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내가 사는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이현줍니다. <내가 사는 이야기>는 평양 무역일꾼, 김태산 씨와 자강도 시 공무원 문성휘 씨가 남한 땅에 정착해 살아가는 솔직한 얘기를 담고 있습니다.
북쪽 사회에서는 당연한 것들이 남쪽에서는 굉장히 이해 못 할 일로 비춰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돌격대'도 그 중 하납니다. 남쪽은 물론 세계 어느 나라도 정부가 국민들을 차출해 짧게는 몇 주 길게는 몇 년 동안 집에도 안 보내고 돈도 거의 안 주며 건설 일을 시키지 않습니다. 아무리 국가적 대의명분을 내세운다고 해도 전쟁과 같은 급박한 사태도 아닌데 개인의 삶을 앗아갈 순 없습니다. 북쪽 주민들 역시 돌격대 차출은 환영하지 않죠. 건설 얘기를 나누면서 화제는 자연스럽게 돌격대로 흘러갔습니다.
"(돌격대 뽑는다고 하면) 사람들 얼굴이 새까매져요. 남자들이 주먹지기로 싸움을 하고 여자들은 울고불고 난리죠"
<내가 사는 이야기> 오늘 건설 이야기 두 번째 시간입니다.
진행자 : 탈북자들과 얘기를 하다보면 어디어디 건물 지을 때 동원돼서 일해 봤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문성휘 씨도 희천 공작 기계 공장 지을 때 일하셨다고 하셨잖아요? 저는 그게 참 이상했어요.
김태산 : 국가 건설 노력으로는 안 되겠으니까 주민들을 뽑아 쓰는 것이죠. 죽을둥 살둥 나가는 걸 군대에서 돌격대라고 하는데 북한에서는 건설하는 것도 그런 전쟁 현장으로 보는 거죠.
문성휘 : 그러니까 남한에서는 건설사들이 노동력을 모집해 일을 시키는데 북한은 국가가 그걸 하니까 돌격대는 쉽게 말해 국가가 조직하는 노가다 노동이라고 보면 돼요.
진행자 : 근데 이렇게 돌격대 뽑혀 나가면 싫어하지 않으세요?
김태산 : 지난 기한엔 속도전 돌격대 같은 곳에는 뽑혀서 가서 일하면 입당도 시켜주고 대학도 좀 보내준다고 하니까 가겠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어요. 옛날엔 그래도 밥도 제대로 주고 했죠. 지금은 뭐, 인민군대도 안 나가겠다고 발버둥 치는데... 돌격대는 갔다가 빠져나오는 것도 힘들어요. 자기가 집으로 오고 싶으면 와야 되겠는데 대신 인력을 갖다 넣기 전에는 나오질 못해요. 한마디로 조선시대 같은 때 성을 쌓는데 동원되면 인력을 대신 갖다 넣기 전에는 평생 나오지 못했다는 그 격이거든요. 그냥 내버려두면 십년씩 이십년씩 그냥 썩어야 하는 거예요.
진행자 : 돌격대를 그렇게 몇 십년씩하는 사람도 있어요?
문성휘 : 있어요. 그러니까 북한은 군 생활이 10년이 아닙니까? 10년 갔다 온 다음에 3년 돌격대 생활하는 것이 이제 거의 공통적이 됐어요. 지금 공식적으로 북한이 모집한 돌격대 인원이 45만 명이라고 하거든요? 그 외에도 지방에도 단위별로 모집한 돌격대들이 많아요. 그 인력까지 다 합하면 한 70-80만은 넘어갈 거예요. 그러니까 누구는 돌격대를 10년하고 누구는 1년 하겠어요? 한 사람이 3년씩 교대로 하는 겁니다.
김태산 : 여기서처럼 매일 하루에 6만원씩, 8만원씩 주면 아마 서로 나가겠다고 할 겁니다. 거기서는 돌격대 나가면 겨우 먹여만 주죠. 하루에 얼마씩 계산된 돈은 있는데 한 달을 모은다고 해도 쌀 2-3 킬로 살 수 있는 돈도 안 되니까 돈보고 나갈 수 있는 건 아니죠. 그저 나가라는 그 강압적인 요구에 밀려 나가는 거죠.
문성휘 : 사실 국가적으로 조직했다고 해도 휘발유 같은 건 공급하지 않아요. 설사 공급한다 해도 꼭대기 간부들이 다 팔아먹어요. 그러나 우리로써는 일을 좀 쉽게 하자니 휘발유가 필요하고 자동차가 필요하거든요. 그러니까 한번 나오는 월급을 다 모아서 자동차 휘발유를 사는 거예요. 애초에 돈은 구경할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해요. 집에서 고생을 하죠. 옷도 보내야하고 돈도 보내야하고... 북한에 또 이런 구호가 있어요. "우리 마을에 술과 여자는 몽땅 우리 것이다". 그 만큼 돌격대 생활이 무질서하고 사고도 엄청나게 많이 나요. 그리고 남쪽에서는 건설장에서 노동자 한명이 사망해도 그것이 막 TV 보도에 나오고 그렇잖아요? 북한은 아무런 노동 안전 대책도 없어요. 남한에도 알려진 평양의 십만 세대 살림집 건설 현장에서도 남한 같으면 아파트를 건설할 때 인력이 추락하지 않게 보호 그물을 다 쳐놓잖아요? 북쪽엔 그런 것이 없어요. 그러니까 사고가 엄청나게 많이 나죠. 사람이 죽는다는 건 거기선 일상사니까 아무렇지도 않은 거예요.
진행자 : 그야말로 사람값 안 나가는 거죠... 근데 군대 10년에 돌격대 3년, 13년 진짜 깁니다. 청춘 다 보내네요.
김태산 : 남쪽의 노가다 하면 북쪽에서는 그걸 가지고 직업이 없는 사람이 노가다에 나가서 힘들게 일하고 한다고 막 비난하고 합니다.
진행자 : 아, 그런 선전도 합니까?
김태산 : 자신들의 허물을 감추기 위해 남쪽의 것을 많이 가지고 그런 얘기를 하는데 사실 제가 남쪽에 와서 노가다를 뛰어보니까 하루에 60달러, 80달러 지어는 100달러 이상씩 받으니까 내가 일한 것이 착취당했다는 생각은 안 들어요. 착취를 당한 게 아니라 돈이 필요하니까 나가서 내 노동력을 팔았다는 것뿐이지 누구한테 착취를 당한 것 같지는 않아요. 근데 북쪽은 문 선생이 얘기한 것과 같이 돌격대 나가서 그저 모든 것을 다 바쳤는데 뭐 보상해주는 게 없어요. 오히려 덥고 잘 이불까지 집에서 다 지고 가야하는 형편이거든요.
진행자 : 그렇게까지 개인의 희생을 요구하면서 당이 내세우는 대의명분은 뭔가요?
김태산 : 어쨌든 당이 바라면 우리는 한다는 구호 아래 사람들을 내모는 것이죠. 우리 사무원들도 금토일. 놀아본 적이 없어요. 농장에 나가서 계속 일하는 거죠. 사회주의 애국 노동이라고 칭하지만 옛날로 말하면 노예 노동이죠.
문성휘 : 오늘을 위한 오늘에 살지 말고 내일을 위한 오늘에 살아라... 하죠? 이런 황당한 구호를 많이 내세우면서 사람들을 강제로 내모는 겁니다. 집히면 안 나갈 수 없으니까...
김태산 : 여기서는 내가 싫으면 안 나갈 수 있지만 문 선생이 지금 말한 것처럼 지명되면 안 나갈 수 없어요. 안 나가면 잡아가는데?
진행자 : 이제 당이 내세우는 이런 구호, 당이 내세우는 명분들 그대로 믿는 분들은 안 계시죠?
문성휘 : 아... 누가? 솔직히 누가 그렇게 생각하겠어요? 울며불며 직장에서 돌격대 뽑을 때는 굉장히 싸워요. 마지막엔 막 지배인에게 재떨이가 막 날아가고 날아오고 하거든요.
진행자 : 사실 저라도 이런 상황이면 진짜 나가고 싶지 않겠어요.
김태산 : 저도 북쪽에서 합영회사 사장도 해보고 그랬지만 제일 힘든 것이 이 문제예요. 지금 얘기하고는 별개의 문제지만 이자, 문 선생이 얘기를 했으니 말하자면 매년 매 기업소마다 평양에서 추출할 인원 폰트가 떨어져요. 돌격대도 있지만 평양은 인구를 줄이기 위해 매해 사람을 뽑아냅니다. 아, 정말 돌격대도 돌격대지만 이게 딱 떨어졌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하면 사람들이 다 내 얼굴만 보는 거예요. 사장 얼굴만. 제일 걱정하는 사람이 운전수 그 다음이 창고 노동자. 그러면 어떤 사람들은 아주머니가 울면서 찾아와 사정하는 사람도 있고 뇌물을 주면서 봐달라는 사람도 있는데 야... 돌격대 내보낼 때나 이런 사람 뽑아야 할 때도 정말 기업 책임자 해먹을 자리가 못 돼요. 내가 나가면 나갔지 누굴 뽑아요? 그럼 할 수 없이 우리 회사 같은 건 나도 좀 내고 여기저기 좀 긁어서 구역 노동과 상무 그루빠들 찾아서 고이고 폰트를 뽑는 거죠.
문성휘 : 그럼 그게 또 다른 힘없는 기업소로 가는 거죠.
김태산 : 맞아요. 우리는 그나마 외화를 좀 만지는 기업소지만 다른 힘없는 기업소들은... 돌격대 같은 것도 정말 미치는 거죠.
문성휘 : 사람 얼굴이 새까매져요. 남자들이 주먹지기로 싸움을 하고 여자들은 울고불고 난리예요.
김태산 : 아마 거기도 남쪽처럼 하루 나가면 60달러, 80 달러 준다고 해봐요. 막 서로 나가겠다고 할 걸요.
문성휘 : 아! 그렇죠. (웃음)
김태산 : 두 달라 씩만 줘도 아마 난리 겁니다. 왜 다들 해외에 나가서 일하려고 합니까? 막 죄인처럼 힘들게 일을 해도 한 달라, 두 달라 돈이 차려지니까 서로 나가려고 하는 겁니다. 북한 사회 자체가 자기 노동자들을 착취하지 않고 일한 것 만큼 보수만 준다면 얼마든지 서로 일하겠다고 할 겁니다. 남한과 북한의 노가다 차이는 결국 이 차이입니다. 보수를 주고 시키느냐 안 주고 시키느냐... 이게 제도적 차이인데 북쪽은 공짜로 일시키면서 당에 충실하다고 선전하고 남쪽은 너 노력 바쳤으니 노력만큼 주고. 참, 누가 누가를 속이는지... 남쪽에 와보고 알았단 말이에요.
오늘 문성휘 씨, 김태산 씨 얘기, 많이들 공감하셨을 것 같습니다. 최근 문성휘 씨, 새로 지은 아파트로 이사를 했습니다. 예전엔 건설 부분의 꽃은 고층 건물이라고 했는데요. 요즘 건설 부분의 꽃은 아파트 같습니다. 첨단 기술이 가장 먼저 적용되고 눈에 보이지 않는 곳까지 세심하게 신경 쓰는 남한의 아파트 건설 기술. 다음 시간에 문성휘 씨의 새 아파트 자랑과 함께 전해드립니다.
<내가 사는 이야기> 오늘 여기까지입니다. 저는 다음 주 이 시간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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