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멘크라뚜라가 지배하는 북한의 미래

강인덕· 전 통일부장관
2017-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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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지난 4월 16일 김일성 주석의 생일(15일ㆍ태양절) 개최된 열병식 소식 등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지난 4월 16일 김일성 주석의 생일(15일ㆍ태양절) 개최된 열병식 소식 등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당 간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당 간부 여러분 중에 “노맨크라뚜라(Nomenklatura)"라는 러시아어 단어를 알고 있는 사람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1970년대 소련이나 동유럽 사회주의국가에 유학했던 당 간부들은 이 러시아어 단어를 다 알고 있습니다. 지금은 대부분 70대 후반 혹은 80대의 노 간부들이기 때문에 젊은 후대 간부들에게 제대로 그 뜻을 알려주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당의 장래를 위해서도 철저히 알려주어야 할 단어입니다. 왜냐하면 이 “노맨크라뚜라” 라는 말은 사회주의국가 내의 ‘새로운 지배계급’ 즉 일반 노동자, 농민 계급을 지배하는 새로운 계급을 뜻하는 정치적 용어이기 때문입니다.

좀 더 명백하게 이 “노맨크라뚜라”에 대한 정치적 의미를 설명하겠습니다. 체코슬로바키아 공산당의 중앙위원회 위원이었던 일리 페리칸은 다음과 같이 그 뜻을 설명했습니다.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또는 비서국이 모든 개개의 문제에 관여할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 명백하다. 그래서 ‘노맨크라뚤’이 있다. 즉 어떤 당 기관이 어떤 문제를 취급하고 결재할 수 있는가를 정밀하게 세분하여 명기한 규정이 그것이다. 이 문서에는 그 기관에 주어진 권한이 명백하게 기재돼 있다. 기업소의 경영조직이나 지구당 조직은 무엇을 처리할 수 있다던가, 군당 위원회나 지구당위원회는 어느 하부조직까지 관할할 수 있는가? 등등을 규정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어떤 직무를 맡고 있는 당원은 무엇을 담당하고 어느 권한까지 행사할 수 있는가? 극히 적은 경우지만 비당원 임명을 어떤 직책까지 허용할 수 있는가? 등등을 규정한다. 바로 이 ‘노맨크라뚤’에 의해 사회주의국가라는 나라의 새로운 지배계급이 형성되는 것이다.”

당 간부 여러분! 이미 1970년대에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사회주의국가’에서 형성된 새로운 지배계급 즉 근로대중, 노동계급, 농민계급 위에 군림한 새로운 지배계급의 실상이 구체적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미 1970년대 소련이나 동유럽의 사회주의에서 1917년 러시아 10월 혁명 당시 마르크스주의자, 마르크스-레닌주의자가 공언했던 ‘노동계급이 지배하는 국가‘가 아니다. 근로대중이 주인이 사회주의라는 말이 거짓임이 드러났습니다. 이런 “노맨크라뚜라”에 대한 연구는 지금 현존하는 두 개의 사회주의 국가, 중국과 북한에 그대로 적용되며 북한 사회주의의 현실적인 사회모순을 분석하는 ‘틀’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당 간부 여러분! 조선노동당의 경우 어떻습니까? 당 간부 여러분은 “노맨크라뚜라”에 속하는 지배계급입니까? 아니면 일반 당 간부 여러분 자신이 ‘나는 아직 노맨크라뚜라의 지위에 속하지 못한 상태’라고 생각하십니까? 7차당대회에서의 김정은 위원장의 보고 중에 “사회주의 건설과 사회생활 모든 분야에서 사회주의의 본태를 고수하고 우리식 사회주의의 우월성을 높이 발양했다”고 자회자찬 했는데 과연 현 북한의 사회주의가 근로대중의 경제적, 사회적 생활을 얼마나 평등하게 개선했는가? 한 번쯤 여러분 자신이 거리에 나가 현실을 봐야하지 않습니까?

이런 의미에서 본 방송자는 여러분 일반 당 간부들에게 평양시내 보통강 류경상점이나 모란봉구역의 북새상점을 들러볼 것을 권고합니다. 바로 이 류경상점이나 북새상점은 일반 당간부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최고의 상품, 세계 각국에서 가장 비싸게 팔리는 명품들을 판매하는 곳입니다. 관광여행자들이 들르는 평양의 유명한 식당에서는 요리 한 그릇에 30달러에서 50달러 하는 안주를 놓고 500달러 600달러나 하는 위스키, 포도주, 코냑 등 양주를 거리낌 없이 먹고 마시는 젊은이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부유층의 호사스러운 상황이 가능한 것입니까? 여러분 하급 당 간부들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 아닙니까?

이것이 바로 오늘의 부패된 사회주의 국가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이른바 “인민을 위해 봉사한다. 당을 위해 생을 바친다”는 허구, 거짓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입니다. 김정은은 7차당대회에서 “세도와 관료주의, 부정부패 행위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투쟁해왔다”고 떠들었지만 “노맨크라뚜라”에 속하는 북한의 부유층, 새로운 계급은 김정은의 절대적 신뢰를 받는 당중앙위원회 위원, 비서국 간부들의 자녀와 그 추종자들입니다. 결국 부정, 부패, 관료주의와의 전쟁에서 패했다는 증명이 아닙니까?

보통강 류경상점이나 모란봉구역의 북새상점을 허용한 자가 누구입니까? 바로 35호실 또는 39호실이 아닙니까? 김정은의 직접 관리 하에 있는 바로 그 기관입니다. 당 간부 여러분! ‘10대 원칙’이 어떻고 ‘사회주의 도덕과 윤리’가 어떻고 ‘세도와 관료주의, 부정부패와의 전쟁선포’ 운운하지만 이 모든 구호와 선언이 거짓임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과연 이것이 ‘주체 조선의 사회주의’라면 이런 사회주의는 혁명으로 당장 무너져야 할 것입니다. 왜 소련과 동유럽사회주의 국가가 붕괴했는가? 그 주된 원인은 “노맨크라뚜라” 즉 새로운 지배계급의 부정부패 때문이었습니다. 지금 북한은 뇌물만 괴면 안 되는 일이 없습니다. 김정은의 지배체재는 바로 부정부패 뇌물로 밑기둥이 썩고 있는 사회주의 체제임을 인식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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