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통제 완화해야 경제개선조치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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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전문가와 함께 짚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이 시간에선 북한에서 작년에 도입한 것으로 알려진 ‘5.30 조치’를 포함한 북한의 경제개선 조치와 관련해 러시아 출신 북한 전문가인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의 견해를 들어봅니다. 안녕하십니까? 북한은 김정은 시대 들어서 경제부문에서 성과주의를 강조한 2012년 ‘6.28 조치’를 내놓은 데 이어 작년엔 농업과 공업 부문의 개선조치를 담은 김정은의 담화라 할 수 있는 ‘5.30조치’를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이 이런 경제관리개선 방법을 보면 혹시 과거 1980년대 중국 과 같은 개혁을 시작한 게 아니냐는 생각도 드는데요. 어떻습니까?

란코프: 제가 보기에 지금 북한은 어느 정도 개혁을 시작했다고 생각할 근거가 없지 않습니다. 특히 5.30조치는 70년대말 중국 개혁의 첫 단계와 매우 유사합니다. 중국이 1980년대 고도 경제성장을 이룩한 이유 중 하나는 외부에서 많은 투자를 얻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북한도 농업에서 농가를 중심으로 한 개혁을 한다면 수확은 좋아질 것입니다. 하지만 진짜 고도성장을 위해선 인프라를 개발해야 합니다. 인프라가 무엇입니까? 통신, 교통수단, 발전소 등 공업성장을 위해 뒷받침할 수 있는 시설입니다. 이런 시설이 아주 비싸니까 외국투자로만 가능합니다. 중국은 객관적으로 말하면 북한경제에 투자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입니다.

기자: 그런데 북한은 요즘엔 중국 외에도 외국투자와 관련해 러시아와 일본을 쳐다보는 것 같은데요. 이게 가능할까요?

란코프: 지금 북한은 투자유치 때문에 러시아, 일본에 대한 희망이 많지만 근거가 없는 기대입니다. 러시아든 일본이든 대북투자를 많이 하지 않을 겁니다. 이유는 다릅니다. 일본은 한편으론 미국 압력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론 해결하기 어렵거나 불가능한 납치 일본인 문제 때문입니다. 사실상 모든 납치 일본인이 귀국하지 않는다면 대북 투자를 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러시아는 북한에서 많은 사람들은 러시아와 미국 사이가 많이 안 좋아서 옛날 소련처럼 영향력을 강화하려고 북한을 비롯, 미국을 반대하는 모는 나라를 후원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잘못된 생각입니다. 지금 러시아 분위기를 보면 대외정책에 돈을 투자하지 말아야 하는 원칙이 기본이라고 할 수 있다. 쉽게 말하면 러시아가 돈을 투자할 경우 투자한 돈을 빨리 벌 수 있다면 가능하겠지만 옛 소련처럼 돈을 그냥 주는 건 안 됩니다. 러시아 정부는 이를 할 의지도 없고, 그렇게 하면 국내에서 많은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그렇지 않습니다.

기자: 북한은 이른바 ‘5.30조치’를 통해 기존의 포전담당제 인원을 크게 줄여 생산성을 높이겠다는 뜻인데요. 이런 식의 개선조치가 혹시 과거 중국의 농업개혁과 비슷한지도 궁금합니다.

란코프: 지금 보니 포전제는 새로 생긴 농업방식인데요. 원래 분조가 있는데 10~20명에서 지금 5명으로 줄어들었습니다. 농가는 분조처럼 같이 일하고 수확은 30% 정도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는데 이는 70년대말 중국과 매우 비슷한 개혁입니다. 북한에서 아주 조심스럽게 하는 개혁입니다. ‘5.30 조치’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게 많습니다. 하지만 최초 보도를 보면 5.30조치는 30%보다 더 많은 수확을 마음대로 쓸 수 있습니다. 최대 60%까지 말입니다. 또한 이 조치는 농업 뿐아니라 공업에도 적용됩니다. 공업에서 지금 지배인은 자본주의에서는 회사의 사장과 비슷합니다. 지배인은 필요한 물건을 시장에서 얻을 수도 있고 반송품을 팔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지배인은 경영자유가 커졌습니다. 이것은 보이지 않는 시장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조치는 중국 역사를 보면 80년대 볼 수 있는 조치입니다. 베트남도 도이모이 개방정책 실시한 1987년이나 88년부터 이런 조치를 시작했습니다.

기자: 그렇다면 지금 북한이 드러나지 않게 중국식 농업개혁을 따라가고 있다고 봐야 합니까?

란코프: 제가 잘 알 순 없지만 그렇다고 봅니다. 70년대 말 중국과 비슷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차이는 중국의 경우 경제개혁을 했을 때 동시에 정치개혁을 했습니다. 조금씩 주민에 대한 감시, 통제는 완화했습니다. 북한은 그렇지 않을 겁니다. 객관적으로 말하면 감시완화, 통제완화는 경제개발을 많이 도와주는 겁니다, 그럼에도 북한은 남북분단 때문에 이 같은 정치완화, 정치 변화를 하지 못할 겁니다. 북한주민들은 조금 더 자유롭게 말할 수도 있다면 그들은 외부생활 특히 남한생활에 대해 많이 배울 수가 있습니다. 중국은 문제가 없습니다. 잘사는 남중국이 없습니다. 대만이 있지만 대만은 자그마한 섬나라에 불과합니다. 북한 주민들이 남한 생활에 대해 알게 된다면 80년대말 동독 사람들처럼 흡수통일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통일을 통해 남한과 같은 생활이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북한 지도자들에게 제일 중요한 과제는 가능하면 주민들을 엄격하게 감시하고 통제해서 경제부문에서 개혁하는 동시에 정치부문에서 주민들에 대한 통제, 감시를 강화해야 합니다. 이것은 유감스런 겁니다. 중국에서 개혁과 개방은 물질적 성공뿐 아니라 어느 정도 개인자유를 초래했습니다. 중국은 지금도 독재국가이지만 중국 사람들은 60~70년대보다 아주 자유롭게 삽니다. 북한 사람들이 꿈도 꾸지 못하는 자유를 누립니다.

기자: 네, 말씀 감사합니다.