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수평 아미산농장 (2)

김주원∙ 탈북자
2017-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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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황해북도 사리원시 미곡협동농장.
북한 황해북도 사리원시 미곡협동농장.
사진-연합뉴스 제공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난 시간에 저는 양강도 보천군 내곡리에 있는 내곡 온천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오늘은 계속해서 내곡 온천을 이용하는 북한의 고위층들과 (조)총련 간부들의 식재료를 보장하는 온수평 아미산농장에 대해 말씀드리려 합니다. 구글이 제공하는 인터넷 위성사진에서 양강도 보천군을 찾아보면 대중요양소와 휴양소가 사라진 내곡 온천의 황폐한 모습이 훤히 보입니다. 보천읍에서 여수덕 골짜기를 따라 20리(8km) 정도를 가면 내곡 온천이 나타나게 됩니다.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양강도 소재지인 혜산시에서 내곡 온천까지 직행하는 협궤 철도가 있었는데 ‘고난의 행군’을 겪으면서 이 협궤철도는 흔적만 남기고 완전히 파괴되었습니다. 내곡 온천에서 보천읍 방향으로 약 1km 정도를 내려가면 산허리에 울타리로 둘러막힌 크지 않은 농장이 나타납니다. 이곳이 바로 오늘 이야기하려는 온수평 아미산농장입니다. 울타리는 거의 직사각형모양인데 너비가 200m, 길이가 약 280m 미터정도입니다. 면적은 약 5정보인데 내부엔 길이 30m, 너비 8m의 온실 8동이 있고 나머지는 모두 야외 농경지입니다.

협동농장 한 개 작업반보다 작은 규모인데 울타리 한쪽으로 튀어 나온 건물들은 직원들의 숙소와 땔감 보관시설, 냉동 창고들입니다. 울타리 밖 위쪽에 이깔나무 몇 그루와 함께 있는 작은 건물이 인민보위대가 무장경비를 서는 초소입니다. 울타리의 밖은 전부 뙈기밭들인데 숲이 왕성하던 1980년대까지 주변 골짜기로 맑은 골개물이 흘렀습니다. 울타리 밖의 뙈기밭들은 전부 ‘고난의 행군’시기 식량난을 이겨내기 위해 온수평의 주민들이 맨손으로 일으킨 화전(火田)들입니다.

원래 아미산농장 주변엔 개인들의 뙈기밭이나 협동농장의 밭을 만들지 못하도록 규정돼 있습니다. 개인이나 농장들에선 화학비료와 살초제를 사용하기 때문에 사람의 건강에 해로운 화학물질이 아미산농장의 밭을 오염시킬 수 있다는 구실이었습니다. ‘고난의 행군’ 이전까지는 온수 아미산농장 주변은 키 높은 이깔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농장 입구부터 인민경비대가 지키고 있어 외부에서 온 사람들은 여기에 군수물자를 보관하는 시설이나 군수공장이 있는 것으로 착각하기도 했습니다.

‘고난의 행군’이 얼마나 가혹했는지는 노동당 최고 간부들의 식재료를 생산하는 아미산농장 주변에서 나무를 모조리 베어내고 뙈기밭을 만든 것만으로도 설명이 되고 남음이 있습니다. 나무들을 베어낸 골짜기에서 더는 시냇물도 흐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온수평을 지나는 가림천에 양수장을 세워 놓고 물을 끌어 올려 농사를 짓고 있는 실정입니다. 온수평 아미산농장 종업원들은 30여명 남짓했습니다. 남성들은 농장책임자와 세포비서, 농업기술 지도원과 운전수 2명 등 다섯 명이 전부였습니다.

나머지는 모두 여성들이었는데 농장 간부들까지 3달에 한 번씩 양강도 혜산시에 있는 도 인민병원과 제3예방원(결핵예방원)에서 결핵검사를 받아야 했습니다. 감기만 걸려도 종업원들은 기숙사에 보름동안 격리돼 생활해야 했습니다. 온수평 아미산 농장에서는 방울토마토, 가지, 고추, 부루(상추), 쑥갓, 오이, 호박을 재배했습니다. 추운 겨울에도 온실을 이용해 싱싱한 남새(채소)를 생산할 수 있고 냉동 창고를 이용해 수확한 남새를 상하지 않게 보관할 수 있었습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방울토마토는 지금도 북한에서 귀한 남새이지만 1980년대에는 일반 주민들이 구경하기도 어려웠습니다. 가정을 가진 남성들은 매일 주변에 있는 집에서 출퇴근을 하고 결혼 이전인 여종업원들은 기숙사에서 생활했습니다. 집에서 출퇴근을 하거나 가정에 무슨 일이 생겨 외부로 나가야 하는 기숙사생들은 무조건 인민보위대에 검열을 받아야 했습니다. 이곳 온수평 아미산농장에서 제일 빈번히 발생하는 사고가 새로 배치된 종업원들에 의한 방울토마토 소동이었습니다.

갓 입직한 직원들은 처음 보는 방울토마토가 하도 신기해 몰래 따서 맛을 보거나 몇알 주머니에 넣어 집에 가져가려다 인민보위대의 검열에 들키는 일이 많았습니다. 들키면 당장 사상투쟁 무대에 올라 넋이 나갈 정도로 용서를 구해야 했습니다. 가족들에게 자랑하려고 했던 순수한 마음이 비판의 대상이 되고 비밀을 엄수하지 않았다는 이유가 돼 봉변을 치러야 했습니다. 김일성 일가나 북한의 고위층들은 자신들의 호화생활과 먹을거리들이 인민들에게 공개되는 것을 제일 두려워했습니다.

이곳에서 재배하던 고추도 일반고추와는 달리 비만환자들이 잘 걸리는 당뇨병의 예방과 치료에 좋다는 외래종을 심었습니다. 원래 고추에는 매운 맛을 내는 캡사이신 성분이 있어 혈당 상승을 억제하기 때문에 초기형의 당뇨병에 효과가 있습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재배하는 당조고추와 같이 당뇨병에 효능이 높은 외래종 고추였는데 종업원들도 이름을 몰랐습니다. 농장에 새로 입직한 종업원들을 또 놀라게 만든 건 토마토고추(파프리카)였는데 생긴 모양과 색깔에 신기해했습니다.

온수평 아미산농장엔 하나의 관습이 있었는데 갓 들어 온 직원들을 괴롭히는 놀음이었습니다. 연한이 있는 직원들은 인민보위대와 짜고 새로 입직한 직원들이 방울토마토나 토마토고추에 손대는 순간을 기다렸다가 일부러 고발하는 것이었습니다. 고발당한 신입 종업원들은 다른 곳도 아닌 아미산농장에서 김일성 일가와 노동당 고위층들에게 차례질 식재료에 손을 댔다가 들켰다는 두려움이 형언키 어렵게 컸습니다. 인민보위대의 단속에 걸린 신입 종업원들은 한순간에 넋을 잃었습니다.

여기에 연한이 있는 종업원들이 “너는 앞으로 가족들과 함께 정치범수용소로 끌려 갈 것”이라고 협박을 하면 심한 경우 정신을 잃고 쓰러지기까지 했습니다. 이제는 다 죽었다고 맥을 놓고 있는 신입 종업원을 사상투쟁 무대에 올려 세웠습니다. 사상투쟁 무대에 올라서 사시나무 떨 듯 하는 종업원들을 몇 번 비판을 하다가 세포비서가 무대에 올라 종업원들에게 어떤 처벌을 주겠는가를 물으면 미리 짜놓은 대로 용서할 수 없다 거니 용서하자 느니 하다가 관대히 용서한다고 선포합니다.

그 순간 사상투쟁 무대에 올라섰던 신입 종업원이 느끼는 감동을 말로는 다 표현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온수평 아미산농장에서 신입 종업원을 괴롭히는 방법을 보면 김일성과 김정일, 김정은이 북한의 간부들을 어떤 식으로 통치하는지 잘 깨달을 수 있습니다. 저의 사돈뻘 되는 친척이 그곳에서 뜨락또르(트랙터) 운전수로 일하고 있어 김일성 종합대학에서 공부할 때부터 온수평 아미산농장을 자주 드나들었습니다. 물론 엄격한 불법이지만 저의 집안 토대가 좋은데다 제가 김일성종합대학 생물학부에서 공부를 한다는 점이 그곳 간부들에게 호의적으로 보인 것으로 짐작을 합니다.

지금도 뜨거운 여름철 방울토마토를 몰래 주머니에 넣고 집에 나가려다 들켜 눈물범벅이 돼 있던 어린 여종업원의 얼굴이 자주 떠오릅니다. 신입 종업원들을 괴롭히는 건 누군가 장난으로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아 죽는다는 농담과 비슷했습니다. 그곳 종업원들은 자신들이 짜놓은 악의 없는 장난으로 신입 종업원들이 평생 두려움 속에 살 수도 있다는 생각을 못하고 있었습니다. 김일성 일가와 관련이 있다면 조그마한 잘 못도 용납이 안되는 북한, 온수평 아미산농장에서 생산하는 식재료는 주변 환경으로 하여 노동당 고위층들도 외면하고 있습니다.

그런 식재료가 북한을 방문하는 총련의 간부들과 재일동포에게 차례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과연 그들이 무엇이라고 반응을 하게 될지 궁금해집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탈북민 김주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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