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야기] 자영업(2) 공짜는 없다

서울-이현주, 김태산, 문성휘 xallsl@rfa.org
2012-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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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금정숙 씨가 운영하는 경기도 광명시의 중국성.
탈북자 금정숙 씨가 운영하는 경기도 광명시의 중국성.
RFA PHOTO/이예진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내가 사는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이현줍니다.

<내가 사는 이야기>는 평양 무역일꾼 출신 탈북자 김태산 씨와 자강도 공무원 출신 탈북자 문성휘 씨가 남한 땅에 정착해 살아가는 진솔한 얘기를 담고 있습니다.

2006년 노벨 평화상은 방글라데시의 무함마드 유누스와 유누스가 설립한 그라민 은행에 돌아갔습니다.

그라민 은행... 이제 세계인들에게 많이 알려진 유명한 은행이지만 이 은행의 고객들은 부자가 아닙니다. 1976년 설립된 가난한 이들을 위한 소액 대출 은행입니다.

방글라데시 치타공 대학교의 경제학과 교수였던 유누스는 가난한 사람들이 장사를 하거나 돈을 벌 수 있는 자본금을 마련하지 못해 가난이 악순환 되는 현실을 보고 150달러 미만의 돈을 담보와 신용보증 없이, 하위 25% 계층에만 대출을 해줬습니다.

이렇게 빌려간 돈으로 사람들은 물건을 떼어다 장사를 하고 재료를 사서 상품을 만들었습니다. 사람들은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놀랍게도 이 은행의 대출 상환율 그러니까 돈을 값은 비율은 90% 이상이었습니다.

그라민 은행과 비슷한 소규모 대출 은행이 세계 곳곳에 생겼고 남쪽에도 이런 금융이 도입됐는데요. 탈북자들에게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주는 방식도 바로 여기서 시작된 건데 남쪽에선 이런 걸 미소 금융 또는 풀뿌리 금융이라고 하는데 자본금이 아니라 큰 나무로 자랄 수 있는 씨앗을 빌려주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문제는 요즘 그 씨앗이 자랄 토양이 별로 좋지 않다는데 있습니다.

오늘 <내가 사는 이야기> 지난 시간에 이어서 탈북자들의 자영업 얘기 이어갑니다.

김태산 : 탈북자들도 가만 보면 하나 금융 등에서 돈을 대출해주고 하니까 뭔가 식당 같은 것 쉽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게 어려워요. 여기 사람들 얘기도 잘 듣고 상권 분석은 물론 경제 분석도 좀 하고 시작을 해야 합니다. 이런 경제 상황 속에서 식당해서 살아남는다는 것은 정말 어렵습니다. 전 학원을 열었는데 영어 학원이라는 건 생각해보면 우리 한반도 여성들은 자기 입에 들어갈 건 없어도 얘들은 가리키는 열정이 있어요. 그리고 영어는 더 합니다. 그러니까 아무리 경제가 한심해져도 영어 학원은 될 것이라는 타산이 있었던 겁니다.

진행자 : 사모님께 감사하셔야 할 것 같아요.

김태산 : 아니, 왜요? 그 타산은 내가 했는데요?

진행자 : 음식 솜씨가 너무 없어서 식당 하려다 접으셨다면서요. (웃음)

김태산 : 맞아요! 그 소리는 내가 정말 오늘 처음 했는데요. (웃음) 상가가 15평짜리가 났는데 그걸 미리 내가 하겠다고 말을 해놓고 고민을 했습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술을 마시고 자다가 새벽에 깼어요. 일어나 앉아서 사업을 시작하면 어떻게 될까, 식당은 무슨 식당을 할까 궁리하다가 옆에 누워있는 노친네(부인) 얼굴을 척 내려다봤어요. 근데 그런 생각이 드는 겁니다. 우리 부인이 나랑 20-30년 살면서 내 입맛 하나 못 맞춰서 매일 한마디씩 듣는데 이 사람이 남한 사람들 입맛을 맞춰? (웃음) 당장 이건 아니다 그랬죠. 어쨌든 결정을 내리는데 큰 도움을 주긴 했네요.

진행자 : 탈북자들에게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주며 창업을 돕는 기관들도 많습니다. 물론 남한 땅에 정착을 돕기 위한 좋은 목적이지만 친지도 없고 연고 없는 남한 땅에서 탈북자들에게 사실 빚은 상당한 부담입니다.

문성휘 : 장사가 안 되면 고스란히 빚으로 남으니까요. 제가 알고 있는 어떤 분은 북한에서 나와 중국에서 6년 동안 요리사로 일했어요. 근데 이분이 와서 딱 한 달 만에 치킨 집 그러니까 닭튀김 집을 열었어요. 처음에 잘 된다고 했는데 2년 만에 문을 닫고 어디 공장 같은 곳을 떠돌다가 결국 영국으로 갔습니다. 근데 재밌는 게 영국에 가서 다시 닭 집을 차렸는데 거기서는 또 잘 된답니다. 왜냐면 영국에서는 집까지 배달해주는 식당이 없는데 이 사람이 차린 닭 집은 닭튀김을 집까지 배달하니까 잘 된대요.

진행자 : 일종의 차별화에 성공하신 거군요.

문성휘 : 그렇죠. 한국에선 이분들이 차별화를 못 시킨 것이죠. 그게 실패의 원인이었습니다. 근데 우리 탈북자들 차별화를 하라고 하니까 무슨 식당을 차리면 항상 ‘북한 순대’ ‘북한 냉면’... 북한식 음식은 한국사람 입맛에 안 맞습니다! 근데 계속 북한식을 고집해요. 남쪽에 와서 보면 순대, 냉면 식당 잘 되죠? 그러나 식당에 들어가서 먹어보면 그건 북한 입맛이 아니라 남한 사람들의 입맛입니다. 탈북자들이 생각하는 ‘북한식’ 차별화는 북한 음식을 그대로 가져와 재현하는 것인데 여기선 안 통합니다...

진행자 : 딱히 통계가 나와 있진 않지만 탈북자들이 가장 많이 실패하는 자영업 업종이 식당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건 탈북자도 그렇지만 남쪽 사람도 마찬가지에요.

김태산 : 누구나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이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처음엔 북한 사람들이 한다, 북한식으로 한다면 호기심에 한번 씩은 와보는데 한번 온 손님이 두 번, 세 번 와야겠는데 그게 아니라는 거죠. 그래서 처음엔 다들 좀 장사가 되나 싶었다가 6개월도 못 버티고 문을 닫는 겁니다. 식당은 진짜 한번 파리 날리기 시작하면 음식을 공짜로 줄 수도 없는 것이고... 솔직히 여기 사람들, 공짜로 줘도 맛이 없으면 반가워 안 하죠.

진행자 :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것 같은데 제일 어려운 게 식당인 것 같습니다.

문성휘 : 근데 살아 보면 진짜 북한에 비해 한국에는 자영업자가 엄청나게 많습니다. 그런데도 그 자영업자들이 그런대로 버티는 것을 보면 한국이 꽤나 장사가 잘 되는 나라라는 얘기 아닙니까?

진행자 : 그 정도 자영업이 돌아갈 만큼 경제 규모가 어느 정도 된다는 얘기죠. 근데 요즘 자영업자들이 많이 힘들다고 하잖아요? 세계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남한 경기도 나빠지고 그 영향을 받는 겁니다.

김태산 : 사실 어느 가서 일생동안 월급 꼬박 꼬박 받으며 일할 수 있으면 망할 걱정이 없이 그 쪽이 마음이 편합니다. 전쟁 이후에 태어나서 이 남쪽을 건설한 수많은 베이비 붐 세대들이 지금 퇴직하는 시기입니다. 딱 제 또래인데 이 사람들이 이렇게 살다 나와서 갑자기 사업을 하려니 실패가 많은 겁니다. 퇴직금을 갖고 보통 사업을 시작하는데 그걸 다 날리는 일도 많습니다. 또 이런 실패가 쌓여서 국가 경제에도 적잖은 부담이 되고 있고요. 그런데 이런 현상을 죽 보고 있으면 이 수많은 자영업자들이 모여서 국가 경제를 이뤄나간다는 사실을 알 수 있어요. 하나하나의 자영업이 국가 경제를 떠받들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거죠. 세계적으로 이쪽에서 문제가 생기면 저쪽 나라에서 영향을 받는 것처럼 자영업자들의 실패도 국가 경제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이해하면 됩니다.

문성휘 : 경제 위기가 한국에서 시작된 것도 아닌데 영향을 받는 걸 보면 참 무섭다는 생각도 들어요. 그러니까 우리 탈북자들도 창업을 할 때 이런 것도 꼭 봐야할 것 같아요.

김태산 : 물론입니다. 탈북자들이 자본주의 사회에 와서 돈이 있다고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기술만 있다고 성공하는 것도 아닙니다. 돈, 기술, 정열이 다 있어야 하고 시장과 상권을 분석하는 눈도 있어야 합니다.

진행자 : 어쨌든 남쪽 경제는 그거 하나 확실해요. 공짜 없다.

김태산 : 맞습니다. 공짜를 바라는 자는 망합니다. 아니면 감옥 가죠.

진행자 : 요즘 북쪽에서도 각각 모든 주민들이 다 장사한다잖아요? 넓은 의미로 보면 다 자영업자 인거죠.

김태산 : 그렇습니다. 그런데 요즘 식당 할 사람은 신고해라 했다면서요? 열어 줄 것이면 확 열어야지 이걸 뭐 신고를 하고 번 돈을 기관하고 나눠 가지면 열성이 나오겠습니까?

진행자 : 어쨌든 북한도 어젠가는 남한의 이런 경험이 필요한 날이 있을 겁니다.

문성휘 : 새 경제 체제를 한다니까 주민들도 관심이 높겠는데 우리가 오늘 말한 이런 얘기가 경제가 열리는 꼭 필요한 사안들이니까 잘 들어줬으면 좋겠습니다.

진행자 : 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내가 사는 이야기> 오늘 시간 탈북자들의 자영업에 대한 해봤습니다. 진행에 이현주였습니다. 다음 주 이 시간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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