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전문가와 함께 짚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오늘 순서에서도 최근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가 발표한 북한인권 유린보고서와 관련해 북한인권 활동가인 미국인 변호사 조슈어 스탠튼(Joshua Stanton) 씨의 견해를 들어봅니다. 안녕하십니까? 최근 <뉴욕 타임스>를 비롯한 미국 주요 언론에 실린 기고문에서 인권 문제 등과 관련해 북한 정권의 태도를 바꿀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무기는 북한에 대한 금융제재라고 주장하셨는데요. 왜 그렇죠?
스탠튼: 맞습니다. 과거의 역사가 이를 증명합니다. 한 예로 지난 2005년 미국 재무부는 북한을 위해 돈 세탁을 해준 혐의를 받은 방코델타아시아 은행을 제재했습니다. 당시 북한 김정일 정권은 미국 달러화를 위조하고 있었고, 북한 요원들은 이런 위조 화폐를 대량으로 들고 마카오에 있는 방코델타아시아 은행에서 돈 세탁을 했죠. 그래서 미 재무부는 이 은행을 국제금융체제로부터 격리시켰고, 그로 인해 북한이 받은 충격은 아주 심각했습니다. 심지어 김정일은 이러다 북한이 무너지는 게 아니냐는 걱정을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제가 주장하는 것도 당시보다 더 강력한 금융제재를 하라는 겁니다. 비록 북한의 정보체계는 외부세계와 격리돼 있지만 금융 부문에선 북한이 세계 금융체제에 상당히 의존적인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기자: 그렇군요. 그런데 미국은 나중에 북한에 대한 금융제제를 성급히 해제했다는 비판을 받지 않았습니까?
스탠튼: 그건 부시 전 대통령한테 물어봐야겠지요. 당시 2007년 부시 대통령은 김정일에 대해 북한 핵 문제를 풀 수도 있다는 기대를 가졌던 것 같습니다. 부시 대통령이 김정일을 믿었던 건 실수라고 봅니다. 하지만 좀 더 큰 문제는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5년간 재임하면서 북한이 두 번이나 남한을 공격하고 추가 핵실험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방코델타아시아 은행에 취한 것과 같은 금융제재 조치를 왜 취하지 않았느냐 하는 점입니다.
기자: 지금 북한에 대한 금융제재 문제와 관련해 큰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게 연방하원에 계류된 '북한금융제재법안' 아닙니까?
스탠튼: 맞습니다. 이 법은 기본적으로 돈 세탁과 유엔결의안을 위반한 무기 수출, 북한 내 수용소 인권유린 행위, 리무진이나 요트 등 호화 사치품의 북한 반입 등 북한의 불법 활동을 겨냥하고 있는데요. 또한 북한 당국의 검열 문제도 겨냥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북한에서 누군가 중국 국경지대에 있는 사람과 휴대 전화로 교신하려 할 경우 당국에 적발될까 아주 두려워합니다. 그래서 휴대전화 교신자들을 북한 당국이 추적하는 데 도움이 되는 장치를 파는 사람들도 이번 법안의 제재 대상입니다. 이런 불법 활동에 간여한 북한 사람들의 자산을 동결시키고, 형사처벌까지 받게 하자는 겁니다. 바라기는 이런 법에 따라 그런 불법 활동에 간여하지 말도록 하자는 것이죠. 한가지 지적하고 싶은 건 불법 거래로 동결된 돈은 의약품이나 식량 구입 등 북한 주민을 위한 인도적인 목적에 쓸 수 있도록 하자는 겁니다.
기자: 그런데 만일 내일이라도 이 법이 의회를 통과해 대통령이 서명해 발효할 경우 북한 당국의 태도에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봅니까?
스탠튼: 제재가 효과를 발휘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립니다. 법이 통과된다고 해서 즉각적인 효과를 기대할 순 없습니다. 이를테면 방코델타아시아에 대한 금융제재로 북한 당국이 진짜 고통을 느끼기 시작해 미국과 핵 협상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것이 약 1년 반쯤 지난 뒤였습니다. 이런 법이 통과되면 처음엔 북한이 격렬한 반응을 보일 겁니다. 그렇다고 북한이 전쟁과 같은 극히 자해적인 행동을 취하진 않겠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더 많은 은행들이 이 법에 따른 압박을 받아 북한과 거리를 둘 것입니다. 결국 북한은 점점 더 국제적으로 고립될 수밖에 없습니다. 솔직히 말씀 드려서 유엔 북한조사인권위원회 보고서가 발표된 뒤 현재 미 연방하원은 물론이고 상원에서도 이 법안을 빨리 처리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기자: 현재 하원에 계류돼 있는 북한금융제제법안은 핵개발 의혹을 받은 이란에 대해 미국이 취한 금융제재법 같은 강력한 제재조항을 포함하고 있나요?
스탠튼: 몇 가지 조항은 흡사하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많습니다. 일부 조항은 대이란 경제제재법안에서 바로 따온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과 이란은 처한 문제도 다르고 경제 규모도 다릅니다. 또한 양국이 이런 제재에 얼마나 취약하느냐 하는 점에도 차이가 있죠. 이란은 인권 분야보다는 핵 비확산 분야에서 훨씬 더 많은 문제가 있습니다. 북한의 경우는 인권 문제가 굉장히 심각합니다. 또한 북한 경제는 이란보다 훨씬 작습니다. 게다가 북한 경제는 거의 전적으로 국가가 통제하는 반면 이란은 혼합 경제를 갖고 있고, 상당히 많은 합법적인 물품을 거래합니다. 양국은 그만큼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기자: 이란은 핵개발 의혹으로 다년간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를 받아오지 않았습니까? 그런 이란이 지난해 개혁적 성향의 정부가 들어선 뒤 서방과 핵 협상에 임하지 않을 수 없었던 데는 경제 제재로 인한 피해가 컸고, 또 그로 인한 국민들의 생활고가 컸기 때문이겠죠?
스탠튼: 말씀하신 대로 이란이 경제 제재에 따른 압박 때문에 핵 협상에 임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데는 대부분이 동의할 겁니다. 미국이 발효한 대이란 경제제재법의 가장 큰 효과는 이런 걸 북한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는 겁니다.
기자: 하지만 이란처럼 북한 금융제재법 때문에 일반 북한 주민들이 고통을 받을 가능성은 없겠습니까? 스탠튼: 사실 북한 금융제재법은 바로 그런 위험을 피하도록 문안이 짜졌습니다.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봅니다. 제가 알기론 많은 사람들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기존에 시행된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로 인해 일반 북한 주민들이 고통을 받았다는 보고는 듣지 못했습니다. 만일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많은 사람들이 놀랄 겁니다. 개인적으로 바라건데 이 법이 발효돼서 북한 당국의 불법 자금을 동결해 그 돈을 일반 주민을 위한 식량 구입 등에 사용하는 겁니다. 물론 이런 방안을 받아들일지 여부는 김정은에게 달려 있습니다.
기자: 사실 이번 유엔 조사보고서를 포함해 지금까지 북한 인권을 규탄하는 유엔 결의안도 많이 나왔지만 북한은 꿈쩍도 안 했습니다. 그 원인을 뭐라고 봅니까?
스탠튼: 그건 북한 김정은 정권이 자국민을 탄압하고 처단할 수 있는 능력을 중국이 감싸주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에 대한 해결책은 중국에 대해 김정은 정권을 비호할 경우 더 큰 안보적, 금융적 손해를 감수할 것이란 점을 적극 알려야 한다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김정은 정권은 중국에겐 짐이 되지 않을 수 없는 것이고, 그럴 경우 중국도 북한에 대한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안 될 겁니다.
기자: 이번 보고서엔 김정은을 비롯해 인권유린에 책임있는 사람들을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할 것을 권고하고 있지만 중국이 반대해 허사가 될 듯 한데요. 미국도 핵협상을 우선 순위로 삼다 보니 북한 인권문제는 뒷전으로 밀리지 않았습니까?
스탠튼: 물론입니다. 어디 중국뿐 이겠습니까? 미국도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수도 없이 미국 국무부는 핵 협상 진척을 위해 북한의 인권 상황을 최소화하는 데 급급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유엔북한인권조사위원회 보고서 발표로 앞으론 이런 일이 쉽지 않을 겁니다. 다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저는 미국 정부가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좀 더 강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느끼는 사람입니다. 만일 북한이 자국민을 인간답게 대우해주는 사회라면 아마도 우린 북한에 신경 쓸 필요가 없을 겁니다. 우린 영국이나 프랑스가 핵무기를 갖고 있다고 해서 개의치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이들은 오직 자위적 차원에서 그런 무기를 갖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죠. 하지만 북한처럼 자국민의 인권 문제에 신경을 쓰지 않음을 보여주는 나라의 경우는 다릅니다. 북한이 자국민의 인권에도 신경 쓰지 않기에 핵을 테러주의자들에게 팔거나 핵으로 미국을 선제공격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우려하게 되는 겁니다.
기자: 직업이 변호사인데요. 무슨 일로 이처럼 북한인권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까?
스탠튼: 저는 몇 년 전 주한미군으로 한국에서 근무한 일이 있습니다. 당시 몇 가지 일 때문에 제가 북한인권을 옹호하는 일에 나서게 됐는데요. 우선은 저 같은 미군이 한국 땅에서 근무함으로써 한국이 안전한 가운데 번영되고 훌륭한 국가로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한국 여성과 결혼해 두 자녀를 두고 있습니다. 언젠가 한국서 근무할 때 북한 사진을 본 적이 있는 데 굶주린 아이들이었습니다. 그 중 한 아이를 보면서 문뜩 그 얼굴에서 제 아들 얼굴을 떠올렸습니다. 그러면서 그 굶주린 아이의 아빠를 생각하면 이런 질문을 해봤습니다. 어떻게 아이 아빠가 자기 애를 구할 수 없어 저렇게 굶주린 채 방치할 수 있나? 그런 생각이 들면서 한번도 만나본 적이 없는 그런 아버지를 구하는 게 제 책임이라고 느꼈습니다.
기자: 네,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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