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군사모험주의, 대중관계 위기로 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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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전문가와 함께 살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오늘 순서에선 남한 국민대 교수이신 안드레이 란코프 (Andrei Lankov)박사로부터 최근 변화가 감지되고 있는 북한과 전통 우방인 중국과의 관계 문제에 대해 들어봅니다. 안녕하십니까?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월 취임 후 처음으로 지난달 6월 하순 중국을 국빈 방문해 극진한 대접을 받았습니다. 반면에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최고 권력을 이어받은 지 1년 반이 넘도록 아직 중국을 방문조차 못했는데요. 바로 이런 점이 북한과 중국의 달라진 관계를 보여준다고 볼 수 있겠습니까?

란코프: 어느 정도 그렇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 북한과 중국 사이가 옛날만큼 좋지 않습니다. 작년 말부터 중국은 북한에 대해 많은 불만을 표시하기 시작했습니다. 중국 언론은 북한의 대외정책, 군사적 모험주의를 비판한 적도 있습니다. 또 중국기업이 북한에 투자했는데 북한이 약속을 지키지 않아서 큰 손해를 본 중국회사들은 처음엔 이런 사건이 벌어져도 말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요즘 이런 중국회사들은 아우성입니다. 거의 확실히 중국 정부로부터 지시를 받았다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지금 중국은 북한에 대한 실망, 짜증이 아주 큽니다.

기자: 그런 점에서 오늘날 중국과 북한의 관계를 '위기'라고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란코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사실상 1992년 남한이 중국과 수교를 했을 때도 중국과 북한의 관계는 이렇게 어렵지 않았습니다.

기자: 과거 북한과 중국과의 관계를 '순망치한' 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아주 가까웠어요. 이 말은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라는 뜻으로 그만큼 두 나라 관계의 친밀함을 표현했는데 이제 이런 관계는 아니라는 뜻이지요?

란코프: 사실상 원래부터 그런 관계는 없었습니다. 말로만 그랬죠. 두 나라의 관계사를 보면 양측은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느라 모순과 갈등이 없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난 1년간 이런 갈등과 모순이 많이 첨예화됐습니다.

기자: 그렇다면 현재 중국이 북한에 갖고 있는 가장 큰 불만 사항을 뭐라고 봅니까?

란코프: 중국입장에서 보면 북한이란 나라는 아주 중요한 완충지대입니다. 그래서 중국은 북한을 지지하고 사실상 남북한 대립과 분단을 지지하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중국의 입장에서 보면 현상유지, 분단유지보다 더 중요한 과제가 있습니다. 그 과제란 바로 안정유지입니다. 중국은 지금 세계사에 거의 전례가 없는 고도성장을 이룩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기본 목적은 외부에서, 특히 중국과 가까운 지역에서 안정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외부의 안정이 지속돼야 고도성장을 지속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북한이 군사모험주의나 무장도발을 많이 한다면 중국은 짜증을 내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중국은 북한이란 나라를 필요로 하지만 동북아에서 긴장을 많이 고조시킨다면 이것은 중국 이익에 부합하는 게 아닙니다. 동북아시아의 불안정은 남북통일보다 더 큰 위협입니다. 그렇다면 중국이 북한에 보내고 싶은 경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북한이 이와 같은 모험을 중단하지 않으면 대북지원을 안 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기자: 북한은 중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2월 장거리 미사일 발사, 그리고 올해 2월 핵실험을 강행했습니다. 이런 행위가 안정을 해치고 중국의 경제성장에도 지장을 주기 때문에 하지 말라고 했는데 북한은 이를 무시하고 강행했는데요. 바로 이런 군사적 모험주의가 중국의 불만이겠군요?

란코프: 그렇습니다. 북한의 핵실험도 핵전쟁 위협도 다 문제라고 봅니다. 중국의 입장에서 보면 동북아의 안정을 해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지난 1년 동안 북한은 이런 행위를 너무 많이 했습니다.

기자: 바로 1년은 김정은이 북한의 새 지도자로 다스려온 시기이기 때문에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도 불만이 많을 것 같아요?

란코프: 바로 그렇습니다.

기자: 김정은 위원장도 중국 지도부의 이런 불만을 알고 있을까요? 그의 주변에는 아무래도 이런 나쁜 소식을 가로막는 측근들이 있지 않습니까?

란코프: 그렇다고 봅니다. 바로 그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룡해 인민군 차수를 중국에 보냈습니다. 하지만 최룡해 차수는 빈손으로 돌아왔고 그 때문에 김계관 제1부상을 다시 중국에 보낸 겁니다.

기자: 근래에 중국이 대한반도 정책과 관련해 한반도 안정과 평화를 제일 먼저 앞세웠는데 이게 비핵화로 바뀌었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이런 주장은 틀렸다고 봅니까?

란코프: 제가 보니까 그렇습니다. 중국은 비핵화보다 한반도 안정과 평화를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이미 말씀드린 대로 중국의 전략적인 과제는 무엇일까요? 바로 고도 경제성장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고도성장을 위해 중국은 동북아를 비롯해 주변지역에서 안정과 평화를 유지해야 합니다.

기자: 앞으로 중국의 비핵화 요구에도 북한이 응하지 않을 때 중국이 취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제재는 무엇일까요?

란코프: 저는 그 점에 관해 그다지 낙관하지 않습니다. 요즘에 미국에서 중국에 대한 기대가 많이 생겼습니다. 중국은 북한에 대해 압력을 가할 순 있지만 제한이 있습니다. 중국은 압력을 가할 경우에도 북한에서 국내위기가 발생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할 순 없습니다. 중국은 북한에 압력을 가한다 해도 북한 체제가 흔들리게 하는 조치나 정책을 취하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기자: 그러니까 북한이 고통을 느낄 순 있어도 체제가 흔들리게 할 정도의 강력한 조치는 취하지 않을 것이란 말입니까?

란코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은 대북지원을 어느 정도 줄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에서 내부 불안정이 생길 수 있는 만큼은 줄이지 않을 겁니다. 북한의 모험주의가 문제이긴 하지만 북한 체제가 무너질 경우 중국은 보다 더 위험한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이미 말씀한 대로 중국의 기본목적인 한반도 안정유지, 평화유지입니다. 그런 입장에서 보면 군사모험주의를 감행하는 북한, 핵전쟁 위협까지 하는 북한에 대해 경고를 하긴 하지만 북한이란 나라를 무너지게 할 근거는 전혀 없습니다.

기자: 네, 말씀 감사합니다. '북한, 이게 문제지요' 오늘은 란코프 교수로부터 근래 불편한 조짐을 보이고 있는 북-중 관계에 관해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