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장마당 세대 변화욕구 강하다”

워싱턴-변창섭 pyonc@rfa.org
2015.06.09
go_market_305 북한의 농촌 여성들이 농산물을 팔기 위해 장마당으로 가고 있다.
AFP PHOTO

앵커: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와 함께 살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이 시간에서도 북한의 시장화 문제에 관해 계속 살펴보겠습니다. 3년전 김정은 시대 들어서 북한에 장마당이 훨씬 더 늘어난 것으로 전해집니다. 특히 김정은 자신이 이런 장마당을 적극 독려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요. 혹시 김정은이 이런 시장화를 통해 주민들의 복리를 증진시킨다는 목표 아래 자신의 정통성을 강화하려는 건 아닐까요?

란코프: 물론 김정은 정권은 나라의 경제성장을 바람직하게 생각할 수 밖에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경제 성장을 이루는 방법이 시장경제방법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경우 경제적인 자유화, 즉 시장화는 결국 정치적인 부문에서의 자유화를 초래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기본적인 이유는 잘 사는 남한이 있다는 것입니다. 북조선 주민들이 남조선이 잘 산다는 것을 알게 되면 흡수 통일에 대한 희망을 많이 가지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이와 같은 사례를 1980년대 말 동독에서 볼 수 있습니다. 당시 동독 주민들은 서독 사람들처럼 잘 살 수 있도록 국가사회주의 경제에 도전할 뿐만 아니라 공산주의 정권을 타도 하였습니다. 그래서 김정은과 그의 측근들은 북한에서 이러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주민들에 대한 정치 감시를 많이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들에게 정치 감시의 강화는 체제 유지와 권력 유지의 기본 조건 중에 하나 입니다. 뿐만 아니라 북한 정부는 시장화를 격려하는 동시에 대외적으론 고립 정책, 쇄국정책을 실시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왜냐하면 북한의 경우, 개방은 북한의 특권 계층의 자살과 다를 바가 없기 때문입니다.

기자: 북한에서 시장화라고 하면 흔히 장마당을 연상하는데요.일부 보도를 보면 지금 3백개가 넘는다고 합니다. 지금 북한 주민들이 거의 모든 생필품을 여기서 조달할 것 같은데요. 국가의 배급체제가 끊긴 상황에서 북한주민들의 이런 시장 생활이 당과 정부, 나아가 북한 체제를 바라보는 인식에도 영향을 준다고 봐야겠지요?

란코프: 물론 시장경제가 성장하게 되면 덩달아 정치감시와 통제도 어려워지는 법입니다. 사실 북한 사람들이 장마당에서, 시장에서 받은 경험으로 노동당을 비롯한 북한의 국가기관을 비판적으로 생각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두 가지만 살펴봅시다. 첫째, 북한 주민들은 시장에서 배울 것이 많습니다. 수입품의 모습을 보며 다른 나라의 기술 수준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장사꾼들이 모여 자신의 생활과 경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면 위험한 사실을 많이 배울 수 있습니다. 둘째, 시장에서 생계를 꾸리는 사람들은 노동당을 중심으로 한 북한 국가의 감시와 통제에서 많이 벗어납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힘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정부가 시키는 대로 살기를 싫어할 수도 있습니다.

기자: 이처럼 외부에서 유입되는 생필품이나 물건, 남한 물건 등을 통해 북한 주민들이 남한에 대한 궁금증이나 탈북에 대한 동기가 될 수 있을까요?

말씀 드린 바와 같이 남한을 비롯한 해외에서 온 수입품은 다른 국가들이 잘 산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러한 이유로 탈북에 대해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북한 체제의 변화 필요성에 대해 느끼기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 정부는 선택이 별로 없다고 생각됩니다. 이대로 시장을 진압 단속한다면 경제는 너무나도 어려워질 것입니다. 이것 또한 정치안정에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기자: 이처럼 시장화가 되면 될수록 김정은 정권에겐 부담이 되지 않을까요?

란코프: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한 편으로 외부세계의 많은 사람들은 시장화 때문에 북한의 체제가 무너질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들은 시장 때문에 생긴 장사꾼들이 노동당 간부를 중심으로 하는 체제를 반대하고, 조만간 시대착오적인 정치구조를 타도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제가 보기에도 이럴 가능성이 있지만, 다른 가능성 또한 없지는 않습니다. 북한의 장사꾼들이 체제를 반대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들은 북한체제가 무너지면 남한과 흡수통일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통일이 된다면 남한의 자본, 남한의 대기업이 북한 시장에 많이 진출할 것입니다. 이렇게 된다면 북한의 돈주, 즉 신흥사업가들은 남한에서 나온 대기업과 경쟁하기가 너무나도 어려울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장세력, 즉 새로 탄생한 부자들은 노동당 간부들과 함께 손잡고 민중을 감시, 통제, 단속하는 정책을 실시할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다.

기자: 탈북 여대생 박미연 씨에 따르면 북한에 소위 20~30대의 '장마당 세대' 가 존재한다고 합니다. 아마도 기성세대와 달리 장마당을 통해 들어온 외국 상품과 문화에 접해보고 바깥 세계를 동경하는 세대를 말하는 듯 한데요. 과연 북한에 이런 세대가 존재한다고 봅니까?

란코프: 이것은 박미연 씨만 하는 말씀이 아닙니다. 저도 똑같은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다른 북한 전문가들도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 북한의 젊은 사람들은 정말로 장마당 세대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들은 자신의 부모들과 달리 공식적인 사상에 대해 의심이 많고, 변화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그들은 체제에 반대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김정은 체제에 노골적으로 도전하지 않는다 하여도 심한 변화를 요구할 세대입니다.

기자: 금방 북한의 젊은 장마당 세대들이 도전하지 않아도 심한 변화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하셨는데요. 만일 그들이 장차 김정은에게 변화를 요구한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를 요구할까요?

란코프: 제가 볼 때 두 가지 요구가 있을 것 같습니다. 첫째로 그들은 사실상 시장을 그다지 단속하지 않고 더 풍요로운 생활에 대해 희망을 갖고 있습니다. 그들에겐 사상보다 물질적인 생활, 높은 생활수준이 더 중요합니다. 두 번 째는 개인 생활에 대한 자유입니다. 그들은 민주화나 정치 참여권을 요구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현 단계에선 요구하진 않을 겁니다. 하지만 개인적인 자유, 이를테면 보고 싶은 영화를 본다든가 부르고 싶은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자유를 요구할 수 있을 겁니다. 따라서 이런 부분을 당이 간섭하지 않는 걸 매우 바람직하게 생각할지 모릅니다.

기자: 네,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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