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북교류와 사람들> 시간입니다. 진행에 노재완입니다. 5.24조치 이후 개성공업지구를 제외한 남북경제협력은 중단된 상태입니다. 이 때문에 남북경협에 종사했던 남한의 대북 사업가들이 수년째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남북경협 재개와 평화를 염원하는 마음에서 이들은 지난달 2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여 시민과 함께하는 문화 행사를 가졌는데요. 이날 행사에는 10년 넘게 북한과 물류사업을 해온 여성 사업가 이선영 씨도 나와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 씨는 현재 물류회사인 케이제이엔터프라이즈에서 이사를 맡고 있습니다.
기자: 안녕하세요?
이선영: 네, 안녕하세요.
기자: 대북 물류사업에서 주로 어떤 품목을 운송하셨나요?
이선영: 고사리, 표고버섯 등 농산물과 관련 가공품 등입니다.
기자: 물류는 남포항을 통해 들어왔나요?
이선영: 아닙니다. 주로 나진항을 이용했습니다.
기자: 나진항에서 출발하면 한국에는 어느 항구로 들어왔습니까?
이선영: 인천항으로 들어왔습니다.
기자: 나진항과 인천항을 오가는 배는 자주 다녔나요?
이선영: 한 달에 한 번꼴로 다녔습니다.
기자: 그러면 거꾸로 그 배를 통해서 남한에서 북한으로 들어가는 물건도 있었나요?
이선영: 그건 없었고요. 오로지 북한에서 들어오는 것만 있었습니다.
기자: 배가 나진항을 출발해 인천항으로 오면 많이 도는 건데, 왜 가까운 남포항을 이용하지 않았죠?
이선영: 말씀드렸듯이 저희가 가져오는 농산물이 대부분 산악지대에서 자라는 고사리와 표고버섯입니다. 이것들을 현지에서 가공해서 가져오려면 가까운 나진항에서 선적하는 게 맞고요. 물론 수산물 같은 경우에는 남포항을 이용합니다. 그렇지만 농산물은 현지에서 가공해서 남포항까지 운송하려면 번거롭고 또 물류비도 많이 듭니다.
기자: 대북 물류사업은 언제부터 하신 겁니까?
이선영: 2004년 1월부터 시작했습니다.
기자: 북한에도 자주 가셨나요?
이선영: 물류는 임가공 업체와 다릅니다. 즉, 북한에 갈 필요가 없습니다. 북한과 접촉하는 중개인이 따로 있고, 저희는 그 사람하고만 거래하면 됩니다. 중개업자가 가공한 농산물을 배에 실어 주면 저희는 인천항에서 물건을 하역하고 서류를 작성해 유통회사에 전달하기만 하면 됩니다. 북한 중개업자를 통한 교역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노재완: 교역 관련 서류를 작정하고 물건을 넘겨주는 일만 하면 된다는 말씀이군요.
이선영: 네, 그렇습니다.
노재완: 남북경협이 중단되기 전까지 대북 물류사업은 괜찮았습니까? 다시 말하면 돈을 좀 버셨는지요?
이선영: 그럼요. 들어오는 컨테이너 1개당 1~2천만 원 정도 벌었는데요. 당시 남한에서는 북한산 고사리와 표고버섯은 없어서 못 팔정도로 인기가 많았습니다. 인기가 많다 보니 예약을 받아 판매하기도 했습니다.
노재완: 그러나 5.24조치가 발표되면서 사업이 중단됐잖아요. 그동안 회사는 어떻게 운영해왔습니까?
이선영: 회사가 어려우면 가장 먼저 하는 게 인원 축소입니다. 저희도 마찬가집니다. 직원들이 계속 나갔고, 지금은 남편과 저 둘이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노재완: 그러면 지금은 다른 물류 업무를 하겠네요?
이선영: 물류라는 것이 모든 해외 운송 부분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규모는 작지만 다른 운송 업무를 하면서 5.24조치가 풀리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엔 물류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남편 친구의 일도 도와주고 있습니다.
노재완: 주력은 북한 물류지만, 지금은 다른 업무를 하고 있다는 말씀이군요. 그동안 경제적인 피해도 클 것 같은데, 지금까지 피해 금액은 어느 정도로 추산하고 계십니까?
이선영: 북한 물류로 한 달에 적어도 1천만 원 정도 매출을 올렸으니까 12개월로 따지면 1억 2천만 원 정도 매출 손실이 있다고 볼 수 있는데요. 그러나 여러 경비를 제외하고 실질적인 것만 따지면 지금까지 5~6억 원 정도 손실을 봤습니다.
노재완: 그동안 한국 정부로부터 피해보상 같은 건 받았습니까?
이선영: 회사가 어려우니까 한국수출입은행에서 3%의 저금리로 7천500만 원을 대출을 받았고요. 그리고 작년에 정부로부터 1천만 원의 보상금을 받았습니다. 피해 보상금으로 말입니다.
노재완: 이사님은 대북 물류사업을 어떻게 해서 시작하게 된 건가요?
이선영: 처음엔 저희도 일반 물류만 했죠. 그러다가 주변에서 농산물과 수산물도 갖다 달라는 주문이 있어 찾다가 보니까 우연히 통일부 공지사항을 보게 됐습니다. 그리고 중국 연변에서 북한 농산물을 가공하는 사람을 접촉해 대북 물류사업을 하게 됐습니다. 그렇게 해서 일을 하다 보니까 돈도 꽤 벌게 됐고, 그러면서 지금 하고 있는 일이 통일의 밑거름이 된다는 생각에 나름 자부심도 느끼고 그랬습니다.
노재완: 계속 힘든 상황인데, 지금이라도 일을 다른 것으로 바꾸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이선영: 사업은 한 우물을 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5.24조치가 풀리면 남북교역도 재개될 것이기 때문에 그때까지 어떻게든 버티려고 합니다.
노재완: 무작정 기다린다는 게 참 힘든 일인데요. 그럼에도 대북사업을 계속 하신다고 말씀하셨는데, 대북사업을 하려는 무슨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이선영: 농산물에 대해서 현재 가장 의존하는 나라가 중국입니다. 그런데 중국도 요즘 인건비가 많이 올랐습니다. 그리고 환경도 열악해져서 가공비가 비싸졌습니다. 결국 우리 민족끼리 힘을 뭉쳐야 하는데 그렇게 하면 북한 주민들도 돕고, 또 우리 농산물도 활성화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대북 사업은 계속 해야 합니다.
노재완: 남북경협 활성화를 주장하고 계시는데, 그러나 상황은 여전히 어둡습니다. 관련해서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합니다.
이선영: 저희는 물류인으로서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총칼이 없어도 모든 국경을 넘나듭니다. 북한이 개방하면 모든 자원과 물자가 러시아나 중국으로 다 갈 수가 있습니다. 그러려면 누군가가 그 일을 조정하고 맡아야 하는데, 바로 우리 물류인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리고 그때까지 국민의 일원으로서 저희도 대통령의 지침에 따르고 기다리겠습니다.
기자: 남북교류와 사람들, 지금까지 케이제이 엔터프라이즈의 이선영 이사를 만나 얘기를 나눠봤습니다. 이사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이선영: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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