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정권, 개방 없는 개혁 택할 것”

워싱턴-변창섭 pyonc@rfa.org
2016.10.25
delivery_truck_b 중국 랴오닝성 단둥 세관에 북한 국제택배 차량이 도착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기자: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와 함께 살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이 시간에서도 계속 북한 김정은 정권의 경제개혁 문제에 관해 살펴보지요. 앞서 교수님은 김정은이 조용히 경제 개선조치를 취하기 시작한 이유로 선친 김정일과의 나이 차를 꼽았는데요. 이 부분부터 짚어볼까요?

란코프: 네, 그렇습니다. 김정일이라는 사람은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되었을 때 50대였습니다. 그는 장마당의 성장, 장사의 활성화 등의 이유 때문에 북한식 사회주의 체제를 영원히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는 개혁과 개방이 경제 성장을 이뤄서 북한이란 나라를 구할 가능성이 있지만 그로 인해 치명적인 정치위기와 정권붕괴를 초래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점도 알았습니다. 그래서 김정일의 태도는 간단했습니다. 개혁과 개방을 하지 않는다면 자신이 집권하는 동안 최소 20여년 정도 체제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때문에 김정일의 입장에서 보면 제일 합리주의적인 선택은 아무 개혁과 개방을 하지 않고 자연사까지, 즉 늙은 나이로 죽을 때까지 가만히 앉아 있는 것입니다.

기자: 그렇다면 30대 초반인 김정은은 자신의 집권 기간 동안 북한 체제가 무너질 수도 있다고 보고 개혁과 개방을 추진할 할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란코프: 젊은 독재자인 김정은이 오랫동안 북한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 불가피하게 개혁과 개방을 통해서 경제성장을 이룩해야 합니다. 이것은 바로 김정은의 선택입니다. 그는 자신의 이익을 감안하면 개혁과 개방이 위험하지만 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이유가 있습니다.

기자: 그렇다면 김정은 정권은 경제 개혁은 물론 외국에 대한 문호개방도 동시에 추진할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란코프: 개혁을 하겠지만 개방이 별로 없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이것은 북한의 특징이라고 생각됩니다. 북한 체제가 무너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도 북한 지도부는 개혁 및 개방을 동시에 추진하는 게 아니라 개방이 없는 개혁을 해야 됩니다. 즉 경제 부문에서 1980년대 중국처럼 시장경제를 고취하고, 장사꾼들을 도와 줘야 하지만, 정치 부문에서 아무 변함 없이 인민들을 엄격하게 감시하고 규칙을 완화하지 않고, 체제를 비판하는 사람들을 마구 수용소로 보내버릴 것입니다. 이것은 개방이 없는 개혁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특히 중요한 것은 고립정책, 즉 해외생활에 대한 지식의 확산을 차단하는 정책을 김정일 시대보다 더 엄격하게 시행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경제가 성장하면 외부에서 들어온 녹화기, 컴퓨터 등이 많아지고 북한 사람들이 해외생활, 특히 남조선의 생활에 대해서 배울 기회가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 정권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해외생활에 대한 지식의 확산을 가로막으려 노력할 것입니다. 이것은 개혁을 하는 동시에 정권의 치명적인 위기를 기피하는 방법입니다.

기자: 중국은 처음부터 개혁과 개방을 동시에 추진하지 않았나요? 중국은 오늘날 권위주의 국가라고 해도 과거 모택동시대보다 정치적 자유가 많은 나라라고 볼 수 있지 않습니까?

란코프: 물론 그렇습니다. 1970년대 중국사람들이 2016년 중국을 보고는 자유로운 민주국가라고 생각했을지 모릅니다. 중국에서 개혁과 개방을 하는 동안에 주민들에 대한 감시가 많이 없어지고, 개인 자유가 대폭 많아졌습니다. 그러나 분단국가이며 매우 못 사는 나라인 북한은 이와 같은 부분적인 완화조차 허용할 수 없습니다. 북한의 경우 체제위협 때문에 개혁과 개방을 동시에 추진하는 대신에 개방이 없는 개혁을 조심스레 추진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기자: 그렇다면 개방이 없는 개혁을 추진하려는 김정은의 정책이 성공할 수 있을까요? 북한도 30년 후에 현재 중국과 같은 나라가 될 수 있을까요?

란코프: 알 수 없습니다. 제가 보니까 김정은정권이 아무 개혁을 하지 않고 시대착오적인 국가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려 노력한다면 살아남을 가능성이 거의 없습니다. 반대로 지금처럼 조용하게 개혁을 한다면 경제성장을 이룰 수도 있고, 정치 안정을 유지할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다. 제가 보기에 북한이 중국과 같은 나라가 되기 위한 개혁을 할 때 내부적인 정치 위기와 혁명 때문에 무너지지 않을 가능성이 20-30% 정도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 지도부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무너지지 않을 가능성은 아예 없습니다. 바꾸어 말해서 북한 정권의 입장에서 보면, 개혁과 개방을 계속 피하는 것은 확실한 종말을 의미하지만 개방이 없는 개혁을 시도한다면 살아남을 가능성이 별로 높지 않지만 있기는 있습니다.

기자: 남한을 비롯한 이웃 나라들의 입장에서 보면, 북한식 개혁과 개방의 성공은 좋은 것일까요? 아니면 나쁜 것일까요?

란코프: 대체로 좋은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물론 남한에서 흡수 통일 때문에 정치 혼란을 경험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지만 있습니다. 그러나 기타 주변 국가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주변 국가들은 김정은 정권을 좋아하지 않고, 북핵을 위험한 모험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체제 붕괴를 환영하지 않습니다. 이웃 나라의 대부분은 북한의 개혁을 결코 반대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태도는 결정적인 것이 아닙니다. 결정적인 것은 북한 사람들의 의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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