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우상화 강행은 권력 정당화 때문”

워싱턴-변창섭 pyonc@rfa.org
2017-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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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선시에 세워진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동상.
나선시에 세워진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동상.
사진-연합뉴스 제공

기자: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와 함께 살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이 시간에서도 김일성 이후 김정은에 이르기까지 역대 북한 지도자들이 그토록 내세우는 우상화 작업의 이면에 관해 살펴보겠습니다. 최근 북한 관영매체의 보도를 보면 김 정은은 자신이 김일성·김정일을 계승했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 백두혈통을 지속 강조해오고 있는데요. 그래서 오는 8월에 열리는 ‘2017 백두산 칭송대회’를 계기로 백두산에 김 씨 3부자의 비석을 세울 계획을 밝혔다고 합니다. 하지만 김정은은 생모 고영희가 재일교포 출신이라 소위 백두혈동과 거리가 멀죠?

란코프: 물론 고용희는 재일교포 출신이어서 출신성분 문제가 있지만 그 때문에 백두산 줄기와 별 상관이 없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사실상 김일성 부인 김정숙도 조선족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즉 북한식으로 보면 출신성분 문제가 조금 있었던 사람이 아닐까요? 백두산 줄기 이야기가 요즘에 많아지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세월이 갈수록 북한에서 권력이 사실상 세습적인 성격을 띄고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인정하기 시작하는 조짐이 많이 보여지고 있습니다. 물론 현 단계에서 이 사실을 공개적으로 인정할 수 없지만, 김일성 시대뿐만 아니라 김정일 시대에도 있을 수 없었던 암시가 많아졌습니다.

기자: 비교적 젊은 나이에 북한 지도자로 나선 김정은은 집권 기간에 비해 내세울 만한 치적이 많지 않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그러고도 그가 우상화 작업을 제대로 벌일 수 있을까요?

란코프: 글쎄요. 제가 볼 때 김정은 정권은 사실상 김정일 정권보다 업적이 많다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보니까 김정은이 선친에 비해 거둔 더 좋은 업적은 경제발전이 많이 향상됐다는 점입니다. 김정일은 권력을 유지하려 노력했지만 경제를 발전시키지 못 했습니다. 하지만 김정은 정권은 권력유지를 하는 동시에 경제를 많이 성장시켰습니다. 물론 세계 어디 독재국이든 경제 부문에서 성공을 거두었다고 해도 북한 김정은만큼 극단적인 우상화의 대상이 되진 않습니다. 그러나 이미 말씀드린 바와 같이, 북한에서 우상화는 체제유지의 기본 조건입니다.

기자: 북한에서 이처럼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3대에 걸쳐 우상화 작업이 사라지지 않은 까닭은 무엇일까요?

란코프: 북한에서 최고 권력자는 우상화를 통해서 권력과 정권을 정당화해왔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최고 지도자를 사람이 아닌 하나님처럼 보게 된다면 체제에 대한 불만, 불신 등이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특히 김정은처럼 가족 배경 때문에 지도자가 된 사람이 나라를 다스릴 정당성을 갖추려면 극심한 우상화 작업 외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기자: 절대군주와도 같았던 스탈린의 소련, 모택동의 중국에서도 이런 우상화가 심했나요?

란코프: 소련에서 스탈린 우상화는 사실상 북한의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우상화의 원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스탈린 우상화는 북한의 우상화만큼 심하지 않았습니다. 스탈린 시대 소련에서 스탈린 초상화는 많았습니다. 하지만, 김일성, 김정은 초상화가 달린 북한과 달리 집집마다, 강의실마다, 사무실마다, 열차까지 스탈린 초상화가 걸린 것이 아니었습니다. 당시에 소련 국민들은 스탈린 휘장을 의무적으로 다는 법이 없었습니다. 휘장도 별로 없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스탈린의 이름을 책에서 진한 글자로 인쇄하는 건 상상하지 못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소련에서 스탈린 우상화 시대는 25년 정도 지속돼다 멈췄습니다. 하지만 북한에서 우상화는 해방 이후 국가 창립 때부터 시작돼 지난 70년 동안 지속돼 왔습니다. 중국도 실은 모택동 우상화는 김일성만큼 심했습니다. 그러나 그 기간은 스탈린보다 훨신 짧았습니다. 나이가 많은 모택동은 오랫동안 살 수 없었기 때문에, 우상화는 60년대 초부터 70년대 중엽까지, 즉 10년이나 15년 뿐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중국에서 모택동 우상화는 북한보다 매우 혼란스럽게 이루어졌습니다. 즉 북한처럼 지시와 규칙에 따라서 체계적으로 한 우상화가 아니었습니다.

기자: 북한 주민들은 1990년대 식량 대기근 사태, 이른바 고난의 행군 시대를 거치면서 무능한 지도자에 대한 우상화 작업이 얼마나 위험한지 깨달았을텐데요. 이런 우상화 선전이 21세기를 사는 북한 주민들에게 통할 수 있을까요? 또 지나친 우상화가 오히려 김정은 통치에 역효과를 가져올 가능성은 없겠습니까?

란코프: 잘 모르지만 그렇지 않을 것 같습니다. 북한이라는 나라에서 우상화는 너무 오래되고 익숙한 것입니다. 물론 우상화에 대한 주민들의 짜증이 있을 수도 있고, 김정은에 대한 과장된 이야기를 믿지 않는 사람들이 생길 수도 있지만 우상화 자체는 역효과를 초래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의 고립정책 때문에 외부생활을 잘 알 수 없는 북한 사람들은 우상화를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 지 오래 되었습니다. 흥미롭게도 탈북한 사람들 가운데 아직 김일성에 대한 높은 평가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사실상 그들이 김일성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 대부분은 사실과 거리가 멀고, 그것들은 우상화 작업 때 했던 주장을 믿기 때문에 그렇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아직도 옛날에 몸에 벤 우상화의 영향을 극복하지 못했습니다. 이것을 감안하면 우상화 정책의 효과를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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