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요돈세탁우려 대상국’ 지정돼야”

워싱턴-변창섭 pyonc@rfa.org
2014.08.26
nk_currencies-305.jpg 북한에서 유통 중인 화페.
Photo courtesy of Flickr/Aaron Yoo

앵커: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전문가와 함께 짚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오늘 순서에선 최근 미국 연방하원을 통과한 ‘북한제재이행법안’(HR 1771)의 구체적인 내용과 관련해 민간차원에서 법안을 기초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 조슈어 스탠튼(Joshua Stanton) 변호사의 견해를 들어봅니다. 안녕하십니까? 이번 법안은 제재의 강도에 있어 핵개발 의혹으로 인해 미국의 강력한 제재를 담보한 이란 제재법에 비해 강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실제가 그렇습니까?

스탠튼: 전부가 다 그런 건 아닙니다. 이 점을 말씀 드려야겠는데요. 이란의 제제사항들이 단지 한 개의 법에 모두 담겨있는 게 아닙니다. 다시 말해 매년 이란에 대한 여러 개의 제재 법안들이 쌓이면서 오늘에 이른 것이지요. 이를테면 2010년 발효한 이란 제재법은 상당히 효과적이었는데도 미 의회는 기존 법에서 제재를 더 강화할 필요성을 느껴 2012년엔 개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2010년 법도 실은 기존의 대이란 제재 명령을 담은 것입니다. 제 느낌엔 북한의 경우도 만일 북한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위협적인 행동을 멈추지 않고 책임있게 행동하지 않으면 미 의회가 이란과 비슷한 절차를 따를 것으로 봅니다. 즉 해마다 대북 제재를 강화하는 식이죠.

기자: 그러니까 어떤 면에선 이란 제제법과 북한제재이행법안을 단순 비교하는 건 옳지 않다는 건가요?

스탠튼: 이란의 제제 위반은 북한의 제재위반과 다르죠. 그래서 이란 제재법을 정확히 들여다보면 이란이 북한과 똑 같은 문제를 갖지 않는 한 이란은 북한과는 다른 문제를 갖고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될 겁니다. 그런 점에서 이란 제재법을 북한제제법과 단순 비교하는 건 옳지 않습니다.

기자: 이번 법안의 가장 큰 특징 가운데 하나는 북한 주민들의 인권유린에 간여한 관리들에 대해 제재를 가한다는 인권조항 아닙니까?

스탠튼: 그렇습니다. 약 5개월 전 유엔북한인권조사위원회는 북한 정부가 대규모로 반인륜범죄를 저지른 죄상을 기록한 372쪽짜리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여기엔 약 10만명에 달하는 북한 주민을 집단 수용소에 가두었으며 이곳의 시설이 갈수록 열악해짐에 따라 수감자들의 생존율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 북한 당국이 2백만에 가까운 주민이 아사하도록 방치했다는 사실, 또 이런 사람들을 먹여 살리는 데 충분한 돈을 선친 김정일과 관련한 구조물이라든가 각종 항공기 구입, 사치품을 구입하는 데 썼고 이런 식의 자원 낭비는 다음 지도자인 김정은 독재정권에 전수됐다는 사실을 나열하고 있습니다. 북한 정권의 이런 인권위반은 전 세계에서 벌어진 그 어떤 유린행위보다 심한 것으로 과거 르완다 대학살이나 캄보디아의 크메르 루즈 정권이 저지른 대학살 이후 최악입니다.

기자: 다시 말해 북한 정권이 이처럼 인권유린을 범했어도 세계는 북한에 아무런 제재조치를 취하지 않았단 말이죠?

스탠튼: 맞습니다. 전 세계는 이런 북한의 인권유린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습니다.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는 무슨 조치를 취했습니까?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어떤 대응 계획을 갖고 있나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제가 미 의회를 대변하는 건 아니지만 많은 미국 의원들은 미국은 북한의 반인륜 범죄행위에 대한 대가를 강제할 수 있는 진정한 정책 대안을 가져야 한다고 느낀 겁니다. 미국은 이란, 벨라루스, 수단 등 반인륜범죄를 저지른 나라들에 대해 제재를 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이 저지른 인권범죄가 이들 나라보다 더한데도 미국은 아무런 제재를 하지 않기에 이번에 HR1771 법안을 통해 이런 불균형을 시정하려는 겁니다.

기자: 그런 점에서 이번 법안은 단순히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필요한 불법 자금뿐만이 아니라 인권유린에 가담한 북한관리들을 제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군요?

스탠튼: 그렇죠. 법안은 그런 부분을 포함해 전 항목을 다루고 있습니다. 북한 정부는 핵무기를 개발할 뿐 아니라 인권유린도 저지르고 있습니다. 두 가지 모두 인간의 삶에 어떤 의미도 없는 것들이죠. 이번 법안의 목적은 법안이 실제 발표되면 북한은 그 대가를 치루게 될 것이며, 그런 만큼 주민들의 인권을 존중하고 책임있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북한은 엄청난 제재를 받고 방향타를 잃을 수도 있을 겁니다.

기자: 이번 법안엔 ‘주요 돈세탁우려(primary money laundering concern)’ 대상으로 북한을 지정할 것을 의회가 강력히 촉구하는 대목이 나옵니다. 북한이 일단 ‘주요돈세탁우려’ 국가로 지정되면 미국 재무부가 미국 금융기관으로 하여금 불법 거래에 연루된 북한과 거래하는 걸 제한할 수 있지 않습니까?

스탠튼: 말씀하신 대로 법안에 그런 표현이 있습니다. 주요돈세탁우려대상으로 지정하는 일은 과거 방코델타아시아에 적용됐던 조항이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이 조항은 전 세계에서 불법 거래로 얻은 돈을 가장 무차별적으로 돈세탁을 해왔고, 미화 위조지폐를 무차별 만들어내고 불법 마약거래에 가담한 유일한 나라인 북한에겐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최근 유엔 보고서를 보면 북한은 시리아 등을 포함한 여러 나라에 여전히 핵확산 활동에 가담하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북한은 법을 어기면서 국제금융체제를 악용했습니다. 북한은 한 번도 주요돈세탁우려대상국으로 지정된 적이 없습니다. 버마, 이란, 나우르가 다 그런 식으로 지정됐고, 우크라이나도 몇 년 전 비록 잠깐이긴 했지만 주요돈세탁우려 대상으로 지정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왜 지정하지 않았습니까? 북한은 이들 나라보다 더 중대한 위법행위를 저질렀고 제제까지 받았는데도 정작 돈세탁우려 대상으로 지정되지 않았습니다.

기자: 왜 그랬을까요?

스탠튼: 아마도 미 국무부관리들은 그렇게 하는 것이 궁극적으론 북한과 핵 협상을 이뤄낼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도 미북 협상 분위기를 해치고 싶진 않습니다. 역사를 보면 북한은 압력을 받을 때만 협상에 임하거나 양보를 하는 경향이 많습니다. 이를테면 1994년 당시 북한 핵시설에 대한 공습설이 나돌았을 때 북한은 미국과 제네바 핵 합의를 이뤘습니다. 또한 2005년 북한은 당시 부시 행정부와 협상해 핵을 포기하기로 합의했습니다. 2007년에도 제재 위협에 처하던 북한이 나중에 제재가 완화되자 이젠 미국과 남한에 대해 적대적인 행위로 돌아섰습니다. 이걸 보면 국무부가 기대하는 것과는 달리 정 반대 현상이 나오는 게 진실입니다. 즉 북한과 성공적인 협상을 이끌어내기 위해선 대북 압력과 지렛대가 필요한 겁니다. 북한을 다르게 보는 건 환상에 불과하며 역사가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기자: 그런 점에서 북한은 지금이라도 주요돈세탁우려 대상국으로 지정돼야 한다는 말씀이군요?

스탠튼: 그렇습니다. 물론 북한의 핵확산 활동이 기존의 금융체제에 대한 불법적인 악용이긴 해도 돈세탁지정이 반드시 북한의 핵 활동과 연계된 것은 아닙니다. 그건 북한을 돈세탁지정의 한 가지 이유에 불과합니다. 북한은 지금까지 많은 세월에 걸쳐 온갖 불법 활동에 개입해왔습니다. 이를테면 북한의 해외주재 공관들은 목적을 위해 온갖 수단에 동원되는데요. 그게 종종 불법적 수단입니다. 그런 점에서 미국 애국법의 제3조11항에 의해서도 북한을 주요돈세탁우려 대상으로 지정하는 게 마땅합니다.

기자:네,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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