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권력공고화 위해 공포정치”

워싱턴-변창섭 pyonc@rfa.org
2015.05.19
ex_place2 2014년 10월 7일, 위성사진에 포착된 평양 인근 강건 종합군관학교. 일렬로 늘어선 처형대상자(Targets)와 이들을 겨냥한 대공포가 보인다(왼쪽). 오른쪽의 2014년 10월 16일의 위성사진에는 처형대상자나 대공포 등 그 어떤 것도 포착되지 않았다.
사진-미국 북한인권위원회 제공

앵커: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와 함께 살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이 시간에선 김정은의 잔인한 통치 방식에 관해 좀 살펴볼까 합니다. 흔히들 북한이 3년 전 김정은 시대가 들어서면서 ‘공포정치’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말이 들립니다. 김정은이 2013년 고모부인 장성택을 처형해 충격을 던진 데 이어 최근 현영철 인민무력부장까지 공개처형한 것으로 알려져 다시 한 번 충격을 던졌는데요. 이게 사실이라면 북한에서 ‘김정은의 1인 공포정치의 시대가 도래했다’ 이렇게 말할 수 있을까요?

란코프: 현재 북한에서 공포정치가 존재하느냐 하는 질문에 대해선 쉽게 말씀 드리기는 어렵습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봐야 합니다. 한 편으로는 김정은 위원장이 고급 간부들이나 장성급 군인들을 대상으로 북한에서 거의 50여년동안 보지 못했던 공포정치를 실시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물론 현영철 대장의 처형에 대한 보도는 어느 정도 의심이 가긴 하지만, 이는 대체로 믿을 만한 소식이라고 생각합니다. 뿐만 아니라 2012년 7월에 사실상 인민군 최고 지도자였던 이용호 총 참모부장이 숙청을 당하고 그의 이름과 얼굴 조차 역사 기록물에서 사라졌습니다. 이용호의 처형에 대한 공식적인 보도는 없지만, 이와 같은 역사왜곡을 보면 그가 숙청을 당했을 뿐만 아니라 처형됐다고 생각할 수 있는 근거가 있습니다.

나아가 2013년 12월의 장성택 숙청 사건은 북한에서 1950년대부터 볼 수 없었던 사건입니다. 김일성 시대에는 김일성 주석이 자신의 개인 권력을 강화하기 위해 만주 빨치산 운동 출신이 아닌 다른 공산주의자들에게 종파 분자라는 딱지를 붙이고 그들을 많이 죽였던 시대가 있었습니다. 그 때문에 1950년대 북한에서는 이용호나 장성택과 같은 사람들이 하루 아침에 처형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60년대부터 북한에서 고급 간부나 장성급 군인들을 죽이는 일은 거의 없게 되었습니다. 그렇기에 김정은 시대의 공포정치는 참으로 새로운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지금 김정은 시대의 공포정치가 새로운 현상이라고 말씀하셨는데요. 어떤 특징이라도 있나요? 란코프: 네, 김정은의 공포정치는 한가지 중요한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이러한 정치적 희생자들이 평범한 북한의 인민들이 아닌 지배계층 출신이라는 점입니다. 물론 북한은 이 세상에 전례 없는 독재 국가입니다. 북한 사람들에게 있어 체제나 최고 지도자에 대해 비판적인 말을 한다는 것은 자살 행위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바꾸어 말해 북한에서는 평범한 국민들에 대한 감시와 단속, 그리고 탄압이 정말 엄격합니다. 하지만 김정은 시대에서 평범한 서민들에 대한 핍박이 더 심각해지려는 조짐은 보이지 않습니다. 북한의 농민이나 노동자, 장마당 장사꾼이나 대학 교수의 입장에서 보면 국가의 감시가 많이 어려워졌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다시 말해 김정은 정권이 실시하는 공포정치는 주민들보다 힘이 있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려는 속셈으로 볼 근거는 있습니다. 물론 나중에 일반 사람들도 공포 정치의 희생자들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 단계에선 김정은 정권은 집권계층에게만 겁을 주고 있습니다. 물론 세계의 역사가 잘 보여주듯이 공포 정치는 그 대상이 확산될 수 있습니다. 바꾸어 말해 처음에 부자들이나 고급 간부들을 많이 죽이는 독재자는 일반 주민들 또한 죽이기 시작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현 단계에서 이와 같은 경향은 많이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김정은이 이처럼 현 단계에서 잔인한 공포정치를 시행하는 배경, 까닭은 무엇일까요? 란코프: 이미 말씀 드린 바와 같이 김정은이 공포 정치를 시행하는 그 대상은 그와 가까운 사람들입니다. 제가 보았을 때, 이 정책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자신의 권력 기반을 강화하려는 것입니다. 2011년 12월, 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인해 별다른 준비 없이 나라의 지도자가 된 이 젊은이는 어쩔 수 없이 아버지 시대의 고위 관리들을 이용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후계자 생활을 1년 밖에 하지 않았던 김정은은 믿을 만한 젊은 간부들을 찾을 시간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김정일 시대의 원로 간부들은 김정은보다 나이가 두 배나 많습니다. 쉽게 말해서 그들은 그의 아버지 세대입니다. 물론 그 원로 간부들은 김정은을 존경하지도 않고, 마음 속에서는 무시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들에게 있어 김정은은 나라도 제대로 모르고, 경험 또한 부족한 한 젊은이에 불과하였습니다.

기자: 그런 점에서 김정은은 원로 세대가 많은 군부를 위험하다고 볼 수도 있었겠군요? 사실 김정은의 숙청 대상을 보면 특히 군 인사들이 많지 않았습니까?

란코프: 그렇습니다. 특히 군대가 위험합니다. 세계 어디에서나 권위주의 국가는 군사쿠데타, 즉 군사정변의 가능성이 높습니다. 바로 그러한 점 때문에 김정은은 원로 간부들에게 교훈을 주기로 결정하였다고 생각합니다. 작은 실수나 잘못을 해도 그런 사람들을 많이 잡아 죽인다면 당 중앙비서이든 인민군 대장이든 겁을 많이 먹을 수 밖에 없습니다. 공포정치의 목적은 새로운 지도자가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무서운 사람이라는 의미를 전달하려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람은 화가 나면 너무나도 위험합니다. 김정은의 희망은 겁을 먹은 원로 간부들이나 군인들이 자신의 정치나 정권에 대해 도전하지 않는 것입니다.

기자: 일부에선 이런 잔인한 공포정치는 결국 김정은의 통치기반이 약하다는 반증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는데요?

란코프: 어느 정도 이렇게 말할 수도 있지만, 사실상 김정은의 권력 기반이 약해졌다고 하는 것보다는 처음부터 약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저는 2011년이나 2012년경이면 김정은과 같은 사람이 허수아비 지도자가 될 수 밖에 없을 줄 알았습니다. 다시 말해 제 생각은 김정은이라는 사람이 말뿐인 북한의 최고 지도자이고 사실상 오랫동안 아버지 시대에 간부들이 시키는 대로 나라를 통치할 것으로 믿었습니다. 저의 이런 생각은 결국 잘못된 분석이었습니다. 놀랍게도 김정은은 처음부터 약한 것을 잘 이해하고 공포정치를 통해 권력 기반을 강화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기자: 네, 말씀 감사합니다. 이 시간에선 김정은의 잔인한 통치 방법에 관해 살펴봤습니다.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