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잠수함 탄도미사일, 아직 개발단계”

워싱턴-변창섭 pyonc@rfa.org
2014.11.11
slbm_submarine-305.jpg 지난 2014년 6월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동해 잠수함 부대인 제167군부대를 방문, 직접 탑승해 훈련을 지도했다고 보도한 잠수함.
사진-연합뉴스 제공

앵커: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전문가와 함께 짚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이 시간에선 북한의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문제와 관련해 저명한 군사 전문가인 조셉 버뮤데즈(Joseph Bermudez Jr) 씨의 견해를 들어봅니다. 버뮤데즈 씨는 제인군사연감의 편집장을 지냈고, 현재는 북한 군사력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의 편집인으로 있습니다. <북한군의 전력> <북한 특수군> 등 2권의 저서를 낸 버뮤데즈 씨는 미국 내 여러 대학에서의 특강과 의회 청문회 등을 통해 북한 군사문제에 관해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최근에 북한전문 웹사이트인 <38th North>에 기고한 글에서 북한이 신포 남부 조선소에서 잠수함 발사탄도미사일(SLBM) 또는 미사일 수직발사장치 실험용으로 보이는 실험대가 포착됐다고 주장하셨는데요. 북한이 잠수함 발사탄도미사일 능력을 갖고 있다고 봅니까?

버뮤데즈: 제가 볼 때 북한이 지금 당장 그런 능력을 가진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런 탄도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은 가졌다고 봅니다. 물론 최고의 기술이 필요한 부분이죠. 또한 북한이 지금 그런 미사일에 대한 연구와 개발을 진행 중이라고 봅니다.

기자: 지난 6월엔 김정은 제1위원장이 로미오급 잠수함의 사령탑에 올라탄 사진이 공개되기도 했는데요. 그런 의도를 뭐라고 봅니까?

버뮤데즈: 제가 보기엔 여러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우선은 자신이 군부를 통솔하고 있다는 점을 과시하기 위한 정치적 이유를 꼽을 수 있습니다. 또한 외부세계에 대해서도 북한이 강국이라는 점을 보여주고 싶은 거죠. 내부적으론 김정은이 육군은 물론 특수군, 전략로켓부대 등 군부대를 방문하고 싶어했고, 이제는 해군도 격려차 방문한 겁니다. 하지만 김정은이 잠수함에 직접 오른 데는 북한 해군이 지난 10~15년째 벌이고 있는 현대화 작업의 성과를 인정하려는 의도도 있습니다.

기자: 한반도란 좁은 지형에서 북한이 이런 잠수함 발사탄도미사일 능력이 필요할까요?

버뮤데즈: 전혀 의미가 없습니다. 북한이 현재 보유한 스커드 미사일이나 사정거리가 더 긴 노동미사일 만으로도 한반도 전역을 타격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개발은 한반도 지형 측면에서 보면 전혀 의미가 없죠.

기자: 그런데도 북한이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을 개발하려는 목적은 무엇일까요? 미국을 겨냥해서입니까?

버뮤데즈: 현 단계에서 말할 수 있는 확실한 사실은 북한은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을 연구, 개발하는 단계에 있다는 점입니다. 이런 작업이 성공할 경우 향후 몇 년 뒤 실전 배치할 수도 있겠지만 성공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제가 볼 땐 그런 탄도탄을 개발하려는 까닭은 지역적 차원의 사정거리를 넓히기 위한 겁니다. 아직은 의문이긴 하지만, 만일 북한이 이런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을 개발하는 데 성공한다면 동아시아를 위협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잠재적으론 미국 대륙본토도 위협을 가할 수 있습니다. 북한의 개발능력을 무척 낙관적으로 볼 때 그렇다는 겁니다. 북한이 그런 능력을 개발하려면 수년 더 걸릴 겁니다.

기자: 북한이 혹시 탄도 미사일을 개발해 미국을 상대로 협상 도구로 활용할 여지는 없을까요?

버뮤데즈: 있다고 봅니다. 북한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선 뭐든 협상용으로 사용하지요. 그런 점에서 탄도미사일 개발은 협상용을 위한 또 다른 차원의 협상 도구가 될지 모릅니다.

기자: 북한의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개발하게 되면 한반도 유사시 아무래도 한미 연합군의 작전에도 영향을 주겠죠?

버뮤데즈: 북한이 이런 미사일을 개발하는 건 아마도 동아시아 지역까지 무력위협의 범위를 넓히고,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것이라고 봅니다. 그게 주된 이유일 겁니다. 그렇지만 부차적 이유론 북한의 남침 시 남한과 미국의 전시 대응능력을 복잡하게 하려는 게 아닌가 합니다. 게다가 북한은 유사시 잠수함을 이용해 특전단을 남한과 일본에 상륙시킬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유사시 북한의 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은 또 하나의 도전을 제기합니다.

기자: 오늘날 북한은 상당한 잠수함 전력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어떻게 평가합니까?

버뮤데즈: 제가 볼 땐 북한은 70여척의 잠수함을 보유해 세계 최대의 잠수함 전력 중 하나라고 봅니다. 문제는 이런 잠수함들이 노후화되고 있다는 점이죠. 북한이 보유한 로미오급 잠수함들은 대다수 1950년대 만들어진 것들입니다. 상당히 오래된 것들이죠. 물론 공격능력은 있습니다. 하지만 남한, 일본, 미국은 모두 정교한 현대식 잠수함 능력을 보유하고 있죠. 북한이 보유한 중소형 잠수함이나 해안 잠수함은 분명 위협이긴 해도 그다지 큰 위협은 안 됩니다. 이런 잠수함들은 주로 남한과 일본 해역 근처에선 위협을 제기합니다. 그 이상은 위협이 되지 않죠.

기자: 북한의 잠수함 전력에 비해 남한 잠수함 전력은 어떻습니까?

버뮤데즈: 남한의 잠수함 전력은 비록 그 수는 적지만 각 잠수함의 능력은 북한 것보다 훨씬 더 강력합니다. 그런 점에서 남북한 잠수함 전력은 어느 정도 균형적이라고 봅니다. 남한 잠수함은 더 정교하고, 현대적이며 능력을 갖췄죠. 게다가 잘 훈련된 잠수함 요원도 확보하고 있습니다. 현대전에선 남한 잠수함 전력은 분명 북한 잠수함 전력에 비해 확실한 기술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죠. 북한이 잠수함 척수는 더 많을지 모르지만 노후화된 것들입니다.

기자: 북한은 과거 구소련이 폐기한 잠수함을 사들여서 이를 분해해 잠수함 건조에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버뮤데즈: 맞습니다. 북한은 1990년대 구소련으로부터 노후화된 잠수함을 사들였죠. 이걸 분해해서 고철로 사용하기 위해섭니다. 저도 확단할 순 없지만 일부 보도를 보면 북한이 고철용으로 사들인 잠수함 가운데는 탄도 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는 에코2급 잠수함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당시 러시아 측은 해당 잠수함에서 모든 무기는 철거됐다고 말했는데요. 그게 사실이라면 북한이 고철이나 다름없는 그런 잠수함에서 탄도미사일에 관해 뭔가 알아낼 수 없었을 겁니다. 북한이 이런 고철에서 알고자 했던 많은 정보를 알아내진 못했을 겁니다. 실제로 지난 4~5년 간 북한 잠수함 기지에 대한 위성 영상을 탐색한 결과 북한이 퇴역한 에코 2급 잠수함을 보수해서 사용한다는 증거는 찾지 못했습니다.

기자: 북한이 만일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을 개발하는 데 성공한다면 핵탄두도 장착할 수 있을까요?

버뮤데즈: 답변하기가 아주 어려운 대목입니다. 단순히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을 개발하는 일도 북한에겐 벅찬 일입니다. 물론 그건 재래식 탄두용이죠. 잠수함 발사용 탄도미사일에 핵탄두를 장착하는 건 지상 발사용 미사일에 장착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그런 문제 외에도 정치적 우려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과연 김정은이 일선의 잠수함 함장에게 핵탄두 미사일의 발사권한을 넘길 수 있다고 봅니까? 북한에선 잠수함 함대 사령관끼리도 쿠테타 가능성 때문에 서로 얘기하는 걸 꺼려합니다. 그런 점에서 과연 김정은이 함대 사령관이 핵잠수함의 통제권을 맡길까요? 이론적 얘기이긴 하지만 현 시점에서 김정은이 잠수함 함장에게 핵무기를 장착하는 걸 허용할 가능성은 적습니다. 만일 그런 미사일을 실전배치 했다가 함장이 의도하지 않은 전쟁을 일으킬 경우 평양을 겨냥해 미사일을 발사할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기자: 그렇다면 북한의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개발의 궁극적 목적은 무엇일까요?

버뮤데즈: 그걸 보면 북한이 지속적으로 비대칭적 군사력을 키우고 싶어한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전시에 한미 연합군의 방위 계획을 복잡하게 만들려는 속셈도 깔려 있습니다. 나아가 미국과 남한을 향해서 북한은 엄청난 군사력을 가진 나라이니 함부로 대해선 안 된다는 정치적 메시지도 보내려는 것 같습니다. 북한의 속셈엔 이런 복합적 요인이 섞였다고 봐야죠.

기자: 네,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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