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금융봉쇄조치, 중국에 달려있다

북중교역 거점인 중국 랴오닝성 단둥의 중국 은행들은 금융당국의 지시에 따라 지난 3월 초 일제히 북한 은행들과의 거래를 전면 중단했다. 사진은 단둥의 지방은행인 단둥은행의 모습.
북중교역 거점인 중국 랴오닝성 단둥의 중국 은행들은 금융당국의 지시에 따라 지난 3월 초 일제히 북한 은행들과의 거래를 전면 중단했다. 사진은 단둥의 지방은행인 단둥은행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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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경제관련 소식들을 살펴보는 김영희의 경제이야기 시간입니다. 북한의 계속되는 핵실험과 미사일 개발로 국제 사회는 오래 전부터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조치를 취해 왔습니다. 이렇게 계속되는 국제 사회의 경제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근근이 생존해 왔는데요. 하지만 이런 생존이 얼마나 지속될 지 의문입니다. 오늘 김영희의 경제 이야기에서 살펴봅니다

북한에 김정은 정권이 들어선 이후 북한은 국제사회의 인내를 시험하듯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시험을 계속해 왔습니다.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해 가하고 있는 경제제재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이러한 도발은 계속되어 왔는데요. 미국이 핵과 미사일로 도발을 일삼는 북한에 대해 유래 없는 강력한 재제조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어떤 내용인지 한국 산업은행 미래통일 사업본부 김영희 북한경제 팀장과 알아봅니다.

이규상: 안녕하십니까? 김 선생님.

김영희 팀장: 네. 안녕하십니까?

이규상: 북한이 지난 9월9일 제5차 핵실험을 감행한 이후 국제사회의 분위기가 상당히 안 좋죠?

김영희 팀장: 네. 국제사회는 북한의 5차 핵실험을 국제사회에 대한 선전포고로 간주하고요. 북핵불용 원칙과 함께 새로운 대북제제로 제재수위를 높이기 위한 조치를 마련하고 있고요. 미국은 북한에 핵 관련 물자를 수출한 중국의 대표적인 기업 대표, 관련자들의 이름을 제재 대상에 올렸고 또 중국은 이들을 체포하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75개국이 북한을 규탄하는 성명을 냈고 일부 국가는 북한 관리들과 예정됐던 회담, 방문들을 취소하고 북한의 핵개발을 저지하면서 북한을 고립시키려는 국제사회의 공조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규상: 북한의 핵실험 도발 이후 지금 미국을 중심으로 더 강력한 대북 제재조치가 거론 되고 있는데요. 어떤 조치인가요?

김영희 팀장: 지금 미국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대북제재 조치는 국제은행간 통신협회라는 것이 있는데 이 협회의 거래 망에서 북한을 퇴출 시키기 위한 조치라고 볼 수 있어요. 이것이 무엇인가 하면 '북한 금융망 차단 법안'. 이것을 미국에서 발의 했는데, 국제은행간 통신협회가 아예 북한과의 거래를 하지 못하도록 원천 봉쇄하기 위한 법안이라고 볼 수 있어요.

이규상: 이번에 미국 정부와 의회가 추진하려는 대북제재는 이전의 대북제재 조치보다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이나요?

김영희 팀장: 네. 북한이 다른 나라들과 자금 결제, 송금… 이런 것을 전혀 할 수 없기 때문에 물자를 수출하게 되면 그 결제를 외국의 기업과 직접 현금으로 주고 받지 않는다면 거래를 전혀 할 수 없게 됐어요. 그러나 북한의 대상인 다른 국가 기업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꼭 필요한 북한과의 거래를 송금이 아닌 현금으로 거래를 하게 된다면 이번 국제금융에서 북한을 퇴출시키려는 대북제재 노력에서도 이렇다 할 효과를 거두지 못할 수도 있다고 보여집니다. 특히 북한이 2005년 방코델타아시아 사태 이후에 현금거래를 주로 하고 있는데, 이런 비중이 더 늘어나지 않을까 생각되고요.

이규상: 10여년 전에 미국이 방코델타아시아에 대한 제재조치는 북한이 전혀 준비가 안 되어있었을 때 내려진 조치였는데요. 당시 북한이 어느 정도 타격을 받았나요?

김영희 팀장: 네. BDA 가 미국에 의해 자금세탁의혹 은행으로 지정이 되자 마카오 당국은 BDA에 예치된 북한의 2천5백만 달러를 동결 시켰는데요. 당시 북한으로서 이 돈이 대단히 큰 돈은 아니라고 볼 수 있어요. 문제는 무엇이냐? 이것을 계기로 해서 다른 은행에 있는 돈도 동결될 수 있고, 또 위조지폐 유통, 돈세탁 연류… 이런 것 들이 더 우려 되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규상: 방코델타아시아 사태 이후 북한도 이러한 것을 피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많은 준비를 했을 것 같은데 북한 내부에서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김영희 팀장: 북한내부에서는 방코델타아시아 은행에서 큰 돈은 아니었지만, 자금이 동결되면서 다른 은행들의 자금도 동결되지 않을 까 전전 긍긍했었죠. 그 이후 북한은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 자금을 분산시켜야겠다고 생각해, 그 당시에는 마카오에 있는 몇 개 은행에 북한의 모든 외화벌이 자금들이 집중되어 있었습니다. 그것을 다 분산시켰습니다.

이규상: 북한의 경제 체질이 10여년 전 과는 많이 다르지 않을까 생각되는데요. 지금 북한의 경제는 거의 90%이상 중국에 의존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번 미국의 대북제재 조치가 중국의 협조 없이 성공할 수 있을까요?

김영희 팀장: 중국의 협조 없이는 상당히 어렵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래서 대북제재의 성패는 중국의 협조가 아닐까… 그런데 중국의 유엔의 새로운 대북제제조치에 미온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또 민생관련 무역은 예외로 하고 있어서 사실 어느 부분이 민생인지 어느 부분이 군 관련 분야인지 불분명한 상태이기 때문에 공식적인 수출입이 대폭 감소할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는다고 볼 수 있고요.

이규상: 지금 북한의 홍수 피해 때문에 국제사회가 대북지원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 한 쪽에서는 이런 제재조치가 추진되고 있는데 이로 인해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닐까요?

김영희 팀장: 인도적 지원과 대북제재는 별개로 이뤄져야 한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는데, 유엔의 북한인권특별 보고관이 인도주의지원은 유엔안보리 대북제재에서 제외 되야 한다고 강조한 부분이 있어요. 이런 것을 놓고 보면 제재와 인도주의의 분리가 가능하나, 국제사회의 동조는 별로 없어 보입니다.

이규상: 미국과 국제사회가 전례 없는 강력한 대북제재를 고려하고 있는 것은 더 이상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같은 도발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인데요. 이런 제재조치 말고 이런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들은 없을까요?

김영희 팀장: 북한이 핵개발을 중단하고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준다면 6자회담을 통해서, 다시 말해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이 제기될 수 있지만, 북한도 핵개발을 멈추지 못하는 조건에서 강력한 대북제재 이외에 다른 대안은 없어 보입니다. 지난 기간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 당근, 채찍 모두를 써 보지 않았습니까. 그러나 북한은 지속적으로 핵 개발의 완성도를 지속해 왔고요. 때문에 국제사회의 협력과 중국의 책임 있는 행동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규상: 북한과 국제사회의 관계를 지켜보면 도발과 제재가 무한 반복하는 것처럼 느껴지는데요. 이런 굴레에서 벗어날 새로운 방안이 쉽게 나오지 안는 게 참 안타깝습니다. 김 선생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김영희 팀장: 네. 고맙습니다.

앞서 김영희 팀장이 얘기했던 것처럼 이번 대북제재 역시 중국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올해 초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지금까지 나와 있던 제재 조치 중 가장 강력하다고 평가되는 결의안 2270호를 채택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중, 장거리 미사일 발사시험을 계속했고 급기야 9월 9일에는 5차 핵실험까지 단행했습니다.

국제 사회가 북한의 이러한 도발에 강력히 비난하고는 있지만 중국이 북한에 단호한 입장을 보이지 않는 한 어떠한 유엔 결의안이나 제재조치도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입니다.

북한의 대중 무역 의존도는 지난 2000년도 약 25%이던 것이 지금은 91%를 육박하고 있습니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이러한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주장이 압도적입니다. 이번에 미국이 준비하고 있는 강력한 금융봉쇄조치가 이미 심각한 수준에 와 있는 북한의 대중 의존도를 더 높이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듭니다.

김영희의 경제이야기. 이번 주 순서를 마칩니다. 진행에 이규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