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화요일 북조선 내부의 소식과 정보를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진행에 전수일입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사건, 사고, 동태, 동향에 관한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청취자 여러분에게 전달하고 설명할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와 이 시간 함께 합니다. 북한전략센터는 북한 내부의 민주화 확산사업과 한반도 통일전략을 연구하는 탈북자 단체입니다.
전수일: 10월 말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와 북한 간 수형자 이송 조약 체결에 관한 정부 제안을 채택하라"고 지시하고 법무부에 조약 서명권을 위임했다는 소식입니다. 이미 양국간에는 형사사법공조조약과 범죄인인도조약이 작년 11월 체결됐고 올 2월에는 불법입국자와 불법체류자 수용과 송환에 관한 협정이 맺어졌습니다만, 이번에 푸틴 대통령의 수형자이송조약 체결 지시 배경을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강철환: 러시아와 북한은 오랜 동맹국입니다. 물론 지금은 러시아가 공산주의 체제를 버리고 새로운 체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구 공산권 같은 권위주의 시대입니다. 따라서 러시아는 북한에 대해 여타 자유민주주의 국가들만큼 북한을 냉대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외교적으로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반대하면서도 한국과 국제사회를 겨냥한 지렛대로 북한을 늘 활용하고 있습니다. 현재 러시아에는 터키인 다음으로 많은 북한인들이 근로자로 파견되어 일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터키와 러시아의 관계가 악화되면서 터키인들이 대거 추방되자 러시아에 파견되는 북한근로자 인력이 대폭 늘어나기도 했습니다. 저는 이 과정에서 북한 노동자들을 둘러싼 문제들이 발생하면서 양국이 시급하게 대처할 필요가 생겨 러시아와 북한 간의 수형자 이송조약 체결을 서두르게 됐다고 봅니다. 지난 8월 말에는 러시아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 상트 페테르부르크에 파견돼 일하던 북한 노동자 10명이 그곳 한국 총영사관에 접촉해 집단망명 희망을 밝혔고 한국 행 절차가 진행 중인 것으로 지난달 보도됐습니다. 또 올 초에는 블라디보스토크에 파견돼 일하던 북한 노동자 한 명이 상납금 압박을 견디다 못해 자살했다는 소식도 있었습니다. 지난 6개월 동안에 러시아 내 작업장을 이탈해 한국행을 기다리고 있는 파견 북한노동자 수가 20여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전. 앞으로 러시아 정부가 북한 노동자들의 집단 이탈이나 난민 신청을 미리 차단하려는 움직임의 하나로 볼 수도 있겠습니다만, 러시아는 중국과 달리, 탈북자들이나 노동현장 이탈자들을 강제 북송하는 정책을 표방하고 있지는 않지 않습니까?
강. 그렇습니다. 중국은 탈북자에 대해 유엔난민기구의 그 어떤 접근도 허용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공식적으로 중국 내 탈북자들은 난민임에도 불구하고 UN의 그 어떤 지원도 보호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베이징 사무소에 있는 유엔난민기구의 사무소를 활용해서 단 한번 탈북자 몇 명이 도움을 받고 제 3국으로 간 적이 있었는데 그 사건 이후 유엔난민기구에 대한 탈북자 접근을 더 강력하게 막고 있는 실정입니다. 하지만 러시아는 중국과는 다른 탈북자 정책을 쓰고 있습니다.
전. 러시아는 오래 전부터 유엔난민기구의 탈북자 접근을 허용해 오고 있지 않습니까?
강. 그렇습니다. 하지만 저는 러시아가 국제사회와 북한으로부터의 압박 때문에 이런 기존 정책에 대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합니다. 우선 러시아가 국제사회의 압력을 받는 것을 두려워하면서 탈북자 문제가 러시아에서 이슈화되는 것을 막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는 북한지도부가 러시아 정부에게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해서라도 노동현장 이탈자들을 '수형자'라는 딱지를 붙여 합법적으로 북한으로 이송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를 만들어 달라고 끈질기게 요구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소련 시절에는 소련 정부가 북한당국이 하는 일에 일체 관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북한은 소련 안에서 정치적으로 문제가 생긴 사람들에게 기브스(환자에게 쓰는 석면)를 씌워 강제로 북송 해왔습니다. 이런 강제북송 행태가 심각한 인권유린임은 두말 할 필요 없습니다. 그래서 소련이 붕괴한 뒤 러시아 정부는 이런 북한당국의 야만적인 행동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합당한 법적 절차를 밟아 문제의 북한 사람들을 본국에 이송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으로서는 현장 이탈자들이나 정치적으로 문제가 생긴 사람들을 마구 잡아가고 싶지만 러시아 당국의 눈치를 보아야 하기 때문에 함부로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전. 지금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 근로자들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강. 러시아는 전통적으로 시베리아 벌목을 목적으로 북한근로자들을 받아서 활용해왔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대부분 건설 노동자들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주요 도시의 건설 사업자들은 인건비가 싼 북한근로자들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북한은 러시아를 주요 해외근로자 파견국으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현재 3만명 가량의 근로자들이 대거 파견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최근 북한이 강력한 유엔제재로 돈줄이 마르자 러시아 지역에 파견된 노동자들의 임금을 착취하는 행태가 심각할 정도로 자행되고 있습니다. 노동자들은 월급도 못 받고 먹고 싶은 물도 제대로 사먹지 못할 정도입니다. 오죽하면 최근10여명의 근로자들이 집단적으로 탈출하는 사건까지 발생했겠습니까?
전. 그런데 북한 노동자들이 작업장을 이탈한다는 것은 그만큼 러시아에서는 중국에서 보다 운신의 폭이 좀 있다, 그러니까 비빌 데가 있다는 얘기네요.
강. 그렇습니다. 러시아는 앞서 말씀했다시피 유엔난민기구의 탈북자 접근이 가능하기 때문에 UNHCR이 발급한 난민 신분증이 있는 사람들은 러시아 정부도 보호해줍니다. 일정기간 러시아에 머물며 거주하는 것도 인정해주고 있습니다. 이런 사실들이 북한 근로자들 속에 알려지자 많은 사람들이 굶주림과 임금착취에 견디다 못해 작업장을 이탈해 난민시청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근데 특이한 것은 상당수의 그런 북한근로자들이 한국행을 택하지 않고 러시아에서 거주하기를 원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북한에 있는 가족들의 안위에 대한 염려 때문인 것으로 판단됩니다.
한국으로 갔다는 것이 알려지면 북한 당국으로부터 가족들이 정치적 보복을 받지만 러시아에서 행방불명이 된 것으로 처리되는 경우에는 큰 처벌이 없기 때문입니다. 또 이들은 난민 지위를 받은 상태에서 일을 해 돈을 벌면, 과거 작업장 동료들을 통해 북한에 있는 가족들에게 송금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연유로 작업장을 이탈한 근로자들이 수천 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최근 제가 만난 러시아에서 선교하는 목사님의 전언입니다. 이탈 근로자들을 보호해 주고 있다는데, 근래 들어서 작업장 이탈 노동자가 많아지면서 이들을 숨기고 보호해줄 쉼터가 턱없이 부족하게 됐다고 합니다.
전. 그렇다면 러시아 정부도 이런 사태의 확산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은데요, 이번에 체결될 북한과 러시아간의 수형자 이송에 관한 조약이 러시아 내 탈북자나 현장이탈 노동자들의 난민지위 신청과 인정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말이군요.
강. 그렇습니다. 사실 이 부분이 가장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유엔 난민으로 인정받더라도 북한이 범죄자로 우길 경우 러시아 정부가 독단적으로 북한의 주장을 수용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북한은 모든 탈북자들을 무조건 범죄자로 매도합니다. 그래야만 국제사회의 동정을 차단하고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탈북자를 처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러시아에서 북한당국의 통제에서 벗어난 근로자들이 유엔난민기구에 난민 신청하는 수가 늘어나면서 북한정권은 러시아 안의 북한근로자 수만 명 전체에 대한 통제권을 잃을까 봐 노심초사하고 있습니다. 이미 여기저기에서 이탈자가 발생하고 있지만 북한 국가안전보위부는 사실상 손을 쓰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러시아 당국의 협조 없이는 이러한 파견인력 통제의 붕괴를 북한으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러시아 내 북한근로자들의 집단행동이나 이탈행위가 북한내부에 전해질 경우 북한에서는 심각한 체제 전복행위로 파급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전: 강 대표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내부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여러분께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지금까지 탈북자단체 '북한전략센터'의 강철환 대표와 함께 했습니다.
다음 주 화요일, 같은 시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저는 전수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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