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이게 문제지요] 김정은 주위엔 믿을 만한 젊은 참모가 없다

워싱턴-변창섭, 란코프 pyonc@rfa.org
2013-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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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이 소형 목선을 타고 북한군 부대 간부들과 대화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변: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하나하나 짚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오늘도 대담엔 북한 전문가인 남한 국민대의 안드레이 란코프 박삽니다. 안녕하세요. 2013년 새 해가 밝았습니다. 지난해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 뒤 북한에선 6.28 경제조치라든가 군부 숙청을 비롯해 심상치 않은 변화가 보였는데요. 올해 김정은 제1 위원장은 어떤 정책을 펼쳐나갈지 궁금합니다. 그런데 정책을 펼치려면 자신을 도울 수 있는 참모가 필요하지 않습니까?

란코프: 맞습니다. 제가 보니 김정은 제1위원장이 올해 본격적으로 정책을 시행하기 전에 더 중요한 문제를 다루어야 합니다. 그것은 방금 말씀 하셨듯이 김정은 제1위원장이 자신이 믿을 만한 참모진을 구성하는 일입니다. 이걸 영어로 말하면 팀(team) 이고, 한국어로 말하면 참모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국가든 공장이든 학교든 부대든 최고 책임자는 믿을 만한 사람 없이는 제대로 일을 경영해 나갈 수 없습니다. 지도자의 권위를 인정하고 그의 사고방식과 마음을 이해하는 참모가 옆에 있어야 효과적으로 정책을 실시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 정부의 속을 들여다보면 현재 김정은 위원장은 이러한 사람들이 거의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변: 현재 실세로 알려진 고모부 장성택과 고모 김경희는 김정은의 핵심참모라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란코프: 제가 볼 때 참모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이들의 나이 때문입니다. 고모부 장성택도, 고모 김경희도 김정은보다 나이가 훨씬 많습니다. 그래서 김정은이 보기에 그들은 자신을 지킬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나이나 경험이 그 점에서 아주 중요합니다. 장성택이나 김경희도 내심 김정은을 진짜 지도자로 보지 않을 것 같습니다.

변: 그러니까 이들은 김정은의 후견인은 될 수 있어도 김정은이 진짜 믿을 수 있는 참모는 될 수 없다는 말이군요. 그런데 현재 북한의 노동당과 군부에는 장성택이나 김경희처럼 늙은 고급간부들이 김정은 제1위원장에게 충성을 다 하고 있지 않습니까?

란코프: 그들은 충성을 하긴 하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신뢰할 수 있을 만한 사람들은 되지 못합니다.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 이유는 고급간부들의 나이입니다. 그들은 압도적으로 60, 70세 입니다. 80세도 없진 않습니다. 바꿔 말하면 20대인 김정은 제1위원장에겐 이들이 아버지나 할아버지 시대 사람들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입니다. 어느 사회에도 나이가 젊은 지도자는 나올 수 있지만 이러한 지도자의 권위를 인정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더구나 유교 문화가 심각한 북한에서 이러한 경향은 더욱 강할 수 밖에 없습니다.

변: 그렇군요. 그럼 이들이 김정은의 참모라고 볼 수 없는 두 번째 이유는 무엇입니까?

란코프: 김정은 제1위원장이 늙은 고급간부들을 자신이 믿을만한 참모로 보기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이들의 정치 경험 및 사고 방식 때문입니다. 그 사람들 대부분은 김일성식 국가 사회주의가 극에 달했을 때, 즉 1960년대에 경험을 쌓고 사고 방식이 형성된 사람들입니다. 그들의 가치관과 세계관은 너무 시대착오적인 것입니다. 그들은 북한과 같은 국가사회주의 체제의 나라에서 현상유지를 해나가는 방법은 알 수 있지만 나라를 새로운 방향으로 이끄는 길은 모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들은 현대세계에 대해서 너무 무지한 사람들 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김정은 제1위원장은 이런 늙은 간부들을 바꿔야 새로운 정치 노선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현 단계에서 북한 국내정치는 김정일 시대의 늙은 고급간부들이 지배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북한에서 김정은 시대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고급 간부들을 비롯한 바뀌지 않는 특권계층 때문에 김정은 제1위원장은 현재 선친 김정일의 정치 노선을 유지할 수 밖에 없습니다.

변: 그러니까 김정은이 김정일 시대의 늙은 당간부들을 먼저 세대교체해서 자신이 믿을 수 있는 젊은 세대의 참모로 물갈이하는 게 급선무라는 말씀인데요. 그런데 지난해 획기적인 일이 하나 있었는데요. 바로 군부 지도자에 대한 숙청이 그겁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리영호 인민군 총 참모장을 비롯한 군부 지도자 절반 정도를 바꾸었는데요. 이것도 고급 간부에 대한 물갈이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습니까?

란코프: 네, 그렇게 볼 수 있습니다. 리영호 해임을 비롯한 군부 지도자에 대한 숙청은 김정은 시대의 지배계층을 만들기 위한 첫 걸음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것은 첫걸음에 불과한 것입니다. 북한 언론은 선군 정치를 운운하고 있지만 실권은 실제로 당 중앙에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당 일군들을 조금씩 바꾸어야 합니다. 그러나 김정은 입장에서 그 사람들을 바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변: 절대 권력자인 김정은이 당의 고급 간부들을 바꾸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요?

란코프: 이유는 몇 가지 있습니다. 단기적으로 보면 제일 큰 문제는 권력 기반의 유지라고 볼 수 있습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절대 권력을 가지고 있는 독재자입니다. 그렇지만 김정은이 독재자라고 해도 권력을 폭력적으로 휘두르면 자신에게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고급간부들은 힘이 많고, 그들과 관계를 맺은 사람들 또한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짜증이나 분노는 김정은 제1위원장을 위협할 수도 있습니다. 역사를 보면 음모 때문에 암살 되거나 권력을 잃은 독재자 또는 황제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김정은 위원장도 고급 간부들을 너무 심하게 다룬다면 이들의 저항이나 음모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또한 김정은이 많은 간부들을 하루 아침에 바꾼다면 국가 기관이나 공장을 지배할 수 있는 사람들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요? 김정은이 새로 임명할 사람들은 처음에는 별 경험이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와 같은 대규모 숙청은 경제적으로 음모를 초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경제사회 불안정을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변: 그렇다면 김정은이 당에서 늙고 노회한 간부들을 제거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라도 있을까요?

란코프: 역사를 보면 독재자들이 자신들에게 위험하게 보이는 구시대 간부들을 어떻게 바꾸었는지를 쉽게 알아 볼 수 있습니다. 즉 모든 간부들을 하루 아침에 자르는 것 보다 그들끼리 서로 대립과 갈등을 이용하여 분리시킨 뒤 가장 위험해 보이는 간부를 먼저 고립시키고 숙청하는 방법입니다. 스탈린이든, 히틀러든, 김일성이든 다 이런 방법을 이용하였습니다. 바꿔 말해서 많은 간부들을 일시에 해임시키는 것보다 그들의 내부 권력 싸움을 이용해 한 명씩 차례로 숙청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바른 방법이 아닙니다. 시간으로 보면 몇 년 정도 걸릴 수도 있습니다.

변: 네, 말씀 감사합니다. ‘북한, 이게 문제지요’ 오늘 순서에선 김정은 북한 지도자가 나라를 제대로 이끌 수 있으려면 자신을 보좌할 수 있는 젊은 참모가 필요하다는 말씀을 란코프 교수로부터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