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개혁보다 특구 선호 이유는?

워싱턴-변창섭 pyonc@rfa.org
2016.01.26
rason_special_zone_b 북한이 지린·동북아투자무역박람회의 '북한의 날' 행사에서 배포한 투자소개서에 실린 나선경제무역구의 전경.
사진-연합뉴스 제공

앵커: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와 함께 살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안녕하십니까? 북한이 얼마 전 나선 종합개발계획을 내놓고 대대적인 외자유치에 들어갔는데요. 일부에서는 북한이 나선경제특구 계획을 다시 내놓은 것은 사회주의 중국의 통제하에 있으면서도 자본주의 꽃을 피우고 있는 홍콩식 개발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분석도 있는데요. 그런가요?

란코프: 물론 그렇습니다. 북한 정부가 채택하고 있는 기본 선택은 아주 간단합니다. 경제 발전을 이룩하기 위해서 유일한 방법은 시장 경제 즉 자본주의 경제입니다. 하지만, 시장 경제가 북한에서 많이 확산된다면, 북한 인민들의 사상이 흔들리기 시작할 것입니다. 북한은 유일사상제 국가입니다. 북한 사람들이 해외 생활에 대한 진실을 알게 된다면, 체제에 대해서 크나 큰 실망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북한 정부의 꿈은 무엇일까요? 경제 발전을 위해서, 자본주의를 투입하는 반면, 이 자본주의가 인민들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는 전략입니다. 특구를 중심으로 한 경제발전 전략은 이와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들은 나선 특구와 개성공단과 같은 자본주의 지역의 경제를 다른 북한경제부문과 고립시킴으로써 경제 성장을 이루는 동시에, 인민 사상을 여전히 통제할 수 있다고 꿈꾸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 정부의 희망대로 될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보기에, 감시가 심하고 고립된 특구라 할지라도, 자본주의 발전이 시작된다면 다른 경제지역에도 그 영향이 많이 퍼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기자: 김정은은 집권후 나름의 경제개선 조치를 취해온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건 김정은이 경제개방이나 개혁에 관심이 있다는 증거로 볼 수 있습니까?

란코프: 김정은 제1위원장이 처음부터 경제 발전에 대해 관심이 있었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는 구소련식 국가 사회주의를 통해 나라의 경제를 성장시킬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문제는 정치입니다. 현상유지 정치입니다. 제가 이미 말씀 드린 바와 같이, 북한 정부는 경제적인 이유로 인해 시장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지만, 정치적인 이유로 인해, 이러한 시장화를 매우 두려워합니다. 이것은 극복하기 어려운 모순적인 문제입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아직까지 정치적으로 덜 위험한 농업 개혁을 통해, 식량 문제 해결을 시도하였습니다. 실제로 북한은 분조제, 포전담당제를 통해 식량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했습니다. 물론 완전히 식량문제가 해결된 건 아닙니다. 지금 외국 기업들은 투자를 할 수 있는 나선 경제무역 지대를 비롯한 특구에 관심이 많습니다. 이것 또한 정치적으로 덜 위험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북한은 이번 5월에 36년 만에 7차 당대회를 연다고 합니다. 혹시 이번 당대회에서 이런 식의 경제개방 조치가 대폭 나오지 않을까요?

란코프: 지금 수많은 전문가들은 조선 노동당 7차 당대회에 대한 지나친 희망을 품고 있습니다. 그들은 제 7차 당대회에서 김정은 제1위원장이나 기타 북한 간부들이 개혁과 개방을 선언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공산권 역사를 살펴보면, 당대회에서 정치 노선 변화에 대한 선언을 한 적이 별로 없습니다. 공산당 지도부는 정치를 바꿀 것을 결정하였을 때도, 이러한 결정을 당대회에서 알리지 않았습니다. 당대회는 변화와 개혁 보다는 전통성과 지속성을 강조하기 위한 행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 7차 당대회 역시 예외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물론 이것은 북한 지도부가 개혁을 할 의지가 없다는 것을 결코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그들이 이러한 개혁을 적극적으로 할 것이라고 결정한다 해도, 이와 같은 결정을 당대회를 통해 알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기자: 김정은이 나선특구와 같은 경제개발을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해선 외국 자본의 유치가 필수적인데요. 지금처럼 북한이 유엔의 경제제재에 놓여있는 상황인데 이게 가능할까요?

란코프: 물론, UN 경제 체제는 북한이 해외에서 투자를 유치하는 것을 어렵게 합니다. 그러나 어렵다는 것이 곧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경제 체제는 주로 군수 산업 발전을 어렵게 합니다. 그러나 북한이 돈을 잘 벌 수 있는 수산업과 광업 및 경공업 등은 유엔의 대북제제나 국제경제 체제가 금지한 협력이 아닙니다. 물론, 서양 국가들이 북한에 많이 투자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 중동 등은 투자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문제는 현 단계에서 그들에게도 북한은 경제적으로 매력이 별로 없는 투자 대상이라는 것입니다. 제가 이미 말씀을 드린 바와 같이, 약속을 위반하고, 교통과 통신 수송이 거의 없는 나라인 북한은 해외에서 투자를 유치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기자:  김정은의 추진하는 경제개발 계획에 가장 큰 걸림돌은 이런 국제적인 상황 말고도 국내적으론 어떤 것이 있을텐데요? 이를테면 외국인 투자를 위한 국제적 규범을 북한이 제대로 준수하다는 의지도 중요하지 않을까요?

란코프: 제가 이미 여러 번 말씀을 드린 바와 같이, 이것이 바로 제일 큰 문제입니다. 북한은 외국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 국제적 규범을 제대로 준수해야만 합니다. 그러나 북한 측은 이러한 기본적인 사실을 아직까지도 이해하지 못한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기자: 만일 김정은이 진정 경제개방, 개혁으로 나간다면 외부세계에선 어떤 식으로 도와줄 수 있겠습니까?

란코프: 북한은 지금 장점이 많습니다. 개혁과 개방을 시작하여, 국제 규범을 잘 준수하고, 약속을 잘 이행한다면, 해외 기업들이 많이 찾아갈 것입니다. 북한 사람들의 생활비는 그리 높지 않지만, 교육 상황은 비교적 우수합니다. 그 때문에, 지금 동남아나 중국에 투자해 온 외국 기업들이 북한에 투자를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발전을 이룩하기 위해서 제일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는 체제를 바꾸고, 정치를 많이 개선해야 할 것입니다. 이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의심스럽기도 합니다.

기자: 네,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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