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제특구 성공, 투자환경 개선이 관건”

워싱턴-변창섭 pyonc@rfa.org
2014.09.23
golden_area_development_map-305.jpg 북한과 중국이 공동 개발·관리하기로 한 북한 황금평 경제특구의 중국쪽 입구에 세워진 단지 배치도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앵커: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전문가와 함께 짚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오늘 순서에서는 북한이 외국 자본을 겨냥해 발표한 경제특구 문제와 관련해 북한 경제전문가인 루디거 프래으 오스트리아 비엔나 대학 교수의 견해를 들어봅니다. 안녕하십니까? 북한이 작년 11월 신의주에 특수경제지대를 설치하고 13개도에 외자유치와 경제개발을 목적으로 경제개발구 계획을 발표했는데요. 그 동기를 뭐라고 봅니까?

프랭크: 글쎄요. 실제로 그런 계획이 어떻게 구체화될지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제 생각으론 이런 조치가 기존의 특구 문제와 관련한 간소화 조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 중국 회사들과 합작한 회사들이 북한 곳곳에 있는데요. 그래서 이번 조치를 통해 이런 합작회사들을 특구 및 경제개발구에 포함시키려는 뜻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그 경우 통제가 종전보다 쉽기 때문이지요. 이렇게 생각해볼 수도 있습니다. 남한과 마찬가지로 북한에서도 지역적 특성이 강합니다. 북한에서도 지방 정부의 힘이 세지면서 독자적으로 해외 기업들과 손을 잡아서 외화를 벌어들이고 그걸 가지고 자기 지역을 발전시키려는 열망이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김정은 정부가 각도에 경제개발구를 하나씩 신설하도록 한 것 같습니다.

기자: 사실 북한은 이미 1992년 동북아시아의 국제적인 무역•금융•관광 기지로 건설한다는 명분아래 나선 지역을 자유경제무역 지대로 선포했지만 투자유치에 실패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다 2011년 5월 북중정상회담 이후 황금평 개발사업과 함께 나선지구가 다시 관심을 받고 있지만 여전히 외국 투자자를 끌어들일 수 있을지 의문인데요. 지금 북한의 외자유치에 가장 큰 걸림돌은 무엇일까요?

프랭크: 여러 난관이 있지만 북한의 해외 투자유치 측면에서 최우선 걸림돌이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입니다. 외국의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들은 유사시 북한에 무슨 일이 일어날 때 투자에 대한 불안감을 느낄 겁니다. 이런 일은 미얀마에 진출하려던 외국 기업들이 겪은 것과 같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 시장에도 활발한 투자를 하는 어떤 회사가 북한에 진출하려고 할 때 과거 북한 돈세탁 혐의로 제재를 받은 방코델타아시아 은행과 같은 처지로 전락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회사도 이런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 않겠지요. 게다가 북한의 투자 시장은 그다지 크지도 않습니다.

기자: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 말고도 생각해볼 수 있는 걸림돌은 무엇일까요?

프랭크: 또 다른 걸림돌은 북한이 기존의 합의 계약서를 바꾸거나 지키지 않는 걸로 악명이 높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이런 문제는 다른 나라들에서도 일어나는 것이라 북한이 유일하다곤 볼 수 없습니다. 중국 회사들이 종종 중국에 진출한 외국 투자자들을 사기쳤다는 말도 들립니다. 하지만 그런 일 때문에 서방 회사들이 중국 진출을 못하는 건 아닙니다. 북한의 경우는 다릅니다. 투자 시장이 작다 보니 무슨 일이 발생하면 투자에 비해 잠재적 손실이 훨씬 더 크죠. 정리하자면 외국 기업의 북한 진출을 막는 가장 큰 걸림돌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북한 진출 시 미국의 보복에 대한 우려이고 다른 하나는 북한 투자에 따른 불안감입니다. 북한 정부가 외국인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투자 환경도 개선하고 여러 조치를 취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명시적이든 아니든 미국의 보복 위협이 존재하는 한 외국인 투자는 힘들 겁니다.

기자: 현재 나선 특구의 경우 서방 기업들은 힘들어도 지리적으로 가까운 중국의 기업들이 진출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프랭크: 맞습니다. 별 문제가 아니지요. 이 지역이 중국 기업들을 끌어들이는 데 두 가지 요인이 있습니다. 우선은 중국 정부가 나선 지역이 있는 동북 삼성 지역을 개발하기로 했다는 점입니다. 1990년대초와 달리 지금 중국 정부는 동북삼성을 개발하는 데 전략적인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는 점이죠. 또 다른 요인은 러시아가 근래 경제개발 활동을 부쩍 강화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는 어떤 측면에선 1950년대초 북한의 환심을 사기 위해 중국과 러시아가 맞붙던 시절을 되돌아보게 하는데요. 북한은 두 나라의 적대감을 자국의 이익을 위해 활용하는 데 아주 능숙합니다. 이를테면 북한이 러시아 기업들에 대해 특별 대우를 해주는 것이죠. 그러면 중국 기업들도 러시아에 뒤질세라 진출하려 할 겁니다. 안 그러면 러시아 기업들에 기선을 제압당할 것이기 때문이죠. 실제로 과거 원산항과 청진항 사용 문제와 관련해 북한이 한번은 러시아에 또 한번은 중국에 허가권을 내준 적이 있습니다.

기자: 사실 어떤 측면에서 북한의 외자 유치 차원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게 이웃인 남한인데요. 현실은 정 반대죠?

프랭크: 남한은 대북 경제개발과 관련해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도 가장 큰 손해자입니다. 현재 중국 기업들은 북한의 천연자원을 캐가고 있고 중국과 러시아, 일본은 시장 경제에 필요한 규칙과 제도 등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특히 일본은 납치자 문제가 해결되는 대로 북한에 대한 투자에 나설 겁니다. 남한의 포항제철도 실은 일본 자본으로 건설된 것입니다. 아마도 일본은 북한에 비슷한 투자를 할 것으로 봅니다. 주변국들의 이런 북한 개발 작업에 참여하지 않는 유일한 나라가 남한입니다. 그나마 남한이 갖고 있는 게 개성공단인데 이건 제가 보기에 경제적 구역이라기 보다는 일종의 ‘정치적’ 구역입니다. 남한 입장에서 볼 때 경제적 협력 측면에서 결코 개성공단이 전부라고 할 순 없을 겁니다. 하지만 남한은 북한이 일정한 조건을 충족시키지 않으면 경제 협력을 확대할 생각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중국, 러시아, 심지어 일본까지 진출하고 있는 데 말입니다. 남한이 서두르지 않으면 이런 대열에서 낙오할 겁니다.

기자: 오늘날 북한 경제는 장마당 경제가 이끌어갈 정도로 소위 민간경제에 의존하는 비율이 커졌는데요. 그런 점에서 일부에선 지금의 북한 경제가 더는 국가계획경제가 아니라고 하는데요. 어떻게 봅니까?

프랭크: 글쎄요. 제가 볼 땐 북한경제는 이미 혼합경제입니다. 예를 들어 지금 평양 거리엔 노란 번호판이 달린 차들이 다니는데요. 법적으론 안 그렇지만 이런 차들은 다 개인 것이죠. 또한 개인소유는 아니지만 상점도 있고 합작 회사도 있습니다. 과거 등소평이 ‘흰 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쥐만 잡으면 된다’는 말이 생각나는 데요. 저는 남들이 북한의 조치를 개혁이라고 부르는 개선이라고 부르던 상관하지 않습니다. 올바른 방향으로만 간다면 괜찮습니다. 올바른 방향이란 북한 당국이 개인 재산을 허용하고 경쟁을 도입하며 가격을 자유화하는 겁니다. 이렇게 되려면 물론 북한이 경제를 자유화하고 국제사회와 협력을 개선해야 합니다. 또 이런 일이 벌어지려면 경제 개혁이 필수이죠.

기자: 탈북자들을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오늘날 북한 경제는 장마당을 빼놓고 말할 수 없다고 합니다. 오늘날 장마당이 북한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어떻게 평가합니까?

프랭크: 글쎄요. 제가 보기에 장마당이든 농민시장이든 문제는 이런 시장의 규모가 아직은 상당히 크지 않다는 점입니다. 이런 곳에선 거래되는 물건은 옷가지라든가 일상적인 물건들이 주를 이루지요. 북한 경제는 산업화된 경제입니다. 그래서 중공업 기계 제품이라든가 상품원료 등을 생산하고 있고, 다른 상품도 생산할 수 있어야 합니다. 북한 경제 중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몫을 장마당이 담당하고 있는 것이죠. 오늘날 북한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여전히 국가 소유입니다. 일정 부분은 중앙계획으로 이뤄지고 있지요. 경제 부문에 경쟁은 별로 없습니다. 이런 북한 경제를 준시장 경제라고 부르기도 힘들지만 그 싹은 보입니다. 저는 동서독 통일을 경험한 동독 시민인데요. 제 경험으로 볼 때 시장 경제에서 나오는 이윤, 비용, 물가 등의 작동 원리에 따라 경제를 운용하는 방법을 배우려면 시간이 걸립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북한의 장마당은 유용한 점이 있습니다. 종전처럼 국가에서 배급을 받는 것 외에 필요한 물건을 사려면 돈을 줘야 하며, 같은 물건의 가격이 어떨 땐 내리고 어떨 땐 오르며, 흥정도 하고 때론 남을 속이는 것도 체험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기자: 네,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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