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미국 테러제재 해제되려면 15년 후가 될 수도”

워싱턴-변창섭 pyonc@rfa.org
2017.12.12
lee_jongchol_terror_b 김정남 암살 사건의 용의자로 체포된 북한 국적자 리정철(46)이 지난 18일 조사를 받기 위해 말레이시아 경찰에 의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세팡경찰서로 연행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기자: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와 함께 살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안녕하십니까? 미국이 2008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해제했던 북한을 최근 또 다시 지원국 명단에 올렸습니다. 우선 미국이 재지정하기로 결정한 요인은 무엇인가요?

란코프: 엄밀하게 말하면 다른 어떤 것보다 정치적인 이유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것이 좋은 일만은 아니라고 봅니다. 북한은 올해 초 말레이시아 수도인 쿠알라룸푸르에서 벌어진 김정남 살인 사건의 범인입니다. 그 사건의 희생자는 김정남이라는 사람입니다. 김정남은 누구일까요? 그는 고 김정일 위원장의 장남입니다. 그는 거의 20년전에 해외로 떠나서 마카오와 중국에서 살았습니다. 김정은이 수령이 된 다음부터는 사실상 망명 상태였습니다. 김정남은 중국과 관계도 있었고, 심지어는 해외 기자들과 만나서 북한 체제를 비난하기까지 했습니다. 게다가 김정남과 김정은은 사이가 아주 나쁩니다. 그들은 이복형제인데, 그들의 어머니는 별로 사이가 좋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김정남의 암살사건은 어느 정도 테러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입장에서 보면, 이것은 통치자를 반대하는 세력의 핵심 인물이 될 수 있는 망명 왕자, 망명 세자의 암살입니다. 북한은 공화국이라고 열심히 자칭하지만, 물론 당연히 절대군주제 왕국입니다. 여러분이 력사책에서 보는 리조와 같습니다. 리조시대에 왕자들 가운데 다툼과 암살, 숙청이 많았습니다. 제가 보기에, 이것은 테러 행위로 볼 수도 있고, 왕국에서 있는 숙청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 때문에 북한이 다시 테러지원국 명단에 올라가게 된 이유는, 대륙간 탄도 미사일 개발이 초래한 위기라고 생각됩니다.

기자: 북한은 1988년 1월에도 바로 전해 벌어진 대한항공기 폭파 사건과 관련,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에 올랐지 않았습니까?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에 오르면 어떤 불이익을 받습니까?

란코프: 1987년에 북한이 대한항공기를 폭파한 것은 당연히 파렴치한 테러 행위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1970-80년대 남한 대통령을 겨냥하는 암살작전을 여러 번 시도하였습니다. 동남아 국가 버마의 수도인 랑군에서 남조선의 당시 대통령 전두환에 대한 암살에 거의 성공했습니다. 전두환 대통령을 암살하는 데 실패했지만, 남조선 고위급 인사 10명 이상을 죽이는 데 성공했습니다. 제가 보니까, 북한은 지금도 김정남 암살 작전처럼 가끔 살인공작을 하는데, 대규모 테러를 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제가 개인적으로 북한을 테러지원국에 다시 올린 것을 회의적으로 생각합니다.

기자: 북한은 핵개발과 탄도미사일 시험 때문에 이미 여러차례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를 받고 있는데요. 이번에 다시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되면서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가 불가피하겠죠?

란코프: 물론 그렇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니까 별 의미가 없습니다. 미국측은 생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대북제재를 실시하는 중입니다. 추가 제재는 상징적인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상 미국과 북한은 무역이나 경제교류를 거의 안 했습니다. 지금도 북한의 교역 대상은 압도적으로 중국 뿐입니다. 미국을 비롯한 기타국가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은데, 지금까지 할 수 있는 제재를 거의 다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된 이유는, 북한에 추가 압박을 가하고,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명예를 추락시키기 위한 것입니다.

기자: 북한이 1980년대 이후 이처럼 테러지원국이란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란코프: 2008년까지 북한이 테러지원국 명단에 남아있은 이유는 간단합니다. 제가 조금 전에 말씀드린 바와 같이 북한은 1988년 이후에 테러행위를 지원한 적은 없는 것 같은데, 이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시간 뿐입니다. 바꾸어 말해서 몇 년 전에 테러행위를 지원한 나라를, 테러지원 국가 명단에서 삭제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러나 15년이나 20년동안 이러한 테러지원 행동을 하지 않은 나라라면, 당연히 계속 지정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 때문에 북한이 2008년에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해제된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지금도 김정남 암살 사건이 테러행위라고 할 때, 15년이나 20년 후에 다시 해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자: 미국은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함으로써 북한의 국제적 고립을 더욱 압박하고 나섰습니다. 문제는 북한 김정은 정권이 이런 제재 압박으로 얼마나 타격을 받겠느냐인데요. 어떻게 봅니까?

란코프: 별 타격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세계 나라 대부분은 북한과 별 관게도 없고, 무역이나 다른 교류를 거의 하지 않습니다. 원래 북한과 조금 관계가 있었던 나라 대부분도 이들 관계를 차단한 지 오래 되었습니다. 중국이나 러시아, 태국이나 싱가폴처럼 지금까지도 북한과 어느 정도 교류와 관계를 유지해 온 나라들은 자신의 국가이익 때문에 북한을 포기하지 못 합니다. 이들 국가는 북한이 테러지원 국가로 지정되었다는 이유로 자신의 태도를 바꾸지는 않을 것입니다. 여전히 관계가 있을 것입니다. 그 때문에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다시 지정한 결정은, 현실주의적 정책보다는 상징적인 정치의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최근 북한이 미국 본토를 사정권 안에 둘 수 있는 ICBM, 즉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했는데요. 혹시 북한의 도발이 테러지원국 재지정에 대한 반발로 볼 수 있을까요?

란코프: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는 확실히 알 수 없지만, 생각이 완전히 다릅니다. 제가 보니까 북한은 벌써 1990년대부터, 특히 김정은 집권 이후부터 가능한 한 빨리 미국대륙을 공격할 수 있는 대륙간 미사일을 개발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이 목적은 기타 전략 목적보다 더 중요합니다. 김정은을 비롯한 북한 집권계층은 이 목적을 달성해야만 체제유지와 권력유지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때문에 그들은 대륙간 장거리 탄도 미사일을 개발하기 위한 조치를 국내외 상황의 변화에 무관하게 계속 할 것입니다. 그래서 미국이 지금 테러지원국 지정 조치를 내리지 않았다고 해도 북한은 여전히 미사일 발사 버튼을 눌렀을 것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테러지원국 재지정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을 벌써 여러 번 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테러지원국 재지정 조치에 반발해서 화성-15형 대륙간 탄도 미사일을 발사한다고 주장할 근거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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