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 안녕하세요. 북한의 총체적인 문제점을 하나하나 짚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오늘도 대담한 북한 전문가로 남한 국민대의 안드레이 란코프 교숩니다. 안녕하세요. 북한에 김정은 정권이 들어섰어도 개혁, 개방에 나서지 못하는 것은 기득권층, 특권층, 권력층이 피해가 올 것이 두려워하지 못한다는 말씀을 해주셨는데요. 다시 말해 이들에겐 특권 유지가 인민들의 생활향상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는 말씀인데 결국 이들이 문제이군요.
란코프: 물론 북한 지배계층이 인민들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신경을 쓴다면 하루 빨리 비행기를 타고 해외로 망명해야 합니다. 그러나 지구상 어느 나라에서도 자신의 권력과 특권을 포기할 특권계층을 찾기란 어렵습니다. 북한 지배 계층이 인민들의 고생을 완전히 무시한다고 하면 지나친 말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에게 권력과 특권 유지는 인민의 생활보다 훨씬 더 중요합니다. 그들에게 권력 유지만큼 더 중요한 과제가 있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권력 유지를 위해서 북한은 김정은 정권이 출범했어도 전임 김정일 시대의 행태를 그대로 답습할 수 밖에 없습니다. 대안은 보이지 않습니다.
변: 이처럼 자신들의 권력과 특권을 유지하기 위해 개혁과 개방을 철저히 외면하는 게 북한 정권이란 지적인데요. 그렇다면 현재 북한 김정은 정권이 추구하고 있는 생존 정책의 특징을 무엇이라고 봅니까?
란코프: 제가 볼 때 이렇습니다. 첫째로 중국을 결코 모방하지 않고 개혁과 개방을 절대 하지 말아야 하는 정책입니다. 둘째로 정권에 대해서 비판적인 의식을 갖게 된 북한 사람들을 무조건 없애버리고 반정부세력이 형성되지 못하게 하는 정책입니다. 셋째로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등을 이용하여 외부에서 지원을 획득하는 정책입니다.
변: 사실 북한은 미국과 지난달 핵실험과 미사일 실험 유예합의를 하고도 4월에 장거리 미사일 실험을 가장한 광명성 3호 위성을 발사하겠다고 해서 국제적인 지탄을 받고 있는데요. 북한이 이런 정책을 추구한다고 해서 정권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란코프: 얼마 동안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정책 때문에 북한 인민들의 고생이 많긴 하겠지만 반대로 특권 계층은 자신의 운명을 10~20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북한 체제는 영원이 지속 할 수 없습니다. 북한 정부는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체제를 위협하는 변수를 완전히 가로막을 수 없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변: 그게 바로 중요한 점인 것 같은데요. 북한도 변화의 대세를 거스를 수 없다는 뜻인데요. 어떤 점을 꼽을 수 있을까요?
란코프: 제가 볼 때 제일 중요한 변화의 요소는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북한 내부의 자발적인, 자생적인 시장화 입니다. 다른 하나는 외부생활에 대한 지식의 확산입니다. 북한은 겉모양을 보면 공산주의 간판을 내걸고 있지만 현재 북한 사람들이 생계를 꾸리는 방법은 압도적으로 장사입니다. 간부들이나 평양시민들을 제외한 다른 인민들은 장사를 통해서 살고 있습니다. 부부의 예를 들면 남편은 가동하지 않는 공장을 다니고, 여성들은 장마당으로 가는 사회가 되었습니다. 결국 북한 사람들은 체제에 대해서 비판적인 의식을 갖게 됩니다. 북한 젊은이들은 평생 배급을 받아본 경험이 없습니다. 그 사람들의 사고방식이 아주 다릅니다.
두 번째 중요한 요소는 외부 생활에 대한 지식의 확산입니다. 북한 사람들은 외부생활, 특히 남조선 생활을 알 수 없어야 북한 사회가 흔들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북한 사람들은, 특히 북한 청년들은 남조선에 대해서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그들은 남조선 영화를 많이 보고 남조선 노래를 많이 부릅니다. 또 그들은 북한이 잘 못산다는 나라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조만간 그 사람들은 정권에 도전할 것입니다. 제가 보기에 북한 세습 정권을 없애 버릴 세력은 세대교체인데 그게 바로 젊은 사람들입니다.
변: 바로 이처럼 변화를 갈망하는 젊은 세대에 의해 기존의 세습정권이 무너진다면 북한 인민을 위해서도 좋은 일 아닙니까?
란코프: 김씨 왕조가 무너진 뒤 북한 인민이 살기는 크게 좋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걱정이 없지 않습니다. 통일 이후에도 북한사회가 김씨 왕조의 잔재를 극복하려면 오랜 세월이 걸릴 것입니다. 제가 보기에 통일을 요구하기 시작할 북한 민중은 통일 직후 남한과 비슷한 생활 수준을 누릴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되지 못할 것입니다.
변: 그렇겠네요. 남조선 사람들의 생활이 부럽기만 한 북한 주민들은 통일이 되면 자연히 그들과 비슷한 생활을 누릴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는데요. 실제는 그렇지 않다는 말씀이죠?
란코프: 생각해보십시오. 같은 국가라도 지역별로 생활수준에 큰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중국을 보면 상해 같은 대도시와 간수성, 사천성의 시골과는 크나 큰 차이가 있지 않습니까? 북한의 경우 문제는 주민 대부분이 오랜 세월 외부세계와 단절돼 있다 보니 현대 사회를 잘 모르고 현대 기술을 잘 모른다는 점입니다. 남조선 사람들이 현재 2012년이란 초 현대 세계에 살고 있는 반면 북조선은 아직 1950년대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북한이 이러한 격차를 극복하기 위해서 공업 발전뿐만 아니라 인간 발전이 중요할 것입니다. 특히 교육이 중요할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 기술자들과 북한 숙련 기술자들은 자신들이 배우지 못한 기술을 하루아침에 배울 수는 없을 것입니다. 결국 통일 이후에도 이런 남북한 주민들 간의 기술 수준의 격차 때문이라도 남북 경제생활, 물질적인 생활 수준 차이가 남아 있을 것입니다. 물론 북한 사람들은 이 사실을 보고 실망할 것입니다.
변: 이처럼 남북통일을 해도 생활 수준의 격차를 극복하기 힘들다면 굳이 통일을 바라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란코프: 제가 볼 때 그래도 통일은 필요합니다. 지금 북한 경제성장의 길을 가로 막는 것은 김씨 왕조이기 때문에 이 체제가 무너지면 북한 사람들은 살기가 많이 좋아질 것입니다. 하지만 지나친 희망은 금물입니다. 어려운 상황을 하루아침에 해결할 수 없습니다. 지나친 희망은 실망을 초래할 뿐입니다. 그럼에도 희망이 없으면 안 되지만 설령 통일이 된다 해도 북한 문제는 앞으로 오랫동안 어려운 문제로 남아 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변: 네, '북한 이게 문제지요' 오늘 순서에선 북한도 변화의 대세를 거스를 순 없으며, 자생적인 시장화, 또 외부지식의 확산이 결국 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는 점을 란코프 교수로부터 들어봤습니다.
0:00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