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평양-지방 빈부격차 갈수록 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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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전문가와 함께 살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오늘은 북한 사회 변화 문제에 관해 콜럼비아대 찰스 암스트롱 교수의 견해를 들어봅니다. 안녕하십니까? 현재 북한 사회에 불고 있는 변화의 조짐이 농후한데요. 예를 들면 북한에는 200만명이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고, 휴대용 컴퓨터라 할 수 있는 '삼지연'을 이용하고 평양에는 서구식 레스토랑, 즉 요리점이 성업 중이라고 합니다. 이런 것들을 북한 사회의 긍정적인 변화로 볼 수 있을까요 아니면 김정은의 대외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한 외적인 변화에 불과한 건가요?

암스트롱: 사실 북한 사회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을 시사하는 많은 변화가 일고 있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가 본 것들은 여러 다른 이미지를 보여주는 변화에 불과합니다. 오늘날 북한 사회는 과거에 머물 수 없는 지경에 빠졌습니다. 주민들은 외부세계, 특히 중국에 있는 사람들과 접촉을 하고 있고, 그들을 통해 변화가 유입됩니다. 당국도 이를 완전히 통제할 순 없습니다. 또한 시장경제가 무척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요. 이게 북한 지도부가 해라고 해서 된 게 아니라 지방과 도시의 주민들에 의해 밑바닥부터 생긴 겁니다. 그런 점에선 의미있는 변화라고 해도 좋습니다. 시장화의 침투, 다시 말해 시장경제는 아주 상당합니다. 특히 평양에서의 경제활동도 크게 증가했고, 사람들이 점점 휴대용 전화기를 통해 서로 연결돼간다는 것은 중요합니다. 비록 휴대전화로 외부세계 사람들과는 접촉할 순 없더라도 국내에선 서로 휴대전화로 통화할 수 있다는 사실은 큰 변화이죠. 그런 점에서 중요한 변화의 시작을 목도하고 있는 셈입니다.

암스트롱: 교수님은 2011년, 그리고 지난해 여름 북한을 각각 방문하셨는데요. 특히 지난해 8월 평양 방문기를 미국의 유력지인 <뉴욕타임스>에 기고해 북한에서 일고 있는 변화상에 관해 지적했습니다. 두 차례 방문을 통해 확연히 달라진 걸 느끼셨나요?

기자: 두 가지 점을 지적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선 평양에 가보니 경제활동이라든가 건설, 교통량이 2011년에 비해 부쩍 늘어났다는 겁니다. 물론 그건 지난해 김일성 탄생 100주년과도 관련은 있었습니다. 많은 경제자원이 평양을 개발하는 데 투입된 것이죠. 또한 중국과의 교역이나 투자양도 크게 늘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주민들에게서 느낄 수 있던 분위기였습니다. 2011년 만해도 김정일 위원장의 와병과 정권이양 문제로 주민들의 분위기가 아주 굳어져 있었는데 김정은이 지도자로 떠오른 2012년 가보니 평양 주민들의 일반적 분위기는 좀 더 누그러졌고, 일종의 자신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2011년만 해도 김정은이 차기 지도자가 될 것이라는 사실조차 분명하지 않았는데 2012년엔 그가 지도자라는 게 분명해졌습니다.

기자: 사실 북한에 장마당이 들어서고 경제활동이 이뤄지면서 주민들 사이에 빈부 격차가 늘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많습니다. 혹시 지난해 북한을 방문하셨을 때 그 전과 비교해 이런 빈부격차 혹은 경제적 불평등 같은 것은 못 느끼셨나요?

암스트롱: 그게 또 하나 지난해 방북에서 느낀 인상적인 점인데요. 평양을 벗어나 이를 테면 동해 쪽의 함흥이나 원산 등 외곽으로 가게 되면 거기 사는 주민들이 평양 주민들과 상당히 큰 경제적 격차를 보인다는 점이었습니다. 원산만 해도 그런대로 괜찮았지만 함흥은 주민들의 고생이 심했습니다. 북한에서도 평양 주민과 지방 주민들 간의 빈부 격차가 큰 것 같았습니다. 경제적 불평등이 아주 심했습니다.

기자: 지난해 8월 <뉴욕타임스> 기고문의 제목은 '평양에서 본 북한'인데요. 이 글의 결론을 보면 오늘날 북한에 이런 저런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분명하지만 진정한 변화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는 것인데요. 맞습니까?

암스트롱: 아직은 근본적인 변화는 없다고 봅니다. 지금까지 본 것은 변화의 시작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표면적인 변화일 뿐입니다. 본질적인 내용의 변화라기 보다는 외적인 행동방식의 변화입니다.

기자: 김정은 제1위원장은 지난해 6월 시장경제 요소가 반영된 경제조처를 내놓았습니다. 이 조처는 아직은 북한 전역에서 완전한 실천 단계에는 미치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김 위원장이 이런 조처를 내놓은 것은 적어도 경제개혁엔 관심이 있다는 징조로 보이는데요. 그게 사실일 경우 그의 개혁 노력을 가로막는 걸림돌은 무엇이라고 봅니까?

암스트롱: 제가 볼 때 북한 핵심지도부에 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을 확신시키는 것은 어렵습니다. 여기엔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하나는 현재의 방식을 고수하려는 이해세력, 특히 군부와 다른 보수적 인사들이 많기 때문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가 힘들다는 겁니다. 두 번째론 외부세계가 북한 사회에 끼칠 영향에 대해 많은 우려가 있습니다. 즉 경제 개혁을 제대로 하려면 외부세계에 개방이며, 정보의 유입, 외국문화와 경제체제와의 접촉이 불가피합니다. 북한 지도부는 아무런 변화 없이도 어떻게 하면 기존의 정치체제를 유지하면서도 경제 개혁을 할 수 있을지 궁리하느라 정말 안간힘을 써온 것으로 압니다. 이게 아직도 그들이 빠진 딜레마, 즉 고민이지요. 그래서 제한적이나마 경제개혁을 해보기도 한 것이죠. 북한이 정말 진정한 경제 개혁을 하고 싶다면 중국이 30년 전에 그랬던 것처럼 나라를 개방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하지만 아직은 그런 조처를 취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기자: 교수님은 얼마 전 한 언론 기고문에서 북한이 한편으론 자국의 안보를 추구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경제개선을 꾀하고 있어 서로 모순된 목표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는데요. 그런 지적을 쉽게 풀어보면 북한이 자국 안보의 수단으로 핵개발을 계속해 국제사회의 고립을 자초하고, 유엔의 강력한 경제 제재를 받고 있는 반면에 그런 상황에서도 경제 개발을 추구하는 것은 모순된 정책이라는 뜻인데요. 그렇다면 해결책은 없을까요?

암스트롱: 제가 볼 때 북한이 진정으로 경제 개혁을 할 수 있으려면 유일한 방법은 북한 지도부가 우선 자국의 안보에 확신을 갖게 되고 현재의 북한 체제를 유지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질 때입니다. 하지만 북한이 이런 목표를 거두긴 아주 힘들 겁니다. 외부세계 특히 미국, 그리고 남한과 일본은 북한의 도발 행동을 기존의 현상유지 질서를 파괴시키는 위협적이라고 봅니다. 여기서 한가지 분명한 모순은 북한의 핵개발 문제와 관련이 있습니다. 북한은 자국의 안보를 담보하고 외부의 적대세력에 방어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이라는 점을 확신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외부세계는 북한의 이런 행동을 위협으로 간주하고 국제법과 북한의 핵개발을 금지한 유엔 결의안에도 모순되는 것으로 봅니다. 따라서 북한이 핵을 계속 개발하는 한 경제개발을 위해 필요한 지원을 외부세계에서 받을 수 없는 겁니다.

기자: 역시 문제의 핵심은 북한의 핵개발인데요. 김정은은 지난 4월 북한이 경제 개발과 함께 핵 개발도 추진하는 등 병진노선을 추구하겠다고 선언한 상황입니다. 이런 병진노선이 가능할까요?

암스트롱: 불가능합니다. 북한이 자국의 경제를 진정으로 상당한 수준의 개발을 원한다면 핵개발 프로그램을 포기해야 합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될 순 없습니다. 북한이 핵을 개발하면서 제한적인 경제 개혁을 할 순 있을 겁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북한은 이런 방향으로 계속 가면서 국제사회의 경제 지원도 얻고 교류도 기대할 순 없을 겁니다.

기자: 만일 김정일의 경제 고문이라면 북한의 경제 개혁과 발전을 위해 어떤 제안을 하겠습니까?

암스트롱: 글쎄요. 우선은 국내적으로 시장경제를 더 많이 활성화해서 국내 경제체제가 개선될 수 있도록 하라는 겁니다. 또한 외부 세계와 경제적 접촉을 늘리고 서방 세계와 교역 관계를 증대해야 한다는 점도 역설하겠습니다. 또한 국제금융체제와 연결 고리를 가져야 한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정치적 타협도 필요하다고요. 실은 이게 진짜 문제입니다. 북한 지도부도 어떤 식으로든 경제 개혁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점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핵개발 중단 같은 정치적 조치를 취해야 하는 데 이게 힘들다는 겁니다. 따라서 김정은 위원장에게 할 충고는 국정의 우선순위를 경제 개혁을 통해 주민의 생활수준 향상에 둬야 하고, 그게 국정 제1과제가 돼야 한다는 겁니다.

기자: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