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농업개혁 부진, 식량위기로 이어질 수도

워싱턴-전수일, 강철환 chuns@rfa.org
2017-04-17
이메일
댓글
공유
인쇄
  • 인쇄
  • 공유
  • 댓글
  • 이메일
북한 평안남도 숙천군 약전리 협동농장 240만 평에 '복토직파농법'으로 벼농사를 짓고 있는 한민족복지재단이 지난 2006년 수확을 앞두고 농장을 방문, 벼의 생육 상황과 작황을 살피고 있다.
북한 평안남도 숙천군 약전리 협동농장 240만 평에 '복토직파농법'으로 벼농사를 짓고 있는 한민족복지재단이 지난 2006년 수확을 앞두고 농장을 방문, 벼의 생육 상황과 작황을 살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매주 화요일 북조선 내부의 소식과 정보를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진행에 전수일입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사건, 사고, 동태, 동향에 관한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청취자 여러분에게 전달하고 설명할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와 이 시간 함께 합니다. 북한전략센터는 북한 내부의 민주화 확산사업과 한반도 통일전략을 연구하는 탈북자 단체입니다.

전수일: 김정은 정권의 잇따른 핵, 미사일 도발로 국제사회의 압박이 전방위적으로 강화되는 가운데 북한 내부에서는 식량위기가 고조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강철환: 북한에서 1994년 식량위기 이후 주민에 대한 배급제는 사실상 붕괴됐습니다. 하지만 공무원집단과 평양시민들은 여전히 배급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농업개혁이 부진한 상황에서 생산동기를 제대로 부여 받지 못하는 북한농민들의 생산의욕이 저하되면서 배급제에 필요한 식량이 수매되지 못해 평양시민에 대한 배급이 4월 이후에 중단될 위기에 놓여있는 소식이 북한전략센터 소식통에 의해 알려지고 있습니다. 저희 북한 내 소식통에 따르면 평양시 양정사업소의 식량 잔고가 바닥나 4월 이후 배급을 줄 쌀이 없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다고 합니다. 따라서 기관, 기업소 별로 식량확보를 하는데 총력을 다할 정도라고 합니다.

전. 기업들이야 자체 조달이 불가능하지는 않겠지만 공무원이나 군인 또 평양 시민들은 스스로 식량을 확보하는 게 어렵지 않을까요?

강. 그렇습니다. 지금 북한의 웬만한 기업들은 식량 배급 자체를 자체로 조달하는 방향으로 바뀌었습니다. 국가에 의존하다 보면 큰 위기가 왔을 때 대체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주요 기업들은 종업원들의 배급을 자체 수익을 통해 중국에서 수입해오거나 밀가루 등을 공급받아 자체 배급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는 공무원들이나 군인들, 순수 평양시민들은 배급이 중단될 경우 큰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전. 4월 이후에 배급 쌀이 바닥난다면 일반 평양시민들은 무엇으로 먹고 살아야 합니까?

강. 이런 위기는 종종 있어왔지만 시장 확대로 공무원들도 배급제보다는 식량을 사서 먹는 추세에 있습니다. 하지만 배급이 원천적으로 중단된다면 심리적으로 심각한 상황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군대집단이 가장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햇감자나 기타 부식물로 식량을 때우려도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번 식량위기는 심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봄은 영농기로 한창 먹으며 일을 해야 할 시기여서 식량난이 겹치면 1990년대 중반처럼 심각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전. 북한에서 이런 식량난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닙니다만, 한때 농촌 개혁으로 식량 문제가 다소 풀리고 있다는 얘기도 있었지 않습니까?

강. 사실 북한의 농촌은 개혁의 실패로 모든 것이 엉망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북한은 준 개인농 수준으로 농민들에 대한 동기부여를 강화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추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중간한 개혁과 실천 불가능한 여러 가지 조건 때문에 농민들의 생산 의욕은 날로 감소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전. 그렇다면 김정은 시대 들어서 추진된 농업개혁이 제대로 운용 집행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강. 무엇보다도 국가정책의 신뢰성 부분에서 가장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합니다. 개인농 수준의 농업개혁을 하려면 농민들의 소득도 시장경제에 맞게 모든 제도를 개편해야 합니다. 북한은 농업개혁을 시도하면서 3:7제를 도입했습니다. 3할을 국가 세금으로 무조건 바치고 7할은 농민의 소득으로 인정하는 것입니다. 겉으로 보면 엄청난 개혁을 이뤄낸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집단농장 체제에서 농민들의 개인소득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옮겨간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농민의 몫인 7할 소득부분에서 국가정책이 오락가락하면서 농민들의 의욕이 사라지고 있는 것입니다.

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죠.

강. 북한은 농민이 가져야 하는 소득을 완전하게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농민들이 자신의 몫으로 가져가야 할 7할에 대해 자유롭게 처분할 권리를 가진다면 사실상 개인농 수준의 개혁을 이뤄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농민들이 열심히 일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북한당국은 농민들이 기대했던 처분권을 제약하고 국정가격 수준으로 수매할 것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북한당국은 체제를 유지하는 군대와 공무원집단에 거의 공짜와 다름없는 국정가격으로 식량을 배급하고 있습니다. 농민들이 수매해야 하는 곡물에 대해 시장가격으로 국가가 수매를 받자면 배급제를 전면 폐지하고 국가공무원들도 시장가격으로 식량을 구입해야 하는 조치가 필요합니다. 과도기 혼란을 막기 위해서 자금이 필요하다면 국가자금을 투입해서라도 농민들의 소득을 인정해주는 수매정책을 실시한다면 장기적으로 식량생산이 증대돼 식량난 자체가 완전히 해소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배급제 전면 폐지는 사실상 개혁의 첫 단계이기 때문에 국가주도의 경제를 유지하고자 하는 북한당국의 개혁의지가 미미해 농업 개혁은 사실상 사기와 기만으로 인식될 만큼 주민들 사이에 여론이 악화되고 있는 것입니다.

전. 군량미가 부족한 군 부대도 곡물 확보가 큰 문제라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농민들은 자기들의 몫에서 일부를 군에 제공토록 강요당하고 있다고 하던데요?

강. 그렇습니다. 국가수매 외에도 군량미가 부족해 농민들에게 기증형태의 식량 강탈도 자주 이뤄져 농민들의 사기는 거의 바닥수준이라고도 합니다. 특히 황해도지역에 식량 수탈이 가장 극심한 상황입니다. 황해도는 북한에서 벼농사 지역이고 곡창지역입니다. 사실상 평양시민에 대한 배급이나 군량미도 황해도에서 대부분 충당합니다. 그래서 황해도는 북한정권의 수탈이 가장 큰 지역이기도 합니다. 농민이 가져가야 할 몫에 대한 수매권을 인정하지 않고 모자라는 군량미를 채우려고 강제로 가져가면 농민들은 일년 농사를 짓고도 굶어 죽어야 할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벼농사라서 가을에 곡식을 빼돌리기도 힘든 상황입니다. 요즘 곡창지대인 황해도가 늘 굶주리고 있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그런데도 김정은은 위기 때마다 인민들을 쥐어짜고 늘 자기 방식대로 밀고 나가 지금까지 잘 견디어 왔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큰 위기가 와도 어차피 지도부가 고생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런 위기가 상시화되고 농민들의 상황이 임계점에 이르면 상상하기 힘든 파국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전. 강 대표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내부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여러분께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지금까지 탈북자단체 '북한전략센터'의 강철환 대표와 함께 했습니다. 다음 주 화요일, 같은 시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저는 전수일 입니다.

원본 사이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