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선친보다 충동적이고 조급해”

지난 6월 평양 4·25문화회관에서열린 북한 소년단 제7차 대회에 참석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지난 6월 평양 4·25문화회관에서열린 북한 소년단 제7차 대회에 참석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제공)

0:00 / 0:00

앵커: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전문가와 함께 살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오늘은 세습 집권 2년째에 접어든 북한의 젊은 지도자 김정은의 성격과 통치 방식의 문제점에 관해 러시아의 북한 전문가인 게오르기 톨로라야 (Georgy Toloraya) 박사의 견해를 들어봅니다. 톨로라야 박사는 1977년부터 1980년까지, 그리고 1984년부터 1987년 각각 평양에서 외교관으로 일한 직업 외교관 출신으로 현재는 러시아 과학원(Russian Academy of Sciences) 경제연구소 한국 연구국장으로 재직 중입니다. 안녕하십니까? 북한 김정은 제1국방위원장이 2011년 12월 타계한 선친 김정일로부터 권력을 물려받은 지 2년이 다 되갑니다. 김정은과 김정일은 여러 모로 비교 대상인데요. 우선 두 사람의 성격부터 살펴볼까요?

톨로라야: 김정은은 선친 김정일과 완전히 다른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김정일이 아주 내성적이고 공개적으로 얘기하는 것을 원치 않았을 뿐 아니라 계산하길 좋아했습니다. 김정일은 또한 자기 주변사람들을 바꾸는 걸 그다지 바라지 않아서 주변엔 구세대 원로 인사들이 자연사할 때까지 그냥 놔두었습니다. 하지만 김정은은 아주 다릅니다. 김정은은 약간 충동적이고 결정도 빨리 합니다. 또한 김정은은 공개적으로 나서길 좋아해 인민에게 긍정적인 인상을 심으려고 합니다. 그는 아마도 서방 세계에서 통용되는 홍보 효과를 많이 배운 것 같습니다. 김정은은 또 주변 사람들과 참모에 대해 조급한 마음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인사교체를 자주하는 것 같습니다.

기자: 맞습니다. 김정은은 특히 지난해 8월 인민군 차수였던 리영호를 전격적으로 교체한 것을 비롯해 군부 인사들을 많이 갈아치운 것으로 알려지지 않았습니까?

톨로라야: 맞습니다. 김정은은 특히 군과 국방부 인사들을 많이 교체했습니다. 국방장관을 교체한 게 한 예입니다. 그래서 지도급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김정일 때보다 이런 식의 인사에 경계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들은 김정일 시절엔 엄청난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 한 자리를 보전할 수 있다는 걸 알았지만 김정은 시대에 들어 이들은 내일 당장 자신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질지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만일 이들이 혹시라도 지도자에 불경스럽거나 불쾌한 행동을 할 경우 자리에서 쫓겨나거나 탄압을 받을 겁니다.

기자: 김정은이 김정일과 현격하게 다른 점이 있다면 김정은이 선친에 비해 공개적으로 나서길 좋아한다는 점 아닐까요?

톨로라야: 그렇지요. 김정은은 인민들에게 칭찬받고 숭앙을 받는 걸 좋아합니다. 하지만 선친 김정일은 그런 걸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과거 김정일을 개인적으로 알았는데요. 김정일은 지도자는 어느 정도 신격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었고, 당연히 당 선전기관이 이를 위해 동원됐습니다. 그래서 김정일은 개인적으론 인민들에게 호감을 끌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김정은은 인민 대중의 숭배를 받는 걸 좋아합니다. 마치 서구의 록큰롤(rock n roll) 스타가 대중의 숭배를 받는 것처럼 말입니다.

기자: 이제 12월이면 김정일이 사망하고 김정은이 권력을 세습받은 지 2년입니다. 현재 김정은이 확고히 권력을 장악했다고 봅니까?

톨로라야: 글쎄요. 우선 그의 경험 문제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겠는데요. 김정은이 권력을 장악한 지 2년이 다 됐고, 그 기간 어느 정도 경험도 얻었고 앞으로 더 많아질 겁니다. 사실 김정은은 젊은 시절 언젠가 그가 최고 지도자를 맡을 것으로 생각하며 보냈을 겁니다. 그래서 어느 정도는 지도자적 자질도 있습니다. 김정은은 자신이 젊다 보니까 스스로를 강력한 지도자로 내세울 필요를 느꼈을 겁니다. 그가 억압적인 정책을 펴고, 도발행위를 일삼고 잦은 인사교체를 한 까닭도 그래서라고 봅니다. 김정은도 그런 권력을 행사하는 걸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는 자기 주변의 나이 든 사람들이 자기를 의존하고 자기 뜻에 복종하도록 하는 걸 즐기는 거죠. 김정은도 개인적으로 이런 걸 좋아할지 모릅니다. 그러다 보니 그의 주변엔 의심을 품거나 독창적인 생각을 제언하는 사람이 없다고 봅니다. 모두들 자기 의견을 냈다가 잘 못 되면 교체될까 두려워합니다. 많은 사람들은 김정은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추측하고, 그가 좋아할 만한 걸 제의해 그를 즐겁게 하려 합니다.

기자: 김정일도 김정은처럼 남의 의견을 듣지 않길 좋아했나요?

톨로라야: 김정일은 물론 최종 결정권자였지만 그래도 모든 사람들의 견해를 다 들었습니다. 그는 참모들 의견을 비교한 다음에 결정을 내렸죠. 김정일은 결론에 도달하기 앞서 자신의 견해를 내놓는 걸 반대하거나 두려워하지 않았고, 관계 일꾼들을 참석시켜 토론을 시킨 뒤 가급적 최선을 결론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김정은은 그렇지 않고, 그런 점에서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만일 김정은이 자기의 소신만 옳다고 주장할 경우 위험한 실수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기자: 그런 점에서 김정은이 선친 김정일보다 더 위험하다고 볼 수 있을까요?

톨로라야: 맞습니다. 김정은은 선친보다 예측가능성이 덜하고 신중함도 덜 합니다. 하지만 김정은에 비해 김정일은 신중한 사람이어서 계획도 미리 일찌감치 세워놓았습니다. 그래서 북한이 어떤 식으로 나올지 예측할 수 있었죠. 물론 서방에선 북한이 예측이 불가능한 나라로 알려지긴 했지만 말입니다. 김정일의 행동은 완전히 예측 가능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과 남한이 어떤 행동을 벌일 경우 김정일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짐작하기가 쉬웠습니다. 남한은 그런 걸 예측하기 어려웠을 수도 있지만 러시아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김정은의 경우 예측하기가 훨씬 어렵습니다. 단적인 예로 지난 추석 때 남북한 간에 이산가족 재회가 합의되고도 상봉 사업이 막판에 북한에 의해 취소됐는데요. 우린 이런 일들은 왜 일어났는지 종종 그 논리적인 이유를 알 길이 없습니다. 물론 북한 자체론 이상한 논리가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런 일들은 상황을 격변적이고 예측도 할 수 없게 만들기에 정책 당국자들에겐 좋을 리가 없습니다.

기자: 일부 북한 전문가들은 현재 김정은이 권력을 완전히 장악한 게 아니라 권력을 다지는 과정에 있다고 하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톨로라야: 글쎄요. 김정은이 현재 권력을 확고히 장악하고 있다는 데 의심이 없다고 봅니다. 그의 지지자들조차도 그를 두려워하기 때문이죠. 북한에서 어느 개인이건 정파건 지도부에 있는 그 누구도 김정은에 감히 도전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원로들을 포함해 나이를 불문하고 모두가 그를 두려워합니다. 게다가 북한의 지도부 전통을 보면 오직 '예'라고 대답하는 사람만이 승진하며, 지도부에 복종하고, 권위에 도전하지 않으며 그런 권위를 두둔하는 사람들만이 당과 군의 위계질서 속에서 승진하게 돼 있습니다. 제가 볼 때 이론적으로 김정은에 유일하게 도전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은 현재 중국에 머물고 있는 김정남입니다. 하지만 현 단계에서 북한에서 누구도 김정은이 아닌 김정남에 기대려 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건 너무 위험하기 때문이죠.

기자: 김정은이 최고 지도자로 옹립된 뒤 북한 안팎에서 그가 개혁조치를 취할지도 모른다는 조심스런 기대감이 있었는데요. 그런 구체적인 조짐이 있나요?

톨로라야: 한가지 김정은과 관련해 짚고 넘어갈 것은 그가 좀 더 자유주의적이고 서방적이고 음악과 스포츠, 패션을 즐긴다는 인상을 주는 것인데요. 하지만 김정은도 이런 자유주의적 행동으로 북한 정권이 무너질 수고, 아주 위험하다는 점을 확고히 안다는 것이죠. 그래서 그는 음악이나 스포츠 같은 것은 허용해도 북한 사회에 대한 통제를 자유화한다든가 혹은 주민들이 원하는 것을 선택하도록 허용하진 않으려 노력합니다. 그렇게 되면 정권이 큰 압력을 받게 되기 때문입니다.

기자: 네,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