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경제대가 없는 남북회담 원치 않아”

워싱턴-변창섭 pyonc@rfa.org
2017-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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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대한적십자사에서 남북교류팀 관계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서울 중구 대한적십자사에서 남북교류팀 관계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기자: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와 함께 살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안녕하십니까? 남한 정부가 북한에 7월21일 남북군사회담과 적십자회담을 열자고 동시에 제안했지만 북한이 응하지 않아 일단 무산됐는데요.

란코프: 북한 입장에서 보면 이번 남한의 제한에 응하지 않을 이유가 너무 많습니다. 이것을 이해하기 위해서 남한의 정치상황과 문재인 정부가 극복해야 하는 외교 문제점을 알아야 합니다. 문 대통령은 선거 이전 때부터 남북한 경제협력과 교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를 지지한 유권자들도 남북교류를 아주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아무때나 대외정책을 바꿀 수 있는 북한과 달리 남한은 민주국가입니다. 대통령은 제멋대로 정치를 결정하지 못하고 여론, 즉 국민들의 마음을 고려해서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물론 제가 벌써 여러 번 말씀드린 바와 같이 남조선 인민 대부분은 북조선에 대해서 관심이 별로 없습니다. 그들에게 훨씬 더 중요한 문제는 먹고사는 경제정책이나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강대국과의 관계 문제입니다. 그래도 문재인 대통령 후보자를 지지했던 사람 대부분은 북한과의 관계가 그리 중요하지 않아도 개선하면 좋다는 태도입니다. 문 대통령은 남북관계 개선의 필요성 굳게 믿고 있습니다. 바로 그 때문에 이러한 제안을 했습니다.

기자: 이번 군사회담 제안은 남한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독일을 방문해 내놓은 '베를린 구상'의 실천 차원에서 나온 것인데요. 당시 문 대통령은 군사분계선에서 적대행위를 중단하자고 제안했는데요. 이걸 보면 과거 전임 박근혜 정부보다 더 적극적 대화의지를 읽을 수 있죠?

란코프: 물론 그렇습니다. 문재인 행정부는 북조선과 대화를 하려는 의지가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이 문제는 미국의 태도입니다. 미국은 북한이 미국 대륙을 공격할 수 있는 대륙간 미사일을 개발하려 미친듯이 일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지금 미국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대북 압박 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물론 미국도 민주국가입니다. 미국 지도부에서 북한 사람들이 상상하지도 못 하는 자유로운 논쟁이 많습니다. 미국 외교관들이나 장성들조차 서로 다른 의견을 자유롭게 표시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것은 오로지 김정은 눈치만을 보는 북한 당간부, 군부 지도자들이 상상하지도 못 하는 사실입니다. 현 단계에서, 미국의 분위기를 보면 북한에 압박을 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그 사람들은 남한이 개성공단을 재개하거나 북한에 이런저런 지원을 제공하기 시작한다면 어떻게 생각할까요? 특히 개성공단이 중요합니다. 북한 관영언론은 개성공단이 남한에 큰 이익을 주는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이것은 참 웃기는 이야기입니다. 미국이든 러시아이든 한국이든 중국이든, 알고 싶은 사람은 이 사실을 다 잘 알고 있습니다. 즉 개성공업지구의 재개는 사실상 남한이 북한에 돈을 퍼주기 시작한다는 것과 마찬가지로 생각합니다. 이렇게 된다면 미국의 태도는 어떨까요?

기자: 당연히 강경노선이 많은 미국은 좋아하지 않겠죠. 그런데 이번에 남한측이 제안한 것은 개성공단이 아니라 남북군사회담과 적십자회담입니다. 이와 같은 회담은 북핵에 대해서 화가 많이 난 국제사회도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 같고, 미국측도 묵인할 것 같은데, 북한은 왜 이와 같은 제안에도 응하지 않았을까요?

란코프: 이게 바로 문제입니다. 당연히 문재인 대통령은 개성공업지구 재개와 같은 획기적 제안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동맹인 미국측이 분노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뿐만 아니라 남북대화에 있어 첫 걸음은 클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 문대통령이 희망하는 것은 미국도 묵인할 수 있는 소규모 회담을 시작함으로서 남북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첫 기반을 놓으려는 것입니다. 처음부터 미국과 국제사회가 문제로 삼는 개성공단 재개나 대규모 대북지원은 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남측이 얼마 전에 희망했던 것은 위험하고 어려운 큰 문제를 회피하고, 비교적 작은 문제를 토론함으로서 남북한 관계 개선을 준비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북한측은 이 제안을 받지 않았습니다.

기자: 그렇다면 북한이 희망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남한과 아무 회담을 하지 않겠다는 것인가요? 그들에게 관심 대상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란코프: 북한은 남한과 교류를 할 때 기본적인 목적은 돈 벌기, 물질적인 이익 챙기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때문에 북한 지도부의 입장에서 보면 경제적인 의미가 아니라 상징적인 의미만 있는 회담이나 활동은 별 가치가 없습니다. 북한측에게, 남한에서 돈이나 물질적 지원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제일 중요합니다. 지금 북한측은 남한이 미국과의 관계를 파괴할 수 있는 대북 지원을 노골적으로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측이 필요한 것은 대북 지원입니다. 남한측이 대북지원을 빼놓은 채 소규모 회담만 할 생각이 있다면, 북한측은 받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결국 이 같은 북한의 태도는 의도적으로 남한을 비상구가 없는 상황에 몰아넣고 있습니다. 남한이 개성공단 재개나 대북지원을 시작한다면, 미국과 남한 사이가 많이 나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반대로 이런 일을 하지 않는다면, 지난 대선 때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던 유권자들은 문재인 정부에 불만을 갖게 되고, 문 대통령이 매우 신경쓰는 남북관계 개선도 불가능할 것입니다. 즉 문재인 대통령은 진퇴양난 상황입니다.

기자: 문 대통령 제안과 관련해 북한은 노동신문 논평을 통해 '제2의 6-15 시대로 가는 노정에서 북과 남이 함께 떼여야할 첫 발자국은 북남관계의 근본문제인 정치군사적 대결상태를 해소하는 것'이라고 말해, 뭔가 호응할 뜻을 비추기도 했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북한이 제기한 정치군사적 대결상태란 무엇일까요?

란코프: 솔직히 말해서 대결상태라는 게 무엇인지 알 수조차 없습니다. 사실상 상황을 보면 지금 군사 긴장을 고조시키는 세력은 북한측 뿐입니다. 그러나 대결상태가 있을지 없을지는 중요한 게 아닙니다. 북한측의 기본메시지는 바로 '6.15 공동선언' 시대로 돌아가야 남북관계 개선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문 대통령은 이런 북측 메시지를 받아들는다면 당연히 개성공단 재개도 해야 하고, 금강산 관광도 해야 하고, 대규모 대북지원을 제공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한국이 미국과의 관계에서 치명적인 위기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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