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창 (주)한국체인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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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북교류와 사람들> 시간입니다. 진행에 노재완입니다. 남북경제협력은 사업 형태에 따라 크게 4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개성공업지구이고요. 또 하나는 금강산관광지구입니다. 세 번째로 평양과 지방 등 북한 내륙에서 하는 합영, 합작 사업이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임가공무역 등 단순 교역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5.24조치로 유일하게 개성공업지구에서만 경협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오늘 만나게 될 주인공은 합작 사업과 농산물 교역, 그리고 금강산과 개성공업지구까지 정말 북한에서 안 해본 사업이 없는 분입니다. 바로 주식회사 '한국체인'의 김기창 사장인데요. 지난 13일 서울 방배동에 있는 사무실에서 만나봤습니다.

기자: 사장님, 안녕하세요?

김기창: 안녕하세요. 추운데 오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기자: 현재 개성공업지구에서는 어떤 제품을 생산하고 있나요?

김기창: 주로 포장재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일부는 자동차 핸들 가죽을 생산하고 있고요.

기자: 개성공업지구가 재가동된 지 5개월이 넘었는데, 어느 정도 정상화가 됐나요?

김기창: 개성공단 전체로 보면 85% 정도 정상화가 된 상황인데요. 우리 회사도 마찬가집니다. 85% 정상화됐습니다. 그렇게 본다면 올해 3월 말 정도면 95%는 정상화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자: 과거 운영하던 공장에서 불이 나 큰 피해를 봤다고 들었습니다.

김기창: 운이 없었는지 좌우지간 불이 나서 상당한 피해를 봤습니다. 3년 전에 일어난 그 화재 때문에 지금도 재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기자: 당시 공장이 완전히 다 타버린 겁니까?

김기창: 네, 화재로 전부 타버렸습니다.

기자: 지금 운영하는 공장은 이후에 새로 지은 건가요?

김기창: 아닙니다.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에서 배려를 해줘서 아파트형공장에 새로 입주했습니다. 크기는 전용면적 600평 정도 됩니다. 그러니까 2천 평방미터 정도 된다고 봐야죠.

기자: 그러면 기존의 공장은 어떻게 했습니까?

김기창: 사실 그 공장 부지는 제가 분양받은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이 분양받은 땅을 임대해서 사용한 것입니다. 그래서 이후에 땅을 사서 새로 공장을 지으려고 했는데, 그만 5.24조치가 나오면서 어쩔 수 없이 포기하고 말았죠.

기자: 사장님은 또 북한에서 들쭉술 사업도 하셨죠?

김기창: 네, 그렇습니다. 1997년 그러니까 당시엔 김영삼 대통령 시절인데요. 북한 량강도 혜산에 들어가서 북한과 합작으로 생산했습니다. 생산한 들쭉술은 한국으로 반입해 판매했습니다. 들쭉술 사업은 5.24조치 전까지 계속 했습니다.

기자: 5.24조치 이후 들쭉술 사업은 어떻게 됐습니까. 북한이 혼자서 계속 하는 거예요?

김기창: 5.24조치 이후 방북할 수 없으니까 확인하지 못했지만, 북한 내부에서만 일부 판매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공장에서 일하는 북한 사람들도 먹고살아야 하니까요. 아무튼 지금은 연락이 끊겨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는지 잘 모릅니다.

기자: 들쭉술 합작회사에 투자한 금액은 어느 정도 됩니까?

김기창: 1997년 당시 34만 달러 정도 투자했습니다. 이것은 북쪽에서도 인정받은 것입니다.

기자: 사업 당시 북한에서 생산한 들쭉술은 전부 남한으로 유통시켰나요?

김기창: 백두산 들쭉술은 1961년부터 북한에서 생산한 유명한 술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 내부에서도 판매를 해야 해서 다 가져올 순 없었습니다. 계약 당시에도 북한에서 쓸 수 있는 만큼 남기고 나머지 한국으로 가져오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금강산 관광이 진행되던 시기 들쭉술이 많이 팔렸습니다.

기자: 그러면 들쭉술 사업을 통해 돈을 좀 버셨나요?

김기창: 돈은 많이 벌지 못했습니다. 제가 생각할 때 들쭉술 포장이 좋지 않았던 게 남쪽 사람들에게 관심을 얻지 못한 이유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북한이 워낙 포장 기술이 떨어지다 보니까 백두산 들쭉술이 남쪽 사람들의 눈엔 질이 떨어지는 술로 생각했을 겁니다. 그래서 포장부터 바꿔야겠다고 생각하고 제가 개성에서 포장지를 자체로 생산했는데, 얼마 되지 않아 5.24조치가 발표되고 말았죠.

기자: 대북사업을 아주 오랫동안 해오셨는데, 개성공업지구와 백두산 들쭉술 말고 북한에서 하신 사업 또 뭐가 있습니까?

김기창: 그동안에는 일반 교역을 해왔는데요. 주로 먹거리 관련이죠. 건채류 임산물, 특산물 등을 취급했습니다. 일반 교역은 20년 가까이했습니다. 합작, 합영, 일반교역, 개성공단 입주까지 대북 사업과 관련해 전 분야에 걸쳐 취급한 사람은 아마 한국에서는 제가 유일할 것입니다.

기자: 합영회사는 어떤 사업이었습니까?

김기창: 이것도 북한 상품을 파는 겁니다. 경의선 북한 CIQ 부근에 한 1만 평 정도의 부지를 받아 이곳에 건물을 짓고 사업을 하려고 했는데, 이 역시 5.24조치 때문에 하다가 말았죠. 당시 북쪽 파트너와 제가 250만 달러씩 투자하기로 했던 것입니다. 그때 당시 건물은 완공된 상태였습니다.

기자: 건물이 개성공업지구 내 있는 게 아니라 밖에 있었기 때문에 보호를 받지 못했군요?

김기창: 그렇죠. 개성공단 바로 옆에 있었는데도 엄격히 얘기해서 개성공단 입주 사업이 아니었기 때문에 더 이상 진행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 사업은 앞으로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기자: 그러면 사장님은 대북사업을 언제 처음 하신 거예요?

김기창: 저는 1994년부터 시작했습니다. 당시에는 간접 교역이었는데 1994년과 1995년에는 북한산 고사리와 미술품을 주로 취급했습니다.

기자: 대북사업을 하게 된 특별한 동기라도 있나요?

김기창: 저는 원래 일본에 물건을 수출하는 회사를 운영했습니다. 그런데 일본에 가서 보면 같은 민족끼리 민단과 조총련으로 나뉘어 싸우는 것을 자주 보게 됐습니다. 그 시기 노태우 대통령이 남북기본합의서를 만들었는데요. 그것을 보면서 조만간 남북교류가 열리겠구나 생각했죠. 그때 당시 인생 후반기를 어떻게 보낼지 막 고민하던 차였거든요. 비록 작은 규모였지만 남북한이 통일되는 과정에서 경제인으로서 뭔가 의미 있고 목적 있는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이 들어 대북사업을 하게 됐습니다. 솔직히 돈만 생각했다면 중국이나 다른 나라로 갔겠죠. 그래서 지금도 어렵지만 꿋꿋하게 버티고 있습니다.

<남북교류와 사람들> 오늘은 한국체인의 김기창 사장을 만나봤습니다. 사장님,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