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사람들의 입맛

워싱턴∙서울-이규상∙ 김영희 leek@rfa.org
2016.05.25
donsungro_food-620.jpg 대구 동성로에 나온 시민들이 포장마차에서 음식을 먹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안녕하십니까? 우리 생활 속 경제 소식들을 살펴보는 김영희의 경제이야기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이 변합니다. 사회, 문화, 정치. 사람들의 생각은 물론 사람들의 입맛도 변하는데요. 요즘 남쪽 사람들이 좋아하는 맛. 과연 어떤 맛일까요. 오늘 김영희의 경제 이야기에서 살펴봅니다.

지난 10여 년 간 한류바람, 즉 남한의 대중문화가 전 세계로 퍼져나가면서 음악과 영화, 드라마는 물론, 남한의 음식에까지 외국인들의 관심이 모여지고 있습니다. 과거에 외국인들에게 알려진 한국음식 하면, 김치나 불고기 정도가 전부였는데. 요즘은 비빔밥과 떡볶이, 닭볶음 등 한국 사람들이 많이 먹는 음식들이 외국인들에게도 친숙해 졌습니다. 그런데 이 음식들의 공통점이 있죠. 다 매운 음식들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외국인들의 인식에는 한국음식 하면 매운맛으로 각인되어 있습니다. 남한 사람들은 언제부터 이런 매운맛을 좋아하게 됐을까요? 한국산업은행 미래통일 사업본부 김영희 북한경제팀장과 남한 사람들의 입맛에 대해 얘기해 봅니다.

이규상: 안녕하십니까? 김 선생님.

김영희: 안녕하십니까.

이규상: 요즘 봄이 돼서 그런지 입맛도 좀 떨어지는 것 같고요. 점심 때 마다 뭔가 맛있는게 없을까 하고 고민들을 많이 하는데요. 김 선생님은 요즘 어떤 음식들을 즐겨 찾으시나요?

김영희: 저도 매콤한 음식인 불닭, 닭고기로 만든 찜인데 아주 맵다고 해서 불닭이라고 하죠. 그리고 가끔은 분식점에 가서 떡볶기, 짬봉... 이런 매운 음식들이 생각납니다. 그래서 주말이면 우리 아이들이 모두 집에 오니까. 매운 닭찜을 해서 먹기도 하고, 불고기도 맵게해서 먹을 때도 있고요. 입맛 없을때 매운음식이 최고 이지 않습니까. 그리고 특히 제가 요즘 감기에 걸려서 매운 맛을 많이 찾게된 것 같고요. 북한에 있을 때는 풋고추를 된장에 찍어 먹거나 또는 고추를 볶아서 먹으면 입맛이 돌았던 것 같은데... 어제는 매운 우동을 먹었습니다. 요즘은 매운 음식을 많이 먹는 것 같습니다.

이규상: 입맛을 돋우는 데는 매운맛이 최고다 라고들 얘기하는데, 요즘 남쪽 음식들이 대체적으로 좀 매운 것 같죠? 요즘 남쪽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매운 음식들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김영희: 북한과 남한의 음식 차이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남한음식은 맵고 달다고 얘기를 합니다. 그만큼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것 같은데요. 대표적인 음식을 말씀 드리자면 낚지볶음, 떡볶기, 짬봉, 불닭, 닭 볶음탕, 불족발. 이런 것들을 들 수 있습니다. 아마 북한에서 방송을 들으시는 분들은 처음 들어보는 음식일 겁니다. 북한에서는 오징어를 낚지라고 하니까... 낚지볶음은 낚지를 데쳐서 야채와 매콤하게 볶은 것이고요. 떡볶기 같은 경우는 북한에서는 쌀이 귀해서 떡을 명절이나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매콤하게 먹는다니까 이 또한 이해가 안 갈 겁니다. 길게 뽑은 가래떡에 고추장을 넣어 매콤하게 만든 음식이 바로 떡볶기이죠. 이런 음식들은 남한에서 귀한 음식들이 아니라 누구나 어디서나 먹을수 있는 대중 음식이죠.

이규상: 여기 미국에도 한국음식들이 많이 있지만 한국만큼 다양하지 않아서 그런 음식들을 매일 같이 접하기는 힘든데요. 한국음식들이 전반적으로 매워지고 있다는 것은 라면을 보면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요즘 라면 회사들이 더 매운 맛을 내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을 하고 있는 것 같죠?

김영희: 라면, 북한에서는 꼬부랑국수라고 부릅니다. 북한 사람들도 라면을 참 좋아하죠. 그러나 남한 만큼 일반화 되어있지 않고 특별한 사람들만 먹을 수 있는 그런 음식으로 되어 있어요. 남한은 라면의 종류가 얼마나 많은지 그 이름을 다 알 수가 없어요. 저희 아이들 같은 경우는 매운 라면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슈퍼에 가면 매운맛부터 삽니다. 많은 사람들이 매운맛을 좋아하니까. 라면을 만드는 회사들이 매운맛 경쟁을 하는 것이죠. 그래서 전체 라면시장의 59.3%가 매운맛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합니다. 그만큼 남한사람들이 매운맛을 좋아한다는 방증이겠죠.

이규상: 북한음식은 어떤가요? 남쪽에서 만큼 매운 맛들이 있나요?

김영희: 북한음식은 대부분 싱겁고 담백합니다. 특히 매운맛을 내는 음식이 거의 없어요. 매운맛을 내려면 매운 고추를 따로 심지는 않습니다. 남한은 매운 고추와 덜 매운 고추를 따로 심는 것이 아직까지 이해가 안 가는데... 북한은 종자가 없어서 그런지 고추는 모두 한가지에요. 아주 매운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매운맛만 내는 것이죠. 고추도 보면 한 밭에서 나오는 것도 어떤 것은 맵고 또 어떤 것은 덜 맵고... 그래서 섞어놓고 보면 어중간한 정도이죠. 그래서 고추장도, 깍뚝이도 남한의 강렬한 매운맛은 나지 않습니다.

이규상: 이렇게 남쪽 사람들이 거의 살인적으로 매운 맛을 선호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김영희: 입맛을 돋우는데 매운맛이 좋지만 그것 때문에 남한 사람들이 매운 맛을 좋아하는 것만은 아닌것 같습니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100% 만족하는 경우는 없지 않습니까. 상사, 동료, 후배, 그리고 친구들... 아무튼 사람은 관계 속에 살면서 이런저런 스트레스 그리고 업무로 인한 압박을 받게 되죠. 이런 스트레스를 날려줄 수 있는 것이 매운맛이라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매운 음식을 남한 사람들이 많이 좋아하는 것 같고요.

이규상: 어떤 학자들은 한국 사람들이 매운 맛을 좋아하는 이유가 경제적인 요인과과 관계가 있다고 얘기하는데, 무슨 얘기죠?

김영희: 네. 남한사람들이 힘들게 일하고 그 힘든 몸을 매운 맛으로 잊고 또 쌓인 스트레스를 매운 맛으로 털어 벌였다는 것인데요. ‘빨리빨리’ 를 왜치는 남한의 일상에서 매운 음식이 그런 힘을 내게 하는 원천이었다는 것이죠. 그런데 이런 매운 음식은 위장과 장을 상하게 한다고 합니다. 남한 사람들에게서 소화기관 질병이 많은 것도 매운맛과 같이 자극적인 음식을 많이 먹어서라는 설도 있습니다. 남한의 경제성장이 소화기관과 맞바꿔서 이뤄낸 것이라는 얘기죠.

이규상: 이렇게 매운 음식 얘기를 하다보니까, 방송을 하면서도 코에 땀이 맺히는 것 같네요. 이번에는 좀 다른 맛에 대해서 얘기를 해 보죠. 남쪽에는 매운 맛 말고 계절마다 유행하는 맛이 있지 않습니까? 치즈 맛, 새우 맛, 쵸코렛 맛... 이런 것들 말이죠. 그런데 최근에는 바나나 맛이 유행이라면서요?

김영희: 요즘은 색콤 달콤한 맛 보다는 부드러운 바나나 맛이 인기입니다. 바나나는 특히 달지도 않으면서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지 않습니까? 바나나 쥬스를 만들면 다른 생 과일 주스보다 부드러운 느낌이 있거든요. 그래서 최근 바나나 맛 쵸코파이, 바나나 맛 우유, 그리고 바나나 향을 넣은 술까지, 바나나 맛 식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맛이라는 것도 유행을 타는 것 같습니다.

이규상: 정말 그 바나나 맛 우유는 제가 어렸을 때부터 좋아하던 음식인데 여전히 인기가 많군요. 사실 바나나는 남쪽에서 나지도 않는 과일인데요. 제가 어렸을 때 만해도 아주 귀한 과일 이였는데. 요즘은 천대받는 과일이 됐다면서요?

김영희: 바나나 같은 경우는 100% 수입 산이죠. 다른 과일에 비해서 많이 싼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비싼 편도 아닙니다. 한 다발에 약 7달러정도하고요. 제가 처음 입국했을 때는 바나나 한 다발이 4달러정도였던 것 같은데요. 그 때 보다는 비싸진 것 같지만, 다른 제철 과일들이 많고, 다른 수입과일들이 많다보니까 이제는 인기가 많이 떨어졌습니다.

이규상: 옷을 만드는 의류업계에서는 다음 해에는 어떤 옷이 유행할까 예측을 해서 옷을 디자인 하고 또 거기에 맞는 의류를 생산하고 하는데, 식품업계에서도 이런 것이 가능한가요?

김영희: 옷에 유행이 있는 것처럼 맛의 유행도 있다고 하죠. 식품업계도 젊은세대, 또 중년세대, 노인세대가 어떤 식품을 좋아하는지 조사는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소비자의개성에 따라서 음식이 다양하기 때문에 유행할 수 있는 음식을 찾아내서 소비자의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의류업계에서 만큼 디테일하지는 않다고 봅니다.

이규상: 네. 유행이 지난 옷을 입고다니는 사람들은 보통 패션 감각이 떨어진다고 놀림을 받죠. 저는 매운 음식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아마 유행 감각이 떨어진 입맛을 가지고 있나 봅니다. 요즘 북한에서는 어떤 맛이 유행하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김 선생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2분경제사전: 프랜차이즈>

'프랜차이즈‘

프랜차이즈는 프랑스어에서 온 단어로 원래 뜻은 특권을 주다라는 뜻입니다. 이 말은 중세 유럽에서 부르주아 들이 ‘부르’ 즉 성의 소유권을 가진 영주들에게 돈을 주고 자치권을 산 행위에서 유래되었습니다.

오늘날 상업적인 의미에서의 프랜차이즈는 가맹기업이 직영점, 가맹점 등 여러 영업점을 두고 사업을 운영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어떤 성공한 사업모델이 있으면 그 사업방식을 그대로 본 따 원하는 사람들에게 돈을 받고 그 사업을 운영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평양에 있는 옥류관이 개성이 신의주 등 다른 도시에 똑같은 옥류관을 열고 그 운영권을 다른 개인이나 사업체에 이전 하는 것을 프랜차이즈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보통 식당경영이나 사업경영 경험이 부족한 사람들이 이런 프랜차이즈 방식을 많이 선택하는데요. 점포선정이나 식재료 공급 그리고 홍보 등 사업을 운영하는데 있어 여러 골치 아픈 문제들을 가맹기업이 해결해 주고 그만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단점은 이 모든 것이 공짜로 제공되는 것이 아니고 돈을 주고 사 와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개인 창업보다 자본이 더 들어가고 사업이 성공할 경우 개인 창업보다 돌아오는 수익이 적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2분 경제사전. 진행에 양윤정입니다.

맛의 유행. 요즘 남한의 미식가들. 그러니까. 좋은 맛을 추구하고 찾아다니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남한의 음식 맛이 너무 평준화 되어가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앞에서 김영희 씨가 얘기했던 남한 사람들이 좋아하는 맛 달고 매운맛이 외식문화를 점령하고 있다는 지적인데요. 그것도 그럴 것이 남한에서는 한 식당이 맛있다는 소문이 나면 그 식당으로 사람이 몰리고 또 그 식당을 본 딴 다른 식당들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 모든 음식들의 맛이 비슷비슷해 지는 경향도 있습니다. 맛의 유행, 그리고 새로운 맛. 이런 것도 좋지만 아주 오래전부터 전해오는 맛. 그런 맛도 그리워질 때가 있습니다.

김영희의 경제이야기 이번주 순서를 마칩니다. 진행에 이규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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