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경공업 진흥, 김정은 뜻대로 안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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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하나하나 짚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오늘도 대담엔 북한 전문가로 남한 국민대 교수이신 안드레이 란코프 박삽니다. 교수님, 북한이 현재 유지하는 사회주의적인 경제 구조론 경공업 발달을 이룰 수 없다고 지적하셨는데요. 지금 세계는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해 과거 사회주의 나라들조차 자본주의 시장경제로 전환한 상황인데요. 북한도 효율성이 없는 사회주의 경제를 언제까지 고수할 순 없지요?

란코프: 맞아요. 사회주의 경제체제에선 공장이 만들어내는 제품이 잘 팔릴 수 있을까 여부는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왜 그럴까요? 자본주의처럼 경쟁이 없기 때문입니다. 서로 경쟁하는 회사가 없기 때문에 인민들은 선택이나 대안이 없습니다. 공장에서 나온 특정한 세탁기를 사지 않으면 안 됩니다. 다른 더 좋은 세탁기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 사회주의 체제의 지배인들은 새로운 개혁 방안을 도입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새로운 개혁의 도입은 위험한 결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성공할 가능성이 높지만 실패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지배인, 혹은 국가 사회주의 경영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신기술을 도입할 때 문제가 발생할 경우 계획을 완수 할 수 없기 때문에 그들에게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변: 바로 이런 것 때문에 사회주의 경제체제가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요. 그런데 사회주의를 유지하면서도 북한 당국이 기존의 제품보다 더 나은 상품을 만들 수도 있나요?

란코프: 제가 볼 때 더 좋은 소비품을 생산한다고 해도 얻을 것이 많지 않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회주의 경제체제에선 지배인을 비롯한 경영자들의 입장에서 가장 합리주의 적인 태도는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지 않고 계속 똑 같은 소비품을 그대로 생산해내는 것입니다. 그러니 품질에 대해서도 지나치게 신경을 필요가 없습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지난 3월18일 연설에서 "장군님의 유훈을 잘 관철해야 한다"고 열 번, 백 번 반복했지만 효과가 없을 것입니다. 장기적으로 말하면 지금 같은 사회주의 경제체제 아래선 경영자들이나 노동자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반하는 짓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유감스럽게도 국가사회주의 경제에선 가장 합리적인 태도는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지 않고 소비품 품질 향상을 지나치게 중요시하지 않고 그대로 똑같은 제품을 만드는 것입니다.

변: 안타가운 얘기입니다. 사회주의 노선을 추구하던 쿠바도 근래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실험하는 단계에 와 있지 않습니까?

란코프: 그래요. 쿠바는 지금 말로만 국가사회주의 입니다. 쿠바도 지난 2~3동안 중국처럼 말로만 사회주의입니다. 실은 쿠바도 자본주의 국가가 되고 있습니다.

변: 그러니까 북한과 함께 지구상의 마지막 고립국가였던 쿠바까지도 개혁경제로 나가려고 하고 있는데 북한만 낙오자로 남아 있어 안타까운 얘기인데요. 다시 화제를 돌려보겠습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3월18일 연설에서 경공업 소비품들이 시장으로, 장마당으로 흘러나가지 않고 인민들에게 공급되면 좋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이것은 무슨 의미입니까?

란코프: 한 가지 질문을 해보겠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제품이 불법으로 시장에서 거래된다고 할 때 그 제품을 구입한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외국인들입니까? 아니면 외계인들입니까? 물론 같은 북한 인민들이 구입합니다. 객관적으로 말하면 소비품이 장마당에서 거래되는 현상은 좋은 현상입니다. 품질에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인민들이 장마당 거래 덕분에, 김정은 제1위원장이 불법적으로 생각하는 덕분에, 북한의 인민들은 장마당에서 제품을 더 쉽고 빠르게 얻을 수 있습니다.

변: 하지만 북한이란 폐쇄국가 입장에서 보면 북한 인민이 이처럼 장마당을 통해 제품을 구하는 게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겠지요?

란코프: 맞아요. 이건 국가의 입장에서 보면 이것은 좋은 것이 아닙니다. 북한 당국은 지난 수십 년에 걸쳐 공급이나 배급을 이용하여 인민들을 동시 통제, 감시 하였습니다. 그 때문에 품질이 비교적으로 좋은 제품은 국가 입장에서 사용 가치가 높은 사람에게만 유통되었습니다. 노동당 간부들이나 국가 보위대원들은 비교적으로 좋은 소비품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평양을 비롯한 대도시 시민들은 그 다음으로 좋은 제품을 공급 받았습니다. 시골 사람들이나 농민들은 가장 좋지 않을 것을 배급 받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는 공급을 통해 감시와 통제를 복구할 꿈을 꾸고 있습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변: 하지만 문제는 공급을 통한 이런 감시와 통제에 의존하는 이런 식의 계획이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인데요. 특히 요즘 같은 시대에 이런 식의 통제가 성공할 수 있을까요?

란코프: 제가 볼 땐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생각됩니다. 현재 북한 사회는 장마당을 통해 살아가는 사회가 되어버렸습니다. 과거의 공급제, 배급제로 돌아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지난 2009년 북한 정부는 서구 자본주의 경제요소의 확산을 막기 위해 화폐개혁을 통해 장마당을 없애 버리고자 하는 시도했습니다. 그러나 완전한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변: 맞습니다. 북한 당국은 장마당이 확산되고 자본주의 요소가 확산되니까 이걸 막기 위해 장마당을 폐쇄했지만 결국 실패하고 후유증이 심하자 다시 장마당을 허용했지요. 그렇다면 김정은은 이번 연설에서 경공업 분야에 대해 유난히 강조했는데 과연 북한의 경공업 발전이 김정은의 희망대로 갈 수 있을까요?

란코프: 북한에서 경공업의 진흥은 김정은 제1위원장의 희망대로 될 수 없습니다. 지금과 같은 국가사회주의 경제 체제를 유지하면서 경공업을 살릴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러나 김정은이 이런 사실을 모른 채 경공업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을 보면 김정은 정권이 아직 사회구조를 바꿀 필요가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그들은 아직 과거에 대한 환상에 갇혀 있습니다. 비유를 하자면 그들은 바퀴가 없는 자동차를 타고 있지만, 이 자동차가 비행기만큼 빨리 가야겠다는 허황된 꿈을 꾸고 있는 것입니다.

변: 네, '북한, 이게 문제지요' 오늘 순서에선 북한이 지금과 같은 국가사회주의 경제체제를 유지하면서 경공업을 발전시킬 수 없다는 말씀을 란코프 교수로부터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