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북한식당 종업원 집단 탈북 배경

워싱턴-전수일, 강철환 chuns@rfa.org
2016.04.18
13restaurant_defectors-620.jpg 북한 종업원 등 13명이 집단 탈출한 것으로 추정되는 중국 내 북한식당(류경식당) 내에서 북한 여종업원들이 근무할 당시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매주 화요일 북조선 내부의 소식과 정보를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진행에 전수일입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사건, 사고, 동태, 동향에 관한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청취자 여러분에게 전달하고 설명할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와 이 시간 함께 합니다. 북한전략센터는 북한 내부의 민주화 확산사업과 한반도 통일전략을 연구하는 탈북자 단체입니다.

전: 최근 중국의 저장성 닝보 시의 북한식당에서 종업원 13명이 집단탈출한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겹겹한 감시망을 운영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무리 해외라지만 그 많은 북한 종업원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탈북을 작정하기란 그리 쉽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되는데요, 한국 언론에서는 이번 집단탈북사태를 북한체제의 균열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보고 있습니다. 강 대표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강: 지금까지 집단탈북은 주로 어선을 활용한 경우가 많았고 가족들이 중심이 되어있었습니다. 그 가족 가운에서도 마음이 맞지 않은 사람들은 놔두고 오거나 술을 먹이고 배를 태워서 공해상에서 사실을 말한 경우도 있습니다. 그만큼 가족이라도 정치적인 상황은 민감한 것이었습니다. 해외라는 특수상황이지만 그 많은 사람들이 마음을 하나로 만들어낸 것은 그만큼 북한내부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이고 통제 시스템도 예전 같지 않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전: 북한체제의 통제가 약화되기는 했지만 이렇게 종업원들이 이례적으로 집단탈북하기까지에는 어떤 극단적 상황이 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강: 그렇습니다. 이번 사건은 크게 두 가지 동기로 압축해볼 수 있습니다.

우선 사람들이 어떤 행동을 할 때에는 이성적인 판단보다 순간적인 감정이나 피해를 보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의 행동 뒤에는 그들의 감정을 자극한 큰 사건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것은 바로 임금에 관련한 문제라고 저희는 판단합니다. 그들 종업원들이 아무리 상류층이라도 해외에 나갈 때에는 많은 주변의 기대가 있습니다. 북한에 돌아갈 때 사가야 할 선물이나 용돈이 필요한 것입니다. 그래서 해외식당에 파견될 때에는 상당한 액수의 월급을 기대합니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북한내부의 상납요구로 그들의 월급으로 돌아가야 할 현금이 사라지면서 감정이 격화됐을 가능성입니다.
두 번째는 정치적 문제로 볼 수 있습니다. 그들이 한국에 들어와서 조사과정에 한국 드라마 등을 봤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해외에 나갈 때에는 북한에서 모든 영상 기록물들을 현장으로 가져가 그것을 매일 밤 시청하게 되어 있습니다. 사상투쟁도 더 심각하게 합니다. 그런데 요즘 젊은 층들은 한국 드라마나 외국 영화에 관심이 많습니다. 이번에 총지배인도 30대 중반입니다. 그들이 한국 드라마 등을 보는 것을 느슨하게 통제했을 가능성입니다.
모두가 한국 드라마를 본 것이 드러났을 경우 북한으로 송환됐을 때 보위부 조사를 받으면 큰 문제가 발생합니다. 일부 종업원들이 정치적으로 보위부에 걸려들자 집단적으로 한국 드라마 등을 본 것이 큰 후환으로 돌아올 가능성을 우려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래서 총지배인이 총대를 메고 탈북을 선동했고 다수의 직원들은 모두 한마음이 된 것 같습니다.

전: 북한 당국이 해외 식당에서 일하는 종업원들에게 월급도 제대로 줄 수 없는 상황이라면 북한내부의 자금 상황이 심각하다는 반증 아니겠습니까?

강: 그렇습니다. 지금 북한내부는 유엔안보리의 강력한 대북제재결의에 따라 중국을 포함한 다수의 유엔 회원국들의 대북제재로 심각한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런 제재와는 별도로 정작 북한내부의 자금 사정을 어렵게 만들어 온 것은 김정은의 사치성 건물 건축 사업입니다. 이미 김정은은 김정일 사후 사치성 건축물 공사에 막대한 돈을 탕진했습니다. 문수 물놀이장, 미림승마장, 마식령 스키장이 그 사례입니다.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은 처형전 김정은의 사치성 건축물 추진에 제동을 걸다가 미움을 받기도 했습니다. 장성택은 경제 기반에 먼저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전: 작년 노동당 70주년 행사 때에도 평양시 건설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지 않았습니까?

강: 그렇습니다. 과학의 전당을 이미 평양시 은정구역 국가과학원 주변에 지은 것이 있습니다. 그래서 국가계획위 부위원장이 김정은이 대동강 변에 대형과학의 전당을 또 짓겠다고 하자 중복된 건물이라고 주장했다가 처형당했습니다.
문제는 미래과학자 거리 건설에서 크게 발생했습니다. 북한당국은 자금이 고갈되자 아파트 건축에 대한 자금을 각 성 별, 기관별로 할당해 짓도록 한 것입니다.
국가예산 별도로 강제적으로 책정된 막대한 자금을 당장 만들어낼 수 없는 각 성, 기관들은 하부단위로 할당량을 내려 보냈고 결국은 중국 등 해외에 나가있는 식당이나 해외근로자들에게 모든 부담이 씌워진 것입니다.

전: 이번에 평양에서 시작된 여명거리 건설도 그와 같은 방식으로 진행된다면 아주 큰 문제이겠군요.

강: 그렇습니다. 당 창건 행사와 관련된 아파트 건설은 한번이면 끝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래서 간부들은 있는 돈 없는 돈을 모두 긁어 모으거나 빌려서 겨우 건설 비용을 충당했다고 합니다. 그 와중에 일부 간부들은 개인적으로 빚더미에 앉은 사람도 꽤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여명거리 건설을 다시 시작하면서 미래과학자 거리와 비슷한 방법으로 돈을 각출해 충당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중국 내 북한식당 종업원 집단탈출도 결국 여명거리 건설 자금 확보 압력에 따른 후과의 하나로 볼 수 있습니다. 사실 북한 국내외 많은 단위에서는 이번 사건처럼 실제 탈북은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더라도 속으로는 자금확보 압박감으로 노심초사하고 있는 일꾼들이 많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 그렇다면 이번 여명거리 건설 사업을 성취하는 데는 문제가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강: 김정은과 그 집단은 김정은의 취미를 위해서라면 마른 수건이라도 쥐어짜면 돈은 나온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미 그것은 한계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상위권 간부들은 자신들의 뇌물은 다 받아먹으면서도 아랫사람들을 닦달해 돈을 내도록 강요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중간 간부 이하 많은 현장 간부들은 거의 자포자기 상태입니다.
그들은 한국으로 도망가든지, 북한으로 송환돼 처벌을 받고 현직에서 물러나는 길 밖에 없을 정도로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그만큼 김정은의 사치성 건축 사업은 체제 자체를 위협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전: 강 대표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강: 네. 감사합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내부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여러분께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지금까지 탈북자단체 '북한전략센터'의 강철환 대표와 함께 했습니다. 다음 주 화요일, 같은 시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저는 전수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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