정도로 비정상적일까 싶습니다.

사실 북한 주민들의 눈물로 말하면 배고파 우는 아이의 눈물, 아사자의 시체를 끌어안고 우는 친척들의 눈물, 숙청당한 할아버지의 뒤를 이어 정치범 수용소로 끌려가는 3대 멸족 연좌제의 눈물일 것입니다. 어쩌면 그것이 북한의 전체주의 눈물일 것입니다. 그런데 노동 신문은 그 눈물은 철저히 외면하고 수령을 위해 어떻게 울어야 하는가를 하루도 빠짐없이 교육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노동신문이 공개하는 사진들에서 김 씨 일가는 대대로 항상 웃습니다. 수령이 먼저 웃어야 인민도 웃을 수 있다는 웃음의 영도, 아니 웃음의 독재를 강조하기 위한 것인데요. 그 웃음의 보도만은 본의 아니게 진실한 노동신문인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현재 북한에서 매일 웃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김정은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노동신문이 공개하는 김정은의 인민군 현지 시찰 사진들을 가만히 살펴보면 군인들은 하나 같이 영양 실조로 피골이 상접한 데 그 속에서 유일하게 뚱뚱한 김정은은 활짝 웃고 있습니다. 먹지 못해 뼈만 앙상한 아이들 속에서도 웃고, 가난에 찌든 옷을 입고 있는 농민들 속에서도 웃고, 그렇게 김정은은 주변의 불행한 형편과 고통의 사정은 전혀 아랑곳 하지 않고 시도 때도 없이 웃습니다. 김정은이 정말 양심 있는 지도자라면 정치의 피해자들인 그 인민을 붙들고 펑 펑 울어야 정상일 텐데 말입니다.

또한 노동신문은 매일 화를 내는 참으로 수상한 신문입니다. 어느 하루도 동족인 남한과 평화로운 국제사회를 상대로 욕을 안 하는 날이 없습니다. 욕도 그냥 욕이 아닙니다. 예의와 수양을 지키기 위해 개인 간에도 잘 하지 않는 속어들을 정권 차원에서 거리낌 없이 해대고 있습니다. 자기 주민들에게 막 대하는 독재의 본성이 외부세계를 대할 때에도 거리낌 없이 드러나는 것입니다. 이는 수령에겐 충성을! 원수에겐 죽음을! 이런 극과 극의 격정에서만 생존할 수 있도록 세뇌시키는 노동신문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서 주민들의 물질적 안정과 정서적 평온도 결코 원하지 않는 신격화 이기주의에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노동신문은 매일 울고 매일 화내다 못해 또 매일 협박합니다. 그 공갈도 과히 핵무기 급입니다. “남조선을 파괴해버리겠다.” “미국이란 나라를 이 지구상에서 완전히 도려내겠다.” “찢어 죽이겠다.” “불태워 몰살시키겠다.” ...마치 노동신문은 망하기 직전의 몸부림과 최악의 발악을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러한 광기에는 휴일도 없고 명절도 없습니다. 북한체제의 전통이라는 듯 십 년 전이나 30년 전이나 변함없습니다. 인민을 계몽하고 깨우쳐야 할 신문이 이 모양이니 그 땅에서 짓밟히는 인권이나 강요 당하는 불행은 얼마나 크겠습니까. 이런 이유로 그 어느 나라 언론사보다도 노동신문은 북한 체제를 스스로 가장 적나라하게 고발하는 반 북 신문인 셈입니다.

매일매일 공개되는 노동신문 속에서 북한을 읽고 이해하며 공감이 갈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는데 보면 볼수록 비정상적인 정권이 틀림없다는 확신을 심어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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